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을 통틀어 많은 학자들이 사람의 마음을 알고자 무척 노력하였다. 서양철학은 몸과 마음의 관계를 알고자 노력했고, 동양은 마음이 몸을 지배한다는 전제하에 마음과 생각 관계를 연구했다. 서양은 몸과 마음의 연결성을 중시해 옳은 행동을 강조함으로써 정의가 사회규범이 되었다. 동양에서는 마음은 뜻대로 되지 않지만, 생각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옳은 생각이 사회규범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서양이 결과 중심적이라면, 동양은 원인 중심적 사고를 하였다. 예를 들어 생일 케이크를 안 가져온 남편과 부부싸움을 할 때, 서양은 케이크를 안 가져온 사실로 싸움을 하고, 동양은 성의 없음(마음이 담겨 있지 않음)으로 싸움을 한다. 마음 중심인 동양인은 기러기 아빠를 이해할 수 있지만, ‘out of sight, out of mind’인 서양에서 long distance는 마음도 먼 것이기 때문에 기러기 가족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음만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동양에서 더 깊은 연구가 있었다. 고전인 심경부주(心經附註)에서 마음을 인심(人心)과 도심(道心)으로 나누었다. 인심이란 사람의 마음으로 좋아하고, 즐기고, 성내고, 욕심내는 인간적인 모든 마음을 말한다. 도심(道心)이란 의롭고, 어질고, 정중하고, 바른 마음이다. 그런데 두 마음 사이에 중간지대가 없기 때문에 인심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심경은 가르친다.
얼마 전 유명한 개그맨이 유명을 달리하여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필자 또한 좋아하던 개그맨이었기에 안타까웠다. 인터넷에 떠도는 이유와 원인은 다양하지만 우울증이 가장 유력하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이며, 독감이 될 때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우울을 감지했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서로 연결되어 지인들과 공유하면 외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SNS는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기보다는 외적인 면을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에 SNS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외로워지고 스스로는 심리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
SNS의 시작이 과시하려는 마음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샷’이란 용어가 대표적이다. 인생샷을 찍으려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 하나, SNS는 디지털이어서 아날로그인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다. 마음은 손을 잡거나 눈을 보거나 표정을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몇 년 전부터 SNS 양을 줄였다.
인스타그램은 지우고 페이스북도 2~3주에 한 번 들어가고 카톡은 개인적인 것 외에 단톡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매우 어렵고 신경이 쓰였지만, 이제는 전혀 필자의 하루 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며칠 전, 대학시절 과대표로부터 문자가 왔다. 주소록을 새로 만들면서 필자의 기록을 확인하고 대학 동기 카톡방에 초대해도 되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그리운 사람들 소식을 간간이 아날로그로 듣는 즐거움이 있다고 정중히 거절하였다. 문자를 보내주고 카톡 초청해주려는 동기 마음에 지면을 통하여 감사를 전하며, 디지털에서 벗어나려는 필자의 노력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10년 사이에 대부분의 생활과 삶의 패턴을 스마트폰이 지배하였다. 은행 업무, 뉴스, 모임 등등 모든 것이 스마트폰 중심이 되었다. 스마트폰은 빠르고 편하지만 단점도 많다. 그중 가장 큰 것이 생각할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생각마저 대신하여 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SNS를 줄이면서 많은 시간을 필자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계와 보내던 시간에서 벗어나면서 자신과 주변 사람과의 시간이 늘어났다. 대화를 하고, 요리를 하고, 운동을 하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볼 시간이 늘었다. 아날로그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디지털은 점점 더 마음을 공허하게 한다.
마음이 힘들면 아날로그로 나와서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들어야 한다. 마음은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