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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편함인가? 구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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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25)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일이 있어 아주 오랜만에 인천 국제공항에 들렀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3~4번은 가던 곳이었는데 1년 반 만에 들르니 바뀐 것이 많았다. 화장실도 호텔급으로 업그레이드되었고 주차장도 많이 변했다. 돌아오려고 주차요금 무인수납기 앞에 서니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고 자동차 위치를 찾아주는 버튼도 추가돼 있었다. 클릭해보니 지도에서 필자가 주차한 위치를 보여주고 길안내까지 해줬다. 백화점이나 공항 혹은 병원처럼 넓은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헤매던 일이 개선됐다는 편리함과 동시에 필자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모두 노출된다는 그리 기분 좋지 않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소설 ‘1984’가 생각났다. ‘1984’는 영국 소설가 조지오웰이 1949년에 출판한 소설로 ‘빅브라더’에 의해 국가가 개인들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사회를 그렸다. 그가 당시에 SF로 생각했던 것들이 72년이 지난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이 정도이니 급격히 발달하는 AI 속도를 감안하면 가까운 시간에 더 많은 것에 적용될 것이다. 이미 은행에 가지 않고 금융 업무를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 지 3~4년이 지났다. 택시를 앱으로 부른 지도 10년 정도 되었다. 버스 도착시간을 보고 이동한 지도 5년은 넘은 듯하다. 이미 AI가 생활 깊숙이 침투되어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필자가 사용 여부를 선택했는데 이젠 필자의 생각과 무관하게 주차하는 순간에 모든 것이 관리가 되는 시점에 도달한 듯하다.

 

요즘 고속도로 하이패스는 속도를 감속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 기술 발달로 모든 것이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주차 위치를 찾지 못해 몇 분을 헤매다가 찾던 것이 해결되니 좋은 것은 맞다.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으니 바쁜 사람들에게 효율적이다. 하지만 왠지 낭만이 없고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 씁쓸함이 남는다. 억지로라도 타당성을 생각해 보면,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면에서 두뇌 가동률이 좀 떨어진다. 사실 요즘 전화번호를 3개 이상 외우는 것이 없다. 스마트폰 전에는 적어도 자주 사용하는 번호 10개 정도는 보통 외우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종이 신문도 소멸시켰다. 조만간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원이란 직업은 예전 버스 안내양처럼 사라질 것이다. 자율 주행이 더 발달하면 택시 운전자도 없어질 것이다. 

 

아날로그에 대한 경험이 없는 세대는 모르겠지만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온 세대들에게 디지털화는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식당에서 사람에게 주문하지 않고 기계나 QR코드로 주문하는 시대가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존의 것을 버리고 새롭게 적응해야만 하는 것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다. 탈 사람화와 기계화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외롭고 고독해질 것이다. 가정마다 식탁에 스마트폰이 놓이면서 가족 간에 스위트한 대화는 단절되었다. 서로가 공유하는 영역이 줄면서 이해도도 급감했다.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만 생각의 접점이 없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모두가 외로운 시대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개인에게 빅브라더가 편이성을 제공할수록 내면은 점점 더 외로워진다. 사람과 사람 간에 온기가 전달되며 느끼는 따스함이 사라지기 때문에 하루에 누리고 느껴야 할 인간적인 정(情)의 절대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외로워진다.

 

아무튼 필자는 아날로그를 좋아한다. 디지털보다 비록 품질이 떨어지지만, 향수가 있고 애환이 있고 감정과 상상력을 준다. 필자 가방에는 중학생 때 구입한 헝겊 필통이 있다. 50년이 다 되가니 헐 대로 헐었고 벌써 여러 번을 기웠지만 아직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물론 새로운 것이 더 기능이 좋고 예쁘기는 하겠지만, 애환과 스토리가 없다. 주차장에서 차를 찾아 헤매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고 애환이 될 수 있다. 아날로그가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건만 이미 시대는 필자의 생각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앞서가고 있다. 빠른 기계문명 발달이 인간성을 잠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여전에는 적어도 부모가 아이를 해하는 일은 없었다. 뭔가 안타까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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