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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아직 멀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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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484)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태풍 ‘마이삭’이 또 올라오고 있다. 아침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여니 메일 한 통이 들어와 있다. 유학 시절 같이 공부한 치과교정과 일본 동기로부터 강한 태풍이 한국을 또 지나가는데 별일 없기를 바란다는 안부 메일이었다. 아마도 뉴스에서 이번 태풍이 매우 강하다고 들은 모양이다. 유학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걱정해주는 그의 마음이 고맙다.


지난번 태풍 ‘바비’ 때 일이다. 태풍 영향권에 들어온다는 소식에 야간진료를 좀 일찍 마치고 귀가를 서둘렀다. 늘 비어있던 지하 2층 주차장을 내려가니 이미 태풍을 피하기 위한 차들로 거의 만차였고 대여섯 군데 빈 곳이 보였다. 그런데 빈 주차 공간마다 차선을 침범한 차로 주차는 어려운 상태였다. 겨우 주차하고 뒤돌아 나오는 데 주차는 하기 어려운 여러 빈 곳이 보여 씁쓸했다.


순간 세 가지 이유가 생각났다. 우선 화장실이 매우 급해 대충 주차하고 잊어버린 경우다. 필자가 믿고 싶은 가능성이다. 다른 경우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하고 평소에 하던 대로 했든지 아니면 그대로 그냥 방치한 경우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은 옆에 차가 있으면 승하차가 불편하고 자신의 차에 흠집을 낼 것이 싫어서 타인의 주차를 방해할 목적으로 일부러 주차선을 침범한 경우다. 가장 슬픈 의도로 아니길 바라는 경우다. 원인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결과적으로 주차할 수 없는 공간이 여러 곳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단적으로 본 것이다.


1995년 일본 유학 시절, 필자는 공공 주택 단지에 거주했다. 수입이 적거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민센터에서 매년 빈집을 추첨해 배정했다. 유학생은 수입이 없는 까닭에 공공주택을 배정받고 생활할 수 있었다. 당시 일본 어느 지역, 어느 주차장에도 차선을 침범해 삐딱하게 주차된 것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공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초등학교부터 시종일관 강조돼온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아파트 주차장 차들의 30~40%가 외제차다. 경제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보인다. 그런데 주차된 차들이 보여주는 시민의식은 안타까움을 준다.

 

25년 전 일본 주민들이 보인 주차장 시민의식에 2020년인 지금도 못 미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치 껍데기는 비슷한데 내용물이 다른 느낌을 받으며 “아직도 멀었나…”라는 말이 뇌리를 맴돌았다. 공동 집합건물인 아파트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인 질서가 주차 배려다. 그것을 무시한 사람이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란 것은 우연이라 생각하기 어렵다. 아직 시민의식이 선진국 수준까지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이 되는 여건에 국민소득 3~4만불이 외적인 조건이지만 내적인 조건이 될 수는 없다. 국민의 전반적인 시민의식이 성숙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최소한의 배려가 늘 지켜질 때 시민의식이 성숙하고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주차장 모습을 보고 이젠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던 필자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필자의 입에서 그냥 튀어나왔던 “아! 아직 멀었나…”가 맞다고 생각한다. 아직 우리 시민의식은 딱 주차장만큼이다. 100여 대 중 4~5대는 삐딱했다. 5%는 시민의식이 없다. 물론 그들이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선량한 95%는 시민의식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100명 모두 정확하게 주차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공공 주차장에서 삐딱한 차가 한 대도 없을 때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어려운 까닭이고, 그리되기 위해 끊임없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많은 교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100점과 95점의 차이이다.


마이삭이 상륙했을 때는 주차장에 삐딱한 차가 없어서 필자의 생각이 틀리기를 기대해본다. 경제적으로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였지만, 아직도 시민의식은 따라오는데 힘들어하고 있다. 교육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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