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했던 단골손님 얼굴로 메뉴를 알아서 준비해 주는 동네식당, 이모저모 소식을 나누는 동네미용실, 아이들의 참새방앗간 같은 동네문구점, 창문 너머로 보이는 빵을 보면서 침을 삼키는 동네빵집들이 이제는 ‘임대문의’를 붙이고 공실로 남아있다. 동네상권이 자영업자의 몰락을 가져오며 무너지고 있어 식당은 배달플랫폼으로 주문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당일 또는 새벽 배송이 가능해지면서 우리가 소비하는 장소가 우리 동네만은 아닌 세상이 오게 된다. 생활상권을 기반으로 ‘골목경제 소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가까운 거리에 그런 상권이 있으면서 주민과 공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과의원은 건축법상 ‘근린생활시설 1종’에 개설 가능하다. 근린생활시설이라는 것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하는 건축물로, 주로 주거지역 근처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 소규모 상업 및 서비스 시설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에 개설과 관련하여 변경사항이 있어서 보건소에 변경신청을 하러 행정절차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너무 많은 규정의 변화로 여러 가지를 다시 검토하고, 공부해보다 보니 ‘최근에 개원하는 원장들은 참 고생이 많겠구나’라는
‘황금연휴’라 기대했는데 연휴 첫날인 개천절부터 한글날인 9일까지 가을 하늘은 우중충했다. 장마철처럼 비가 왔는데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구름에 가려 보름달을 제대로 볼 수 없었고 귀경길 도로는 비에 젖어 미끄러웠다. 그나마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여준 하루 남짓을 제외하면 연휴 내내 비가 내리거나 흐려 황금연휴를 맞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10월 중순임에도 비가 이어지면서 ‘가을장마’라는 말이 절로 나오고 있다. 원래 이 시기엔 고기압이 확장하며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월 들어 중부 지방은 7~8일, 남부 지방은 10일 이상 비가 내렸다. 서울의 경우 10월 초순 강수 일수가 평년의 두 배를 넘어섰다. 이런 이례적인 현상은 북쪽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오랜 기간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여름 장마처럼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비구름대가 머물면서 계절에 맞지 않게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구름대를 뒤섞어 대기 불균형을 일으키는 태풍이 올해 한 번도 우리나라에 근접하지 않아 유독 많은 비가 내린다는 분석도
캐나다 토론토대학 의학부의 W. Levinson교수는 의료현장의 다양한 주변요소들을 여성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빈틈없는 디자인의 연구결과로 보고했다. 현대보건의료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문제들, 소위 ‘medical overuse’와 의료분쟁이슈들에 대해 논리적인 설명과 설득력있는 해결방법들을 제시함으로써 학계와 정부의 인정받았다. 의료현장에서 불필요한 진료·검사·시술을 줄이기 위한 ‘의사-환자 소통’ 증진을 목표로 하며 2014년 시작된 CWC(Choosing Wisely Canada)라는 캐나다 의료교육캠페인의 주역이다. 올해 3월에는 병원의 수술실부문이 과도한 탄소배출의 범인이라는 환경 관련 보고까지 나선 적극적인 인물로, 90년대 이후 현재까지 Levinson의 연구 토픽들을 살펴보면 실로 다양하고 광범위하며 현실적인 주제들을 다뤄 왔다. Levinson은 일찍이 1997년 JAMA(미국의사협회지)에 기고한 ‘기본진료 시 발생하는 의료분쟁에서 의사·환자 간의 의사소통’이란 題下의 연구에서 의료분쟁을 당한 적 없는 의사들이 의료분쟁을 잦게 당하는 의사보다 평균 3분(mean,18.3 vs 15.0 min)을 더 진료 중의 대화에 할애한다고 보고했다. 여기서
치과신문 창간 32주년 특별판이 이번 호로 마무리된다. 지난 제1130호에서는 ‘개원가 AI를 만나다’를 화두로 최근 개원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경영 고민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음을 다뤘다. AI가 과연 임상 중심의 치과에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이도 있겠지만, AI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아 생활의 일부가 돼 있고 치과에서도 환자 안내문 작성이나 블로그 및 홍보성 문구 제작은 물론 환자 관리 등 경영 전반에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 환자 상담 및 마케팅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어 그 가치는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치과 진료 특성상 같거나 비슷한 진료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반복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AI를 활용한다면 환자 연령대 맞춤형으로 치료 과정을 쉽게 설명하는 안내문을 빠르게 완성해 상담 시 바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AI가 만능은 아니다. 활용할 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요즘 AI는 그럴듯한 거짓말을 잘한다고 한다.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생성된 정보들이 온라인상에 넘쳐나고 우리는 이를 ‘인터넷 쓰레기’라고 한다. 진짜 문제는 AI가 바로 인터넷 쓰레기까지 학습해 ‘진짜’인 것처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직접
