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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치과생활

창경궁 궁궐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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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현경 즐거운치과생활 편집위원

 

‘서울 궁 야간개장’ 관람은 몇 년 전부터 핫한 아이템으로 SNS상에서 아름다운 사진으로 소개되고 있다. 즐거운 치과생활 편집위원들 역시 작년부터 “한 번 가보자” 했으나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아쉽게 진행되지 못했었다. 올해 다시 이야기되면서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중 우리가 온라인상의 예약 경쟁률을 뚫을 수 있는 바로 그 ‘창경궁’으로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해설을 동반한 관람은 중지된 상태라, 가벼운 머리와 편한 마음으로 궁궐 야경을 눈으로 즐기는 힐링 산책이었다.

 

대학로에 나가본 기억이 언제였는지조차 까마득했던지라, 혜화역에 내려 대학로에 들어서니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풋풋한 젊음이 공기에서조차 느껴진다고 할까… 시작부터 기분 업!

 

창경궁 소개

창경궁은 성종 14년(1483)에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덕종비(추존왕) 소혜왕후 세 분의 대비를 모시기 위해 옛 수강궁터에 창건한 궁이다. 수강궁이란 세종 즉위년 1418년, 세종이 상왕으로 물러난 태종의 거처를 위해서 마련한 궁이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연결되어 동궐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하면서, 독립적인 궁궐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공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성종 때 창건된 창경궁은 선조 25년(1592) 임진왜란으로 모든 전각이 소실되었고, 광해군 8년(1616)에 재건되었다. 그러나 인조2년(1624) 이괄의 난과 순조30년(1830) 대화재로 인하여 내전이 소실되었다. 화재에서 살아남은 명정전, 명정문, 홍화문은 17세기 조선시대 건축양식을 보여주며, 정전인 명정전은 조선왕궁 법전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 앞에서 다들 오기를 기다렸다. 홍화(弘化)는 ‘조화를 넓힌다’ 즉, 덕을 행하여 백성을 감화시키고 널리 떨친다는 뜻이라고 한다. 홍화문 안으로 들어서면, 옥천교를 지나 명정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옥천교 위에 세 분의 편집위원들이 잠시 담소를 나누는 동안, 옥천교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구슬과 같은 맑은 물이 흘러간다’하여 이름 붙여진 ‘옥천교’. 다리 양쪽 아래에 아치(무지개) 모양 사이에는 도깨비 얼굴의 귀면이 조각되어 있는데, 물길을 타고 들어오는 귀신을 쫓아내어 궁궐을 보호하고 수호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이때쯤만 해도 날이 저문다는 느낌이 없어, 천천히 둘러보자 하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명정전을 건너뛰어 바깥쪽으로 둘러 걸어갔다. 예닐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이 엄마 손을 잡고 앞서가며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노을이 지는 하늘을 보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환경전 쪽으로 가는 그 짧은 사이에, 해가 저물면서 어스름한 하늘빛이 되어버렸다.

 

날이 지는 하늘빛에 환경전 처마의 잡상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참고로, 잡상은 궁궐의 하늘을 지키는 작은 파수꾼이라 할 수 있다. 궁궐이나 임금이 거하는 목조건물 추녀마루에 올리는 작은 장식물로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보통 다섯 종류, 일곱 종류, 열한 종류가 올려져 있고 이 잡상을 바로 어처구니라고 하며, 우리가 흔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할 때 건물을 다 지어놓고 이것을 깜박하고 빼놓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상식을 조금 더하는 김에, 잡상은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와 손오공 일행으로 맨 앞 삼장법사에 이어 손오공, 저팔계가 뒤를 따른다. 옥황상제의 명으로 궁전 지붕에 대기하며 궁권에 침입하는 악귀를 잡는, 임금과 왕실을 수호하는 동물 파수꾼인 셈이다.

 

영춘헌 앞에 이르러 한 컷에 모두를 담았다. 영춘헌은 정조가 즉위 후 자주 머물렀던 곳으로, 1800년 49세의 나이로 승하한 곳이라고 한다. 정조는 영춘헌을 독서실 겸 집무실로 이용하였다. 그래서일까 뭔가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게 햇살 좋은 날에 다시 오면 책 한 권 들고 앉아서 볕을 쪼이며 한 구절 읽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날이 이제 저물었다.

 

춘당지 쪽으로 발걸음을 서둘러보았다. 춘당지는 큰 연못과 작은 연못이 이어져 있다. 원래는 창덕궁 쪽 절벽인 춘당대와 짝을 이루고 있던 작은 연못이었고, 대춘당지는 내농포에 속했던 11개의 논이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내농포는 임금과 왕비가 농사와 누에치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궐내에 마련해 놓은 논과 밭이다). 1901년 그중 일부인 논을 없애고 만든 연못이 대춘당지이다. 날이 어두워 청사초롱이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었다. 초입 길에 앞서간 소년과 엄마가 춘당지 옆 벤치에 앉아있었다. 맘속으로만 반가워하며^^ 인사는 차마 건네지 못했다.

 

 

춘당지 뒷길을 지나 도착한 대온실이 마지막 경유지였다.

 

참고삼아 문화재청 홈페이지의 설명을 옮겨본다.

 

1909년에 완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대온실은 창덕궁에 거처하는 순종 황제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인들이 창덕궁에 인접한 창경궁 내에 동물원과 함께 지었다. 일본인이 설계하고 프랑스 회사가 시공하여 완성하였으며, 철골구조와 목조가 혼합된 구조체를 유리로 둘러싼 서양식 온실이다.

준공 당시에는 열대지방의 관상식물을 비롯한 희귀한 식물을 전시하였다. 1986년 창경궁 복원 이후에는 국내 자생 식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2004년 등록문화재 제83호로 지정되었다.

 

 

날이 저무는 것을 생각 못 해 대온실 내부 관람은 어려웠고, 마지막에 명정전으로 돌아가 사람들 없이 우리끼리 제대로 봐야지 했던 계획도 틀어지고 말았다. 원래 처음은 그럴 수 있는 거니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 되는 것이고 오늘은 이렇게 만족하기로 한다.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지나, 중문인 명정문을 지나면 정전인 명정전을 마주하게 된다. 아쉽게도 마지막 피날레로 계획한 명정전을 돌아보지 못해 몇 글자라도 더해보고자 한다. 명정전은 가장 오래된 조선 궁궐의 정전으로, 정치를 밝히는 곳이란 뜻이다. 임금과 신료들의 정식 조회, 외국사절 접견 등의 공식행사가 거행된, 한마디로 ‘center’인 셈이다. 단층으로 다소 소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살짝 감춰진 품위있는 매력에 더 끌리는 법이다.

 

창경궁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궁궐 대부분이 소실되고 식물원과 동물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래서 내 어릴 적 기억 저편에는 창경원… 동물원…이 남아있다. 역사 쪽으론 초딩인, ‘역사 어린이’는 이번 기회를 통해 서울 궁궐에 대해 찾아보는 ‘역사 어른’이 되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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