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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나눔은 치유의 시작이다 치과의사 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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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희 기자 jsplantory@gmail.com

 

“낯선 이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나그네들의 기억에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고마운 나라이길 바랍니다.”

 

낯선 땅,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그 중에서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관련법과 처우가 많이 좋아졌다지만, 특히나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30년 가까이 무료 진료 봉사를 해온 치과의사 장단 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며 봉사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새 희망이 절실한 곳에 섬기는 마음 하나로!
스스로를 모범생이었다는 장단 원장. 막연하게 어려운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중학생 때부터 했었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고등학생 때 예수님도 아픈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기도 했다는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의대 진학을 꿈 꾸었고, 합격하면 어려운 이들을 위한 치료 봉사를 하겠다는 기도가 더해지면서 이 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되었어요. 의대와 치대 두 군데 원서를 냈는데, 치대에 합격하면서 치과의사로서의 삶이 시작되었죠.”

 

사실 치대 본과 1학년 시험기간 무렵은 너무 힘들었던 시기여서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를 필요로 하는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 섬김하겠다는 마음을 되새기며 힘든 시기를 견뎌내었다.

 

“돌이켜보면 저의 어린 시절 역시 굴곡이 많았어요. 20년 이상 교편을 잡으셨던 아버지께서 불공평한 처우로 그만두시고 이민을 준비했어요. 고향 부산을 떠나 서울로 와서 미국 비자까지 받아두었는데, 베트남전이 발발하면서 우리 가족의 이민이 무산되었죠. 그때 갔다면 아마 저 역시 이민자 가족이 되지 않았을까요? 이민 준비하면서 정착한 낯선 서울에서 온 가족이 고생을 좀 했어요. 어찌 보면 저희 부모님께는 하나뿐인 아들의 치대 합격이 어두운 터널 같던 서울살이의 작은 희망빛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린 나이 때부터 타지에서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체감했던 그는 타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그는 먼 이국에서 새 희망을 찾아 떠나온 이방인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자 노력한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희년선교회에서 섬김 봉사를 하고 계시는 선교사 말씀에 따르면 이 땅에서 같은 나라 배우자를 만나 자녀까지 낳고 살다가 가정 파탄에 이르는 비율도 높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의료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통해 그들이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게 필요하다고 봐요. 저 역시 함께 봉사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감사할 따름이구요.”

 

그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는 구로공단의 경우, 특히 불법체류자들은 아파도 평일은 밤늦게까지 일하고, 일요일은 휴진하는 병원이 많으니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한다. 시간도, 돈도 없고 언어 소통 역시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주로 3D업종에 종사하니 사고가 잦고, 산재보험 적용은 안 되니 회사 차원에서의 치료비를 지원받거나 공제는 꿈도 꾸지 못한다.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되고 있다지만 1990년대 초에는 더 심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이러한 상황들을 안타깝게 여겼던 신학생이 1990년대 초에 구로공단에 개척교회를 세우면서 인하대학교 의대생의 진료 봉사로 먼저 시작하게 되었고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장단 원장이 치과 진료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결국 하나! 또 하나의 고향이 되길…

1991년 시작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신앙공동체 희년선교회는, 희년의료공제회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총체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한국 사회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 인간적 연대와 사회적 통합에 힘을 쓰고 있는 단체다.

 

“(사)국제민간교류협회를 구심점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희년무료진료소 및 희년의료공제회의 경우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서 매주 일요일 오후 내과, 치과, 한의과 등 40여 명의 전문의와 10여 개 의과대학 의대생들이 동참하여 진료하고 있어요. 특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상호부조형식의 민간의료공제회를 운영하여 협력체결된 많은 대학병원, 종합병원, 의원에서 저렴하게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그 밖에 희년외국인상담소 및 쉼터(난민, 임금체불, 산업재해, 이직, 근무지갈등, 질병 등 상담 제공 및 법률 지원), 희년공동체(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 방글라데시, 미얀마, 몽골, 아프리카 등 14개국 신앙공동체로 한국 사회적응 지원, 쉼터 제공), 네팔 평화의 집(카트만두의 보육원으로 양육•보호•교육 제공, 문맹 여성을 위한 네팔어 교육) 등의 사업을하고 있습니다.”

 

 

현재 희년의료공제회는 구로/독산 외에도 여러 곳에 지부를 두고 운영 중이다. 1992년부터 구로, 독산동에서 참여했던 그는 2015년부터는 경기도 양주진리교회에서 매월 4주차 일요일 오후에 진료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희년선교회에서 사용하던 치과 유니트체어를 기증받고 개원의 중 CMF후배 치과의사가 필요 장비와 기구, 재료들을 기부했다. 물리적 거리와 봉사 참여 일정을 고려하다보니 구로/독산 쪽은 후배에게 맡기고 장단 원장이 지속적인 봉사섬김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의정부 염광교회 의료선교팀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어떤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저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마음 속에 지녔던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지만, 봉사의 시작은 그리 어려운게 아니거든요. 저의 본격적인 진료 봉사는 1985년 본과 2학년 때입니다. CMF라는 크리스천모임에서 후배들과 함께 실천하는 봉사를 하자 해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인천 염전지대 무의촌 지역에서 진료 봉사하는 선배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후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섬으로도 가고, 시골 오지 선교를 목표로 하는 선교회와 함께 하기도 하고, 강원도 정선 탄광지역, 충남 금산 등으로 다녔어요. 공중보건의 시절에도 후배들과 노숙자 진료에 참여했었고 태국 난민촌 단기선교진료봉사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했어요. 하하”

 

이렇듯 여러 진료 봉사 활동을 통해 깨달은 것은 딱 하나!