전쟁영화 ‘퓨리’가 인기있었다. 2차대전 중 미군과 독일군의 전차전 영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전차대장 부사관 ‘워대디’는 신병을 포함한 5명의 전차부대원으로 적진에 투입되어 고군분투한다. 수차례 격전 끝에 전차는 파괴되고 대원들은 탈진했는데, 독일군 1개 대대와 맞닥뜨리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너희라도 산으로 도망가서 살라”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라며(이 대사에 뭉클한다) 홀로 전차에 남으려는 대장. 부대원들이 감복하고 모두들 자진 합류하여 양주를 나눠 마신 후 밤새 처절한 일전을 치른다. 결국, 신병만 살아남아 이튿날 미군 지원군에 구조된다. 치과 건물 재건축으로 세 달을 놀았다. 평소 70이 되면 은퇴를 생각했고 가족들도 동의했으므로 쉬면 좋을 줄 알았다. 일 할만큼 했고 더 일할 당위성도 없었다. 은퇴 배수진을 치고 공직도 응시해봤으므로 떨어져도 미련이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놀아보니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은퇴가 빨리 도래할 줄 몰랐고 막상 할 것이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었다. 울고 가던 단골 환자가 마음에 걸렸다. 때마침 말이 오가던 부동산 사무실에서 낮은 가격으로 새 건물에 임대 자리를 주겠다
지난 2024년 의정 갈등이 장기화되자 의사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당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사직 전공의 10명 중 2명은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는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며 의사들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일본 의사 시험(JMLE)에 서류를 제출한 인원이 상당수였고, 베트남의 외국인 의사 채용 시험에도 국내 의사 다수가 지원했다. 물론 베트남은 현지 면허 취득이 우선이지만, 병원 보증 등을 통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고 베트남 현지 병원에서는 한국 의사 채용에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장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낮은 수가 체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학술대회에 편성된 해외진출 강연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개최한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강연에는 우리나라 대형 병원에서 재직하다가 캐나다, 미국 등의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는 의사가 직접 나와 현지 업무와 처우 등을 소개했다. 응급의학과 특성상 정부 정책대로라면 개원하더라도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는 현실이 해외 진출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기존에도 의료
2023년 6월 어느 토요일. 4인의 남성 치과의사들이 모였다. 오후 4시경 동대입구역 지하철 출구. 진료를 모두 마치고 각자 치과에서 출발한 4인은 가벼운 일상복 차림. 너무 힘들지도 않지만, 산책도 아닌 남산 둘레길을 걷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둘레길을 오르고, 숲을 지나 계단을 오르며 헉헉거렸다. 중간에 쉬면서 남산타워 밑 전망대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세계적 명승지에 우리가 있던 것이다. 남산이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며 외국인들이 찾는 인기명소가 되다니 세상 참 신기하기도 하다. 어쨌든 계속 산을 오르며 땀이 흥건해지자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 미리 준비한 시원한 캔맥주를 나눠 마셨다. 작은 아이스팩을 가져갔던 수고로움이 정상에서는 온 세상을 가진 것 같은 청명함을 선사해 주었다. 내리막 길에서는 산을 오르며 얘기했던 수많은 주제가 발전하여 식사장소까지 계속되었다. 물론 근처 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은 필수. 치과경영이나 직원, 환자문제, 치과의사로서의 삶, 더 나아가 정치, 경제, 사회 문제까지 토론은 이어졌고 토요일 밤은 깊어만 갔었다. 이렇게 시작된 ‘서울 하이킹’ 모임이 한
세상은 AI 기반의 시대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치과계는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 검색만으로도 방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소규모 치과를 운영하는 원장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디서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야 할지 두려움 속에 고민한다. 이렇게 빠르게 바뀌고 있는 세상에 ‘맥가이버형 원장’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가장 먼저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해보니 되네”,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깨달음을 쌓을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잘 배울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 임상 술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 인력관리, 수리 등 소규모 치과의원을 유지하고 이끌어 가는 데 필요한 모든 사항을 찾아서 스스로 배우는 힘을 길러야 한다. 