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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귤 한 개에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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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7)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귤을 한 개에 5만원에 판 사람이 있다면 죄가 있을까? 잘못된 정보를 주었다면 사기죄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였다면 무죄이지만 사회성 결여다.

 

필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과자를 다른 데보다 꼭 2배 비싸게 파는 가게가 있었다. 어린 생각에도 이해가 되지 않아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다른 곳보다 2배 비싸면 고객이 이곳으로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갈 텐데요. 왜 2배 비싸게 받나요?”라는 질문에 주인은 “2번 팔 것을 1번 팔면 되니 덜 수고스럽고, 다른 곳 갈 사람이 가는 것은 자유지”라고 답했다. 그 당시 주인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기억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심리적인 성격장애에 해당하는 행동이었다.

 

그 경우는 이상심리 분류 중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 ASPD, APD)에 해당된다. 가게 주인은 물건을 사는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하여 고려하지 않았고, 가게가 앞으로 망할 것도 예측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힘들어질 가족들에 대한 염려도 없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그의 행동 속에 타인에 대한 생각이 전무했기 때문에 ASPD라고 판단할 수 있다. ASPD는 사회적 규범이나 도덕 혹은 타인의 권리와 감정에 대해 지속적이면서 당연하게 무시하는 행동 양상으로 정의된다. 자신의 이익이나 즐거움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든 타인을 거리낌 없이 이용하거나 기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짓말, 사기, 무책임한 행동, 협박과 폭력 같은 범법행위를 하기도하고 이런 행동에 대하여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특히 무책임감은 주요 특성이다. 이들은 애착과 정서적 유대 형성이 어려워 대인관계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보인다. 분노조절이 안돼 충동적이며 무모하고, 행동의 결과에 대한 사고가 결여돼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타인과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 의무와 재정적 의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유지하려는 생각이 없다.

 

‘반사회성’이란, 사회에 공통되는 인간의 적응행동으로 정의되는 ‘사회성’의 반대되는 말로 선천적이나 후천적으로 도덕·양심·윤리와 같은 사회적 정의가 개인적인 욕구보다 심리적으로 하위계층에 위치되어 나타나는 행동을 의미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지위나 권력을 지닌 경우에는 갑질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감정 공감 능력이 떨어지지만,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은 있어 위법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적지 않게 만났던 것 같다. 물론 그들도 심한 정도 차이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지 직접적으로 그들과 관련되면 이유도 모르고 마음고생도 많이 하게 된다. 가게 주인으로 만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행여 환자와 의사관계로 만나면 생각하지 못한 고난을 겪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필자로 하여금 심리학과 철학을 공부할 계기를 만들어준 “내가 돈을 내고 치료받으니 그 정도 기분 나쁜 것은 참아도 되지 않나요?”라는 명문의 교훈(?)을 준 20대 초반 여성 환자도 중등도의 ASPD였다. 지금이라면 그 말을 듣는 순간 ASPD라는 것을 인지하고 필자가 심리적으로 상처받지 않겠지만, 당시는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환자 눈에 필자가 의사가 아니고 그저 돈을 받고 일하는 서비스맨이나 노동자 정도로 보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다. 물론 극소수의 환자에 국한되지만 처음 경험할 때는 잠을 못잘 정도로 충격이 크다. SNS에서 악플 댓글을 처음 볼 때도 유사하다. 상대방 마음을 아프게 하고, 괴롭히기 위한 악플은 분노 표출이나 가학증적인 성격도 있으나 반사회성인 ASPD 경우도 있다.

 

살면서 상대방 감정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경향의 사람을 만난다면 ASPD를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심한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관계를 지속하지 않는 것이 본인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엮여있다면 접점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벽에 망치질하면서 벽이 아파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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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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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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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