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9 (화)

  • 구름많음동두천 9.0℃
  • 구름많음강릉 10.1℃
  • 구름조금서울 8.4℃
  • 맑음대전 10.1℃
  • 대구 11.0℃
  • 구름많음울산 14.2℃
  • 황사광주 10.1℃
  • 구름조금부산 14.3℃
  • 맑음고창 8.5℃
  • 흐림제주 12.6℃
  • 구름조금강화 8.0℃
  • 구름많음보은 10.4℃
  • 구름조금금산 9.1℃
  • 맑음강진군 11.2℃
  • 구름많음경주시 13.7℃
  • 맑음거제 13.7℃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오징어 게임의 심리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34)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추석 연휴에 드라마 한 편을 보았다. 넷플릭스에서 세계 시청률 1위를 기록한 드라마라서 선택했지만, 최근 드라마들이 필자와 철학이 안맞거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정도로 부도덕한 내용이 많아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상에서 매 순간 직면하는 사람들 내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오랜만에 눈을 떼지 못하고 보았다.

 

손에 닿을 듯이 눈앞에 걸어놓은 수백억원 돈뭉치는 게임 참가자들의 잠재돼있던 욕망과 욕심을 증폭시켰다. 탐욕이 도덕과 양심을 이기는 순간에 갈등하는 인간적인 이도 있었다. 종교와 위선 속에 감춰져 있던 탐욕을 표출하는 이도 있었다. 절대적으로 악한 이도 있었다. 일반인은 늘 욕심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거나 지나쳐 버리게 된다.

 

작가는 ‘아이들 게임’이라는 형태를 통해 실수하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으로 마음의 변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1등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처형하는 장면은 잔혹했지만, 현실사회에서 역시 곳곳에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떤 게임이 될지, 어떤 규칙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을 선택하는 것 역시 현실 속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상점은 어떤 고객이 올지 모르고 병원은 어떤 환자가 올지 모른다. 또 그 고객의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 상대방 구슬을 모두 빼앗는 게임인지 모르고 최선의 파트너를 선택한 사람들은 가장 믿던 사람과 죽음을 담보로 한 게임을 하게 됐을 때 사람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했다.

 

머리가 좋은 자는 사기를 치며 합리화했고, 보통 사람은 살기 위해 죄책감 속에서 속임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대신 죽었고, 힘이 센 양아치는 어쩔 수 없이 정당한 경기를 했다. 아내에게 이기고 살아 남아온 남편은 자살을 선택했다. 게임을 마치고 살아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참가자 모습은 마치 매일 삶의 현장 일터에서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탈진하여 겨우 현관문을 여는 사람들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참가자들이 이기면 돈을 갖는 게임의 룰은 현실 일상에 널려있다. 우선 단적으로 주식 시장이 있다. 1억원을 넣어두면 불과 몇 분 사이에 직장인 한 달 월급이 오르고 내린다. 자신이 선택해 산 주식이 오르면 이기는 것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주식하는 사람들에게 매 순간 선택은 마음속에서 삶과 죽음을 오고 간다. 내일 주식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은 어떤 게임이 시작될지 모르는 참가자들과 같다.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일터에 나가야 하는 이들은 월요일에 출근이 두려워 월요병을 겪는다.

 

삶의 현장은 늘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직장은 언제나 같은 장소일 수 있으나 매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매일 새로운 게임과 다르지 않다. 드라마는 돈이 없어 최악의 상황에 몰린 사람들에게 현실 세상은 지옥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한편으로 돈이 많아 삶이 재미없는 사람들은 더욱 자극적인 것을 원하다가 결국엔 극단적인 잔혹한 게임을 즐기는 지경이 되고 인성을 상실한 동물적인 삶에 이를 수 있다고 작가는 경고한다.

 

작가는 사람 한 명의 목숨값으로 1억원을 설정했다. 1억원은 한 달에 100만원씩 10년을 저축해야 하는 돈이다. 가끔 필자가 강연에서 청중들에게 묻는 질문 하나가 있다. “머리로 계산하지 마시고, 2초 내로 답해주세요. 10억원은 매달 100만원 씩 몇 년을 저축하면 모을 수 있다고 느낍니까?” 얼마 전 아는 지인이 자식이 빚을 내 집을 사도 되냐는 질문을 받고 필자는 “저라면 10억원으로 집을 사느니 한 달에 330만원씩 30년을 쓰는 것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최근 이자가 싸다 보니 사람들이 1억원이나 10억원의 가치를 착각하고 있다. 월급쟁이가 매달 100만원씩 저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착각을 만들어내고 돈을 빌려주며 ‘영끌’해 집을 사게 만든 자들이 드라마에서 게임을 만들고 참가자들을 경주마로 생각하는 자들일지도 모른다.

 

드라마처럼 현실에도 게임을 멈추는 선택은 늘 가까이에 있다. 탐욕이 막을 뿐이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비트코인의 슬픈 사회
최근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상승하고 있다. 이 뉴스를 들으며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착한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권선징악과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이 잘산다는 것이 공통의 교육적 목표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였다. 이런 가치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살면서 규칙이 만들어졌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기 위해 윤리와 도덕 그리고 성실한 삶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근면성실한 자가 존경받기보다는 무능하거나 고지식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노력 없이 일확천금을 얻은 자들이 각광받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구독자가 많은 유튜버가 큰돈을 벌면서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되었다.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무리하게라도 영끌해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20~30대가 혈안이 되었다. 무리한 코인투자로 모든 것을 잃은 청년들이 속출하기도 하였다. 이런 사회적 환경에서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는 뉴스는 비상식의 상식화를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갱신할수록 성실한 노력으로 번 돈의 가치는 하락한다. 비트코인의

재테크

더보기

신고가 경신하는 미국 증시와 첫 금리인하 전후 전망

기술주가 견인하는 미국 증시의 신고가 경신 최근 신고가를 이어가던 미국 증시 중심에는 엔비디아와 AI 관련 기술주의 힘이 컸다. 전통적인 빅테크 기업이었던 애플과 구글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는 사이 엔비디아(3위)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애플(2위)의 시가총액에 근접하게 됐다. 그런 엔비디아가 최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도 상승 추세는 유지하고 있지만, 종목별로 차별화된 장세가 심해지고 있다. 특히, 기술주와 비기술주 간의 상대적인 가격 차이가 크게 커지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지수에 편입된 기술주가 S&P500 지수보다 역사적인 고평가 영역에 이르고 있다. 특정 섹터와 기업에 편중된 주가 상승은 전체 미국 증시의 건전한 상승 흐름이 지속될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지난해 11월 FOMC 이후로 이어진 산타랠리와 연초 미국 증시의 랠리는 큰 조정 없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어느 시점부터 건전한 주가 조정 구간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주기적 자산배분 - 인플레이션 금리사이클 연준의 기준금리 위치와 방향을 나타내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참고해 현시점에서 주기적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