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젊은 연예인이 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일이다. 기사 내용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5개월 전에 이미 한 번 시도를 했었다는 내용이다. 주변에서 좀 더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을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메커니즘은 우선 우울에서 시작된다. 지속된 우울은 절망을 유도하고 절망이 자살시도를 하게 한다. 우울증의 대가인 아론 벡은 우울증 척도(BDI :Beck Depression Inventory)와 절망감 척도(BHS:Beck Hopelessness Scale)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정상인에게 사용 가능한 것이 BDI이고, BHS는 우울하거나 자살을 한 번 이상 시도한 사람에 대한 척도로 일반 정상인에 대한 척도는 아니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론 벡은 우울증 치료에 인지치료를 도입하면서 유명한 10가지 인지왜곡에 대해 말했다. 인지왜곡(오류)은 현실과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이유가 인지하고 인식하는 것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지하는 부분에서부터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이 인지치료이다. 인지는 모든 사람마다 과거 경험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려서 비둘기에 놀랐던 사람은 비둘기를 평화의 상징으로 인지하지 않고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우울을 지닌 사람들이 나타내는 10가지 대표적인 인지오류가 있다.
1.정서적 추론 :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하여 자신, 세상, 미래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것. 예)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서 아무런 희망도 없고, 사태는 나빠질 것이다.
2. 과도한 일반화 : 한두 가지 사건을 확대해석해 무리한 결론을 내리는 것. 예) 처음 본 맞선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느끼면서 상대가 무조건 선한 사람이라 믿는 것.
3. 임의적 추론 : 비논리적이고 독단적 추론이란 아무런 관련도 없는 문제들 사이에 부당한 관련을 짓는 것. 예) 문자에 답변이 없으면 의도적으로 회피한다고 생각함.
4. 이분법 사고 : 모든 일을 흑 아니면 백으로 보며 회색지대는 인정하지 않는 것. 예) 완벽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5. 극대화 극소화 : 어떤 일에 대해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
6. 파국화 : 재앙화라고도 하며 미래에 대해 현실적인 어떤 다른 고려도 없이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는 것.
7. 개인화 : 자신과 무관한 특정한 사건이나 상황을 자기와 결부시켜 해석함. 예) 시험에 떨어져서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8. 선택적 추상화 : 중요한 것은 무시하고 부분적인 것으로 전체를 확대해석함.
9. 잘못된 명명 : 낙인찍기로 어떤 사람의 한 가지 행동이나 부분적 특징으로 상황 전체를 단정하는 것. 예) 술 한 번 먹었다고 술고래라고 칭함.
10. 긍정격하 : 자신의 긍정적인 경험이나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낮추어 평가하는 것. 예) 시험을 잘 본 것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상 내용을 살펴보면 일반 사람들도 한두 가지는 해당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한두 개를 넘거나 혹은 한두 개라도 심하다고 생각되면 우울증척도(BDI)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우울은 단순히 감정만의 문제로 나타나지 않고 두통이나 무력감 등으로 왜곡돼 나타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불안 증세나 자극에 과민(예민)하거나 분노하기 쉽게 나타나기도 한다. 우울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울에 준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우울감 지속은 절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정신적 의지처가 신과 가족이었다. 신을 두려워하던 시절엔 모든 것이 신의 뜻이었다. 하지만 몇 분 후에 버스나 기차가 도착하는 것까지 가르쳐주는 구글이 신의 영역을 많이 대치한 현실에서는 정신적인 의지처로서 신의 역할이 많이 약해졌다. 가족도 핵가족화 현상과 대화단절로 정신적 의지처보다는 스트레스 원천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혼자인 것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고립되기 쉬워 우울하기는 쉽지만,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인과 주위 친한 이들로부터 인지오류 변화를 감지하면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