원장이 맥가이버가 돼야 한다. 1980~90년대 인기 TV 시리즈였던 ‘맥가이버’는 주제가만 들어도 기억나는 액션 드라마로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피닉스 재단 소속 첩보원 맥가이버의 활약상을 그렸다. ‘007’로 대표되는 기존의 스파이물에 나오는 첩보원과 달리 맥가이버는 화학이나 물리학의 기본 지식을 이용해 기발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설정이었다. 맥가이버는 뛰어난 과학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9월 3일, ‘2025년 비급여 진료비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는 치과뿐만 아니라 의료 전반의 영역을 아울러 다루고 있다. 환자를 의료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치료비 공개와 비교로 인한 가격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이 자료가 공개된 후 “같은 치료인데 병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부르는 게 값”이라는 등 한심하고 자극적인 기사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보면 여전히 그 우려는 남아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분야를 막론하고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받아왔다. 적어도 선택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부정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이미 2년째 시행 중인 제도를 없애려면 분명한 이유가 필요한데, 그 명분을 만들기는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이미 시작되어버린 비급여 진료비용 자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이 자료는 자율적으로 작성·제출한 것이다 보니, 현장과 괴리가 있을 수 있어 신뢰도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의 로우 데이터에 가까운 만큼 추세를 가늠하는 정도의 의미는 충분히 있겠다. 심평원 홈페이지를 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하며 K-문화의 위엄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K-POP 걸그룹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K-POP과 악귀 퇴치라는 상상치 못한 조합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한마디로 노래로 악귀를 물리치는 ‘K-무당즈’라는 독창적인 설정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놀랍게도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다.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했고, 한국계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손잡은 글로벌 협업의 산물로 동서양의 감성을 절묘하게 결합했다. 케데헌이 글로벌 열풍에 휩싸인 이유는 K-POP과 판타지, 동양적 정서를 제대로 녹여낸 스토리와 세련된 연출이 어우러진 결과다. K-POP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애정에 우리나라의 무속신앙이 절묘하게 결합한 작품이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도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작품 속 ‘헌트릭스’가 라이벌 그룹 ‘사자보이즈’와 대결구도로 팬들을 악령으로부터 지키는 서사는 K-POP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아이돌 그룹 간의 경쟁을 판타지적으로 변주해 전 세계의 흥미를 자극했고
초여름의 SIDEX, 가을의 GAMEX를 비롯한 치과계 학술전시행사는 치과의사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소중한 자리다. 훌륭한 연자의 임상 강의와 최신 기자재 체험은 전문성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온라인 시대에 드물어진 선후배 간의 만남도 또 다른 의미를 더한다. 오는 9월 13~14일 열리는 GAMEX 2025를 두고 이선장 조직위원장은 “GAMEX의 본질과 정체성은 정책을 논의하고 변화를 공유하는 공론의 장”으로 정의했다고 한다. 단순한 학술·전시 행사가 아니라, 치과계의 미래를 모색하는 장이라는 뜻이다. 필자 역시 5년간 경기지부 회장직을 수행하며 학술전시회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한 바 있다. 행사 준비에 투입되는 지부 임원들의 막대한 노력이 단순히 ‘전시 부스 확대’나 ‘등록 인원 증가’라는 외형적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치과계 현안, 특히 젊은 세대가 직면한 절박한 문제를 제안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취지에서 GAMEX는 그동안 정책포럼을 통해 치과계 난제를 다뤄왔으며, 올해는 필수과목 강연이라는 형식을 통해 핵심 과제에 접근하려 한다. 2019년부터 시행된 ‘필수과목 이수 의
