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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함께 살아가는 사회,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이준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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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치과의사회 장학회

 

“돈이나 시간이 있어야
기부나 봉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마음이 움직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슈바이처 효과’라는 말이 있다. 타인에 대한 헌신과 봉사에 대해 보거나 생각하기만 해도 우리 몸 속 면역항체 수치가 증가하여 생물학적 사이클에 일정한 변화를 준다는 하버드 의대의 연구 결과다. 남을 돕는 사람 스스로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더 건강해진다는 것으로 ‘마더 테레사 효과’라고도 일컬어진다. 어쩌면 기부나 봉사를 통해 얻는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한 것은 아닐까?

 

작년 가을 서울시치과의사회 동작구회에서는 15명의 장학생들에게 각각 장학금 50만원과 장학증서를 수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지난 1999년 설립된 동작구치과의사회 장학회는 이듬해인 2000년부터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장학금을 학업 성취도가 높고 타의 모범이 되는 관내 학생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2017년 수여식까지 18회를 거치며 총 264명의 학생들에게 1억3,2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는 하나의 지역구에서 집행된 것으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기부라 할 수 있다. 이 장학사업을 지난 18년 동안 주도적으로 운영하면서 여기까지 이끌어온 이가 바로 동작구치과의사회 장학회운영위원장인 이준기 고문이다. 60년 가까이 일했던 치과의사에서 은퇴를 선언한 그를 만나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와 장학사업 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저 빵과 우유였는데…

 “옛날에는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하죠? 현재까지도 6월 9일 행사는 이어지지만 예전에 매년 6월 9일이면 6·9데이라고 해서 각 국민학교를 돌아다니면서 구강검사를 했었어요. 제가 이런 장학사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구강검사를 하러 갔던 그날 겪은 일 때문이었어요.”

 

당시 그는 각 학교 구강검사 하러 다니던 때를 떠올렸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었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어디에서인지는 몰라도 반장이 빵과 우유를 가져와서 같은 반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물끄러미 지켜보던 중에 몇몇 아이들에게는 나눠주지 않았고 그 아이들은 먹지 못한 채로 엎드려 있거나 멀뚱멀뚱 앉아 있었다. 교내 구강검사는 양호선생님의 주관으로 이뤄지기에 그분에게 물어보니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 말 한 마디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흔한 것이 빵과 우유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누구는 먹고 누구는 먹지 못하는 현실에 아이들의 여린 마음이 다치는 것이 바로 눈에 보이더라고요. 엄청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당시에도 각 학교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십시일반 갹출하여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선생님들의 전출이나 사정이 생기면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갔던 해당 학교에서 만났던 급식 배제 학생들은 32명으로 그의 기억에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결국 그는 본인이 지원할 테니 당장 그날부터 아이들에게 빵과 우유를 갖다주라고 요청했다. 그때부터 3년 동안 급식비 지원은 이어졌고 월말이면 양호선생님이 병원으로 급식비를 받으러 왔었다. 그러다가 서울시경에서 표창장을 받게 되었고 삶의 모토를 새롭게 정립하게 되었다. 

 

 “50대까지는 나를 위해 살고, 그 이후부터는 남을 위해 살자! 이렇게 정했어요. 그런데 살다보니 현실은 마음과 달리 녹록지 않습디다. 허허. 고민이 이어지던 차에 동작구치과의사회 총회 때 모두 발언 기회를 얻으면서 장학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돈이 귀한 것은
그것을 옳게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옳게 얻은 것을 옳게 쓰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 Andrew Carnegie

누구에게나 돈은 귀하다. 특히 정당한 일을 하고 받은 돈의 귀함은 그 무엇과도 비할 바가 없다. 그렇기에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 역시 어렵지만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그는 동작구회 총회 때 개원의들이 십시일반 모아 기부 봉사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말 그대로‘한 달에 커피 한 잔 값 저축’의 시작이었다. 약 150여 명의 회원들이 매년 6만원씩 모아 연 800만원 장학금을 조성하는 일에 어떠한 이견없이 동참했고, 동작구회 장학회가 출범하게 되었다. 물론 첫 해 조성 장학금은 그가 사비 600만원, 위촉된 장학위원들이 분담했고 이후 현재까지 18년 동안 잡음없이 순조롭게 이어져오고 있다. 

