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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혼란의 시대에 잘 살기, 잘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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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때에도, 그 덕분에 가능한 일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예를 들면 자가 격리를 경험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뱉어내는 “아픈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힘들었다”는 고백을 들으면서, ‘아,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구나’ 같은 깨달음을 갖게 된다든가. 원망하고 탓하는 거센 파도 가운데도 서로를 위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잔잔한 감동처럼 말이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공개되던 공연이나 강의가 대중에게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는 것도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 역시 이 기회에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심리학 강의를 청강할 수 있었다. 이름하여 ‘웰빙의 과학(The Science of wellbeing)’이다. 산토스 교수가 2018년에 시작한 이 강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예일대 학생들 4명 가운데 1명이 들을 정도의 유명세를 누렸다. 강의에는 행복에 대해 우리가 잘못 갖고 있는 생각들, 행복할 거라고 기대하는 데 있어서 우리가 얼마나 엉터리 같은지, 어떤 것들이 우리들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드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좋은 집에 살거나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집에 살아보거나 그 대학에 합격해서 다니다 보면 우리는 금방 그에 적응하기 때문에 처음 기대한 것처럼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적응하게 될 거라는 걸 우리들은 새카맣게 모르고 있기 때문에 복권에 당첨되는 일 이후 아주 오랫동안 행복할 거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막상 복권에 당첨된 뒤에는 그 상태에 적응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몇 달만 지나도 행복감이 평균 수준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행복하고 싶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눈에 보이는 것에는 그만큼 적응이 더 빨리 되기 때문이다.

 

500만원짜리 시계를 살 것인가, 500만원짜리 여행을 갈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시계는 오래 가니까’라고 생각해서 시계를 택한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행복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여행은 그 시간이 지나면 끝나버리기 때문에 적응될 틈이 없어서 기억 속에서 행복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효과가 있다.


비교가 사람들을 얼마나 어리석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하버드대 학생들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유명한 연구가 소개된다. 5만 달러의 연봉과 10만 달러의 연봉 가운데 자기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많은 쪽을 택해야 하는데도, 그 똑똑하다는 하버드대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5만 달러 연봉을 선택한다. 왜일까? 내 연봉이 5만 달러일 때 다른 사람들은 연봉이 2만5천 달러이고, 내 연봉이 10만 달러일 때 다른 사람들 연봉이 20만 달러라는 조건을 두었기 때문이다. 두 배나 많은 수입을 포기할 만큼 사람들은 비교에 형편없이 약하다.


이 강의가 인기를 끈 이유 중에는 행복에 대해 연구 대상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도록 숙제를 내준다는 것에 있다. 돈을 주고도 못 산다는 게 행복인데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연습까지 시켜준다니 혹하지 않은가? 그런데 매주 주어지는 행복의 연습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예일대학교’라는 태그가 붙으니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틀린 것이 없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교회 모임 등에 참석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수없이 들어봤을 법한 과제들이 주어진다.

 

첫 번째로 소개된 행복해지는 연습은 매일 감사 일기 쓰기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매일 저녁 5~10분 정도의 시간을 내서 감사하는 것 다섯 가지를 적어보는 것이다. 엄청난 일도 좋고, 자잘한 일도 좋다. 그렇지만 실제로 ‘글로 적어야’ 한다. 주의를 기울여서 감사의 감정을 경험해야 한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면 고마운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 이름을 적어보는 식이다.

 

 

그 외 행복해지기 위한 훈련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친절: 일상적으로 하던 것 외에 매일 하나씩 친절한 행동을 하기, 다른 사람을 실제로 돕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 사회적 연결: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내가 마음 쓰고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들여서 진정성 있게 연결하기.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심지어 길에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도 충분히 기분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와는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약간 불편하게 들리긴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길을 가는데 말을 시키면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약간 변형해서,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평상시보다 더 친절하게 인사 한마디를 덧붙이는 정도도 좋을 것이다.


■ 마인드 컨트롤: 명상-우리 마음을 빼앗아가는 온갖 생각들로부터 주의를 돌려서 특별한 한 점(single point)에 집중하는 연습이다. 이 한 점에는 자신의 호흡, 신체 감각, 특별한 생각(감사합니다 또는 사랑합니다 같은) 등이 들어간다. 이 역시 하루에 10분만 시간을 투자해도 충분하다고 한다.

 

어떤가? 필자는 마치 수능 만점의 비결을 물었더니 학교 수업 열심히 받고, 예습과 복습을 충실히 했다는 모범 답안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의의 처음과 마지막에는 현재 경험하고 있는 행복도를 점검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자가테스트가 있다. 진료실에서 간단한 테스트를 할 때에는 그에 대한 신뢰를 엄청나게 보이는 필자도, 막상 나의 행복도를 점검하면서는 ‘과연 이렇게 임의로 체크하는 게 신뢰성이 얼마나 있을까?’, ‘처음 대답할 때나 나중에 대답할 때나 거기서 거기, 비슷하게 대답한 것 같은데?’ 같은 삐딱한 생각을 하게 됐다. 테스트 결과, 약간이긴 하지만 강의를 듣기 시작하던 초반에 비해 많은 영역에서 행복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왔다. 이것이 정말로 필자가 강의를 통해 더 행복해져서인지, 아니면 행복이라는 감각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해졌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 행복에 대한 강의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것이 행복에 목마름을 느끼는 사회현상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한 생각과, 그럼에도 팍팍한 이 시대에 단순히 살아남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남고 잘 살기까지 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잘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웰빙이니까.

 

문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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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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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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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