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 유명한 심리학자 이호선 교수가 강연시간 마지막에 강조하는 말이 “힘든 일은 너에게…”이다. 얼핏 들으면 이기적인 듯한 뉘앙스의 문구이지만,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구이기도 하다. 얼마 전 베스트셀러였던 ‘미움받을 용기’에서 작가가 이야기한 타인의 눈에서 벗어난 자존감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녀는 강연에서 마음이 힘든 사람들 다수가 슈퍼맨처럼 주변 사람들의 모든 일을 떠안고 해결해야하는 의무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떨치고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이 힘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과 타인의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산다. 자신의 일과 타인의 일을 구분하는 한 가지 방법이 “힘든 일은 너에게”이다.
우리는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자신의 일 외에도 가족이나 동료 일을 선의로 돕든지 강요당하게 되어 있다. 자신의 능력이나 체력을 넘는 일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스트레스는 내면으로 들어가고 심리적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어떤 형태로든 심리적으로 소화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간 스트레스는 씹지 않고 삼킨 음식물 덩어리처럼 마음에 짐이 되어 표면적으로 잊을 수는 있지만 내면에서 저절로 사라지는 일은 절대 없다. 마음이 힘든 사람은 두 가지를 하여야 한다.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공급을 차단하는 것과 이미 안에 들어있는 것을 뽑아내는 과정이다. 필자가 한 강연장에서 누군가의 질문을 받았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이에 필자는 “당신 마음속에 누군가 미운 사람이 있습니까? 그 사람을 그냥 스트레스라고 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종교에서는 ‘용서’라는 표현을 하였고, 심리학에서는 ‘내면 스트레스 원인 제거’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 교수의 “힘든 일은 너에게…”라는 문구는 참으로 탁월성이 있다. 우선 마음의 방향을 타인에게서 자신에게 돌린다.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식, 배우자, 부모, 친구, 회사 동료, 상사, 연인 등 타인으로부터 유래된 스트레스를 줄이는 시작은 그것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부터다. 사랑하고 보호해주어야 할 사람으로 인한 힘든 일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젠 본인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음을 가르쳐준다. 부모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식들을 놓아주어야 한다. 부모는 노후를 준비하고 자식들에게 집중되었던 삶을 자신에게 돌려놓아야 하며, 또 자식들은 부모에게 의존하였던 삶을 독립된 객체로 시작해야 한다. 직장에서 후배나 직원을 믿고 맡겨주는 상사가 최고이다.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참견하는 이는 결국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상사로부터, 동료나 친구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부당하거나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부탁이나 요구를 받았을 때 과감하고 당당하게 거절하라고 “미움받을 용기”는 가르쳐준다. 무엇인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나면 그것 자체가 스트레스의 시작이니 이성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수용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힘든 일은 너에게”는 늘 그렇게 살아왔고 삶 자체가 이기적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말이 아니다. 입 밖으로 힘들다고 한마디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을 위한 말이다. 주변 사람들의 일을 묵묵히 모두 해결해주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 충실하지 못한 해결사들을 위한 말이다. 자식이나 배우자나 회사나 연인 등을 위한 삶이 자신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말이다. 타인을 향해 있는 마음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리고 자신이 행복해지면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진다. 타인의 행복을 통한 이차적 대리행복이 아닌 자신의 행복을 타인에게 나눠주는 주체적 행복전도가 모두를 궁극적으로 행복으로 이끈다. 물론 이기심과는 다르다.
자신의 행복이 주변 사람들 행복의 시작이다. 이는 내가 부자면 자식들이 돈 걱정을 안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