 

 “저 또한 매우 놀라워요. 간혹 사람과 돈이 모이는 일에는 이런저런 잡음이 들어가곤 하는데, 우리 동작구회 장학회는 정말 자랑스러워요. 회원 모두 끈기있게 화목하게 끌어주고 따라오며 운영하고 있다고 봐요. 이 모든 것은 후배들의 사랑과 관심 덕분이죠. 제일 큰 기부는 마음의 기부가 아니겠어요? 마음이 있어야 물질, 재능의 기부가 따른다고 보거든요.”

 

60년 가까운 시간을 치과의사로 지내면서 다양한 동료 선후배 의사들을 접했던 그다. 동종 직업군이 아닌 단체나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도 매우 많다. 알고 접했던 사람들이 많기에 이에 따른 책임감 역시 크다. 그래서 같은 치과의사 후배들에게는 자랑스럽고 존경할 수 있는 선배로, 그를 아는 이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자 항상 노력한다. 

 

 “지난 시간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무난하게 치과의사 생활을 마감할 수 있어 현재는 매우 마음이 편해요. 후회도 없고 매일매일 고마움을 느끼며 지내고 있어요. 특히 동작구회 장학회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느낀 행복감은 말할 수 없이 큽니다. 후배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더욱 그렇죠.”

 

최근 그는 은퇴와 함께 동작구회 장학회에 8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시간 동안 꾸준히 이어왔던 장학사업이기에 막상 은퇴를 하면서 마무리를 하려니 뭔가 아쉬움도 들었고 때마침 장학금 증액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던 차에 흔쾌히 기탁할 수 있어 나름의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 기뻤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인생은 치과의사였다

여전히 현업에서 치료를 하고 있을 것 같지만 그에게도 세월은 피해갈 없는 일이다. 은퇴 후의 여생에 대한 고민 역시 클 수 밖에 없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내게는 살아온 시간의 2/3가 치과의사였고, 그 현장에서 터득한 수많은 노하우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대의 흐름이 바뀌고 기술적 향상은 높아졌지만 일부 젊은 치과의사들의 미흡한 운영 실태 또한 현실이다. 

 

 “의료 기술의 향상, 고가의 첨단 장비… 무시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료라는 분야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출발합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는 기본, 개원의로서 치과를 운영하는 기본을 지키는 일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가능하다면 그동안의 내가 경험한 과정들을 후배들과 거리낌없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요.”

 

그는 장학사업 뿐만 아니라 2016년도 서울시민상, 자랑스런 동작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치과를 운영하는 개원의로서 시작하는 날부터 지역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일했기 때문에 받은 상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치과의사로서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 역시 조금은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며 부지런하게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진정한 의사로 일했으면 한다. 

 

 “진심을 다해 치료하고 내 가족을 치료한다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한다면 어느 순간 지역 사회에 단비를 내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건없는 기부와 봉사는 결국 선순환으로 이어져 병원의 자산이 되어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저또한 선배로서 귀감을 보이려고 계속 노력할 거고요. 이 자리를 마련해준 이용승 회장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인터뷰 자리에 함께 한 동작구치과의사회 이용승 회장 역시 장학사업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중심에 이준기 고문이 있었음을 강조하며 “후배된 입장에서 그 뜻을 잘 이어 가기만 해도 절반을 이루지 않을까 한다”며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어떤 거창한 계획보다는 지금처럼만 꾸준히 끌고 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동작구회 장학사업이 하나의 구심점이 되어서 회원간의 화합과 봉사정신을 대변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용승 회장의 말을 조용히 듣던 이준기 고문은 치과계를 떠나는 일은 씁쓸하지만 매년 장학금 전달식에는 건강이 허락되는 한 참석하고 싶다는 뜻을 건넸다. 소외되는 누군가를 우리는 금전적으로 지원할 수도, 마음을 나누고 격려할 수도 있다. 동 시간대를 살고 있는 한 사회의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나누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기부와 봉사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  당연한 일임에도 불합리한 이유로 배제되었던 소외된 아이를 외면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은퇴 후 여생 역시 세상의 작은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을 것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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