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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빨리 봐주세요”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80)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실장으로부터 초등학교 환자가 학원시간 때문에 빨리 봐달란다는 전갈을 받았다. 빨리 진료를 마치고 예약을 잡는데 4주 안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5주로 잡아도 되냐고 물어왔다. 코로나로 학교도 안 가는데 무슨 일이냐 물어보니 실기형 학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여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필자가 젊었던 시절에는 빨리해달라는 환자를 보면 화가 났었다. 치과 진료 특성상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시간이 달라지는데 획일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하지만 이제는 분노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든다. 어려서부터 놀지 못하고 바쁘기만 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러셀은 ‘행복의 정복’에서 아이들에게 심심함(boredom)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 했다. 아이들은 심심해야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그것이 나중에 창조력으로 발전된다고 하였다. 쉬는 시간이 하나도 없이 바쁜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기보다는 안타깝다. 최근엔 빨리 봐달라는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일반 생활에서도 빨리라는 표현을 예전보다 잘 듣지 못한다. 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순서나 기다림에 익숙해진 이유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사회가 빨라진 탓도 있다.


90년대 후반 이메일이 보급되기 전까지는 편지나 팩스를 사용했다. 90년대 초 건강보험청구를 도트프린터로 출력해 제출하던 시절에는 출력을 걸어 놓고 다음날 출근해 정리하였다. 출력에 몇 시간이 걸리던 시절이었다. 그것이 어느 날 CD로 대체된 것만으로도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지금은 EDI로 클릭 한 번에 끝난다. 우리 사회에서 시간은 그렇게 획기적으로 짧아졌다. 송금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초에는 직원봉급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 후 전화로 하는 텔레뱅킹이 나오고, 인터넷뱅킹이 나오고, 이젠 스마트폰으로 송금할 수 있다. 텔레뱅킹으로 송금하면 30여분 걸리던 것이 이제는 10여분이 채 걸리지 않고 카카오뱅크를 사용하면 1분도 걸리지 않는다. 빨라진 세상 속에서 ‘빨리’라는 표현이 사라져간 이유다.


코로나로 인해 모처럼 차를 몰고 여름휴가를 떠났다. 서울을 벗어나면서 처음 느낀 생각이 지방으로 갈수록 신호등 바뀜이 느린 것이었다. 불과 몇십 초 차이일 텐데도 돌아오는 날까지 적응되지 않았다. 빠름에 익숙하니 느림이 불편했다. 이번 여행에서 의대 기초학교실 교수인 후배를 만났다. 도심에서 벗어난 근교 한옥에 차려진 찻집 대청마루에 앉아 차를 마셨다. 머리가 허연 원로교수님이 되셨지만, 학창시절인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생각과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장맛비를 보며 대청마루에서 옛 벗을 만나 나눈 대화와 분위기는 쌍화차 맛을 못 느낄 만큼 좋았다. 서로가 각자 살아온 길도 경험도 달랐지만 결국 같은 생각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음을 알았다. 헤어질 때까지 느림과 변함없음을 즐겼다.


‘빨리’는 가치기준이 현재가 아닌 미래에 있는 단어이다. 현재를 희생시키고 미래를 추구한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현재이고 미래는 언제나 나중이다. ‘빨리’를 생각하는 한 절대로 현재에 충실하기 어렵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현실을 희생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미래에 매달려 현실을 희생시킨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빨리 대학생이 되길 바랐고, 대학 시절에는 빨리 대학을 졸업하기를 바랐다. 공보의 시절도 수련의시절도 빨리 끝나기만 바랐고 유학 또한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개원 시절에는 어느 날 체력이 힘들기 시작하면서 근무가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근 40~50년을 미래가 빨리 오기만을 바라며 살았다.