 

“어떤 형태의 봉사 활동이라 해도 내 속에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결국 ‘진심’입니다.”

 

행복한 그들의 웃음, 나눔은 곧 치유 그는 학부 때부터 시작된 오랜 봉사 활동 기간 동안 다양한 환자들을 만났다. 모든 일이 소중한 추억이지만, 그 중에서도 3년 전 쯤 양주에서 진료할 때의 일이 새록 새록 떠오른다.

 

 

“양주에서 진료하는데 베트남 할머니 한 분이 오셨어요. 앞니에 착탈식임시치아를 5년 이상 끼셨는데, 부러진 거에요. 다음달 진료일에 맞춰 필요한 재료 준비해서 부러진 임시치아를 붙여 드렸고, 뺐다 꼈다 해보시더니 만족하셨는지 환하게 웃으시더라고요. 사실 첫 진료일과 다음 진료일 사이가 한 달이어서 과연 오실까 반신반의했는데 딱 맞춰서 오신 것도, 처치 후 내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5년도 넘게 쓴 임시치아가 얼마나 소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고정식 보철을 권해드렸지만 마다하셨죠. 진료 마치고 돌아오며 할머니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아무리 싸다 해도 그분에게는 큰 금액일 테고 저희 병원까지 와야 하는 등 제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채 권유한 것 같아 안타까움과 부끄러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어요.”

 

공중보건의 때 참여했던 다일공동체 노숙자 대상 진료 봉사 역시 기억에 남는다. 이때 얻은 교훈은 아무리 좋은 봉사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에 맞춰, 사랑의 마음만큼만 절제하며 봉사하자였다.

 

“무치악노숙자들을 위한 무상 틀니 제작이었는데, 점점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든 거예요. 틀니 제작은 4~5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통상 한 달 정도 걸려요. 처음 몇 분 안 되었을 때는 제작 시스템이 원활했는데, 어느 순간 일이 꼬였죠. 기존 틀니가 있는데 새로 틀니하겠다는 사람도 생기고, 틀니 장착 후에 맞춰가는 시간도 필요한데 대기하는 사람들은 많고, 서로가 힘들어지면서 진료를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어요. 결국 틀니를 기다리던 노숙자 분들의 원성을 받게 되면서 대책 회의를 통해 약속한 분들까지만 제작하는 걸로 마무리되었죠.”

 

한 달에 한 번 하는 봉사지만 그 역시도 힘들다 여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통해 얻는 마음의 평화가 더 크기 때문에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봉사를 잘하려면 체력도 중요하다. 50대에 접어 들면서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낀다는 그의 주말 취미는 북한산 등반이다. 처음에는 북한산 둘레길 2시간 코스 완주도 힘들었는데 이제는 둘레길 20구간을 다 돌 만큼 체력도 좋아졌다. 더 나이들면 힘들 것 같아 1년 전 가을에는 치과 동기 4명과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베란다 꽃밭 가꾸기도 즐기고 있어요. 장미꽃 삽목도 해보고 그라나다, 유칼립투스, 페어리스타, 오색마삭줄, 세시화, 치자꽃, 안개꽃, 채송화, 아로니아, 블루베리, 포도나무, 이름 모를 다육이들까지 꽃들이 주는 잔잔한 기쁨이 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진료 봉사는 잠정 중단 상태다. 6월부터 양주 진료소에서는 재개하려 했으나 확진자수의 재증가로 인해 여전히 휴진 중. 특히 치과 치료의 경우 비말이 많이 튈 수밖에 없다보니 더욱 조심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도움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마스크 공급이 어려웠던 코로나19 초기에는 적게나마 마스크(KF94/덴탈)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독산동 희년선교회에서는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수고해주셔서 장기 복용이 필요한 내과 만성질환자들(고혈압, 당뇨 등)을 위한 비대면 문진 및 처방전을 발부해주시면 봉사자 분들이 약을 준비해서 외국인 노동자 분들에게 비대면으로 전달하고 계시죠. 다양한 대안들을 구상 중입니다. “

 

어느덧 2020년도 하반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현재 하고 있는 봉사 활동이 잘 이어지기를 목표로 한다.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과 삶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는 그의 개인적 바람은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과 자주 만나서 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들에 대해 함께 배워 가며,함께 고민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열린 삶이라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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