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79)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미국에서 온라인 강의만 듣는 유학생은 유학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발표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그 원인이 코로나 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대학들이 임시로 조치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모두 배제하고 원칙적인 것을 내세워 발표한 것이다. 이 일을 보면서 한 책이 생각났다.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작가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 악의 화신이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 미칠 영향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행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타인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발표는 법적으로는 옳을 수는 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발표였다. 아마도 발표 이전에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되지 않았거나 피드백되지 않았거나 잘못을 검증하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든다. 자신들이 행하는 행동이 몇 년을 준비해온 유학생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표였다. 물론 유학생 자금으로 학교 재정을 충당하는 학교에 대한 고려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버드 등 명문대학들의 강한 반발로 급하게 취소됐지만, 이것이 단순히 이 부서만의 해프닝인지 아니면 미국 전 행정부의 태도인지,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논리에 입각하면 지금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상식을 기반으로 움직이기보다는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트럼프가 America First를 외치면서 미국의 모든 기조가 상식보다는 힘으로 변했다. 상식은 상황을 판단해야 하지만 힘의 논리로 가면 상황보다는 단순한 옳고 그름으로 변한다. 주어진 대로 자신이 하는 일을 생각 없이 충실하게 하기만 하면 옳게 된다. 과거 독일에서 히틀러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충실하게 수행한 것뿐이라서 사람을 수백만 명을 죽였지만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한 아이히만의 논리이다. 자신이 행하는 일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이 단순히 열심히 하다가 도덕과 윤리에 상반되면 악이 된다. 한나 아렌트는 이것을 ‘악의 평범성’이라 정의했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이번 사태는 아이히만처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일만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이고 검증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에서 나왔다고 생각된다. 물론 생각이 있는 자가 반론을 제기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상식의 소리가 묻혀버릴 분위기나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건강한 사회란 상식이 통용되고 소수의 의견이 반영되고 차별받지 않는 사회이다. 미국의 유학생 정책은 원래 다른 나라 유학생을 공부시켜 귀국시키고, 그들이 그 나라의 사회적 지도자가 되게 해 미국에 호의적인 국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미국 유학생 정책은 단순히 대학 재정만의 문제가 아닌 중요한 국가 미래를 위한 외교적인 포석이었다. 지금 미국 유학담당자들이 그런 기본 원칙도 모르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발표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심쿵했을 유학생들은 미국을 다시 보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현재 미국이 있기까지 과거에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요즘 미국이 보이는 모습은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현재의 힘만 자랑하는 듯하다. 지금 심쿵한 유학생들이 각 나라에서 지도자가 되는 20~30년 뒤를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다. 트럼프가 외치는 America First를 들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각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미국에 대할 태도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상대의 이익을 생각하면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면 모두가 적이 된다. 개인이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나라 유학생들을 무료로 공부시켜주면서 얻은 신뢰가 지금 세계 유일한 최강국을 만들어 주었다. 그런 노력을 잊어버리고 이젠 미래가치인 유학생들의 호감을 반감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물이고 미래는 현재의 결과물이다. 20~30년 뒤 미국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