우리나라에서 흔히 ‘별다방’이라 부르는는 ‘스타벅스(Starbucks)’는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다. 본사는 미국 시애틀에 있으며 최초의 스타벅스 매장은 1971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커피 원두를 판매하는 소매점에 불과했지만, 1987년 하워드 슐츠가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커피 전문점으로 변모했고,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 ‘스타벅스’라는 이름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초기 창업 멤버였던 제리 볼드윈, 고든 보커, 지브 시걸은 상호명을 고민하다 미국의 대문호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등장하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인공들이 탄 고래잡이 배의 이름인 ‘피쿼드(Pequod)’를 고민했지만, 어감이 좋지 않아 최종적으로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을 선택했다. 소설 모비딕에서 스타벅은 에이헤브 선장의 맹목적인 복수심에 맞서 유일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목소리를 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강인함과 모험심,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확장성 등을
몇 달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둘째 딸이 아내에게 “아빠는 에겐남이야?”라고 묻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에겐남’이라는 단어가 낯설었지만, 지금은 모르는 이가 드물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 MBTI만큼이나 M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테토녀’와 ‘에겐남’이다. 테토와 에겐은 각각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을 줄인 말이다. 단순히 ‘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좀 더 정확히는 테토 성향은 이성적이고 현실적이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유형을, 에겐 성향은 공감 능력과 감수성이 뛰어나고 배려심이 깊은 유형을 지칭한다. 언뜻 재미있는 유행어 정도로 보일 수 있으나, 이 말이 사회 전반에서 유행한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성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고, 소통방식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 또한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치과 진료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원장님이 알아서 잘 치료해주세요”라고 하던, 소위 ‘오마카세’식 진료를 선호하는 환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치료 방식을 선택하며, 의료인의 설명과 배려를 당연한 권
“신이시여, 노여움을 노래하소서,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노여움을.”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는 이렇게 시작된다.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에서 쓰였지만,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읽히고, 또 읽히고 있다. 누구에게나 숙명의 숙제 같은 책이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 같은 작품들이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문화적 배경과 철학적 의미까지 이해해야 하기에 항상 엄두가 안 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중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 서사시다. 유럽 문명 최초의 고전 문학이자 ‘오디세이아’와 함께 고대 그리스와 이후 서양 문명의 문학, 예술, 문화에 큰 영향을 줬다. 호메로스가 저자라고 전해지지만, 창작한 작품이 아니라 옛날부터 전해지던 이야기를 편집했다고 여겨지며 정확히 언제인지도 모를 시기에 문자로 기록된 그야말로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일리아스’는 그리스 신화의 전설적인 트로이아 전쟁 중 51일간의 이야기다. 트로이아의 왕자 헥토르와 그리스 연합군의 전사 아킬레우스,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인간의 원한과 복수,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할지언정 명예로운 삶과 죽음
기억하기로 연세치의학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것이 10여 년 전이었고, 지난해 서울대치과대학이 100주년을, 또 서울대치과병원이 지난 10월 14일 ‘서울대치과병원 100주년, 특수법인 20주년 기념식’을 열고 새 비전과 미션을 선포했다. 100주년을 맞아 새롭게 수립한 미션은 ‘서울대치과병원은 치의학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든다’로 선포했다. 비전은 △따뜻한 인성과 최고의 실력을 겸비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 △임상의 연구성과로 세계 치의학의 지평을 넓힌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장 신뢰받는 치과병원이 된다 △사회적 포용을 실천해 건강한 변화를 이끈다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로 열린 소통과 협력 문화를 공유한다 등이었다. 병원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새로운 100년을 위해 서울대치과병원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함께 수립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서울시치과의사회 100주년의 역사를 성대하게 기념했다. 현재 국내에는 면허취득자 3만7,000명, 활동치과의사 3만여 명, 그리고 전국 치과의원 1만9,000개소 등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동시에 세계 치과의료기기 점유율 15%의 치과의료강국으로 발돋움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