미래는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오고 또 미래를 기다리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늘 그리고 지금에 충실하면 되는 것을 아는 데 멀리 돌아왔다. 현재는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 미래보다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빨리’가 미래인 것을 아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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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편집인 칼럼] 전문지의 중요성
올해로 치과신문이 창간 27주년을 맞았다. 소규모 개원의 비율이 90%가 넘어 정보 단절 경향이 큰 특성상 치의들은 치과계의 흐름이나 동향을 전문지를 통해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회원 대다수가 개원의인 서울지부는 이러한 회원들의 요구를 반영해 신문을 창간했고, 치의들의 삶과 치과계 대소사를 담아 문화(文化)로써 가꾸어온 바 있다. 이 의미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정보는 확장되고, 매개체인 ‘기사’를 생산하는 ‘미디어, 언론’의 역할은 증대되고 있다. 30여년 전 PC산업의 도약에 따라 사람들은 앞으로 종이는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하지만, 프린터 보급에 따라 도리어 종이 사용량은 늘어났고, 창작물의 생산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기에도 그랬지만, 스마트폰이 보급을 확산하는 시기였던 2000년대 후반에도 종이신문을 비롯한 언론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IT 기기의 확산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보처리능력이 확장된 것인 만큼, 치과신문이 창간한 27년 전과는 비할 바 없이 많은 정보를 소화하게 돼 ‘언론의 가치’는 더욱 더 커졌다. 치과계도 과거에는 일개 사안이 전국으로
[치과신문 논단] 워킹 우먼을 넘어 원더 우먼이 되어야 하는 현실
지난달 29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에서 예비 회원들을 위한 멘토&멘티 만남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후배들이 궁금해하는 몇 가지 질문을 사회자가 받아 멘토들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코너가 관심이 높았다. 특히 육아와 일의 양립에 관한 질문에서는 저마다 할 얘기가 많은 것 같다. 막상 출산을 하고 육아의 길에 들어서면 초보 엄마의 일상은 눈물 범벅에 갈팡질팡의 연속이다. 새내기 개원 의사라면 병원일과 육아, 가사노동에 번아웃이 될 정도다. 공부에 치이고 늘 잠이 부족했던 본과나 수련의 시절이 행복했다는 넋두리를 한다. 일과 육아를 어떻게 균형 있게 해야 하냐는 아우성에 선배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아이의 성장기에 따라 처방을 내려준다. 그러나 선배의 충고는 개인차가 있고, 처한 환경이 서로 달라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주변에 육아를 보조할 막강한 서포터가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이다. 대신 할머니, 이모, 보육도우미, 어린이집 등에 아이를 맡기고, 그들이 서운하지 않게 세심히 관리하는 부담과 마음 졸임은 감내해야 한다. 출근해서는 진료, 공부, 직원 관리 등 다재다능한 의사로 변신해야 한다. 의사로서 혹시 동료에 뒤처질까 틈틈이 공부하고,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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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경영지원 10년차, 김부장이 전하는 치과생활 리얼 스토리 - 마지막회
가정이든 직장생활 속에서든 누구나 힘든 일은 있습니다. 특히나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인간관계나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직장생활 잘하는 법은 누구에게나 고민일 것입니다. 2014년에 방영되었던 직장인의 교과서 ‘미생’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사람이 전부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사람이라고요. 일을 하는 사람, 일을 만들 줄 아는 사람.” ‘회사 간다’라는 건 내 ‘상사’를 만나러 가는 거죠. 상사가 곧 회사죠. 상사가 좋으면 회사가 천국. 상사가 좋지 않으면 회사가 지옥. 직장생활에서의 힘듦은 8할이 인간관계의 힘듦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는 좋아하는 찌개도, 좋아하는 음료도, 좋아하는 동물도, 좋아하는 최애(最愛)도 다른,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늘 즐겁게 지낼 수는 없겠죠. 직장생활의 인간관계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경험했던 인간관계와는 굉장히 다른 새로운 분위기의 인간관계입니다. 이해관계로 얽힌 인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 때문에 친해졌다면 술이 없으면 깨지는 인연, 돈 때문에 맺어졌다면 돈이 없으면 깨지는 인연. 이해관계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