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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자유와 공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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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48)
최용현 대한심신치의학회 부회장

지난 4일, 법원은 현 정부가 최근 시행하고 있는 방역패스 의무 적용이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과 기본권 침해 여지가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코로나 19의 증가로 인해 정부는 학원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 방침을 시행했다. 이에 사교육연합·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이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에 포함한 조치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를 신청해 일부 인용된 것이다. 법원은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학원 등 교육시설과 직업훈련기관, 독서실, 스터디카페는 방역패스 의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

 

법원은 정부 조치가 백신 미접종자 중 진학과 취업 등을 위해 학원과 독서실을 이용하려는 사람의 교육의 자유 및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했다고 판단하였고, 정부가 차별적 조치를 정당화할 정도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였다. 더불어 돌파감염 사례가 많아지면서 통계적으로 백신 미접종자와 접종자 간의 차이에서 미접종자가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훨씬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과 공공의 이익인 공익이 대립할 때 있어서 균형에 대한 문제를 던져주었다.

 

영화 <300:제국의 부할>은 기원전 480년에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공격했을 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살라미스 해전을 배경으로 하였다. 아테네 장군 테미스토클레스가 “무릎을 꿇고 사느니, 두발로 서서 죽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라며 멋지게 외치는 장면이 클라이맥스이며 명대사로 꼽힌다. 얼핏 보면 이 장면은 이순신 장군을 연상시키지만, 배경은 완전히 다르다. 조선은 신분과 계급 사회였던 반면 그리스는 신분과 계급이 없는 모두가 같은 자유인 신분이었다. 그것이 그리스인들의 역사였고, 민주주의가 탄생하는 시발점이었다.

 

‘그리스인이야기’에서 “야만족은 노예를 키우고 그리스 민족은 자유를 키운다”는 말이 대변하듯이 그리스인 모두는 자유인이라는 자긍심이 있었다. 그렇듯이 전쟁에 참전한 모든 사람이 자유인이라는 동일한 신분이었다. 영화에서 페르시아 침공을 받고 모든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모여서 대응할 방법을 협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스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각각 도시국가의 자유인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포기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갈등하며 결론을 내지 못한다.

 

결국 영화 <300>에서 육지로 침공한 페르시아군을 저지하려던 스파르타군사 300명이 전원 몰살당하고 아테네가 폐허가 된다. 그 후 공익이 자유를 지키는 원동력이라 생각하고 서로 협동해 해전을 승리로 이끈다. 영화는 공익이 결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고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는 암시를 깔고 있다. <300> 시리즈 영화는 개인의 자유와 공익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나라 법원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공익을 위해 선택한 조치가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며, 그 근거로 통계적으로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것을 들었다. 여기서 필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코로나19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고 의료의 문제다. 의료는 생명에 관한 문제와 직결된다. 예방의학과 감염병 전문가들이 담당할 일에 법원이 법적인 잣대로 의료를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코로나19가 확산돼 누군가 감염되고 사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자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이익일 수 있다. 의료에서 확률은 큰 의미가 없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100%이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의 판단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영화에서처럼 큰 틀에서 개인의 자유가 공익과 서로 상반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법의 시야가 아닌 의료 전문가의 시야에서 보았다면 좋았을 아쉬움이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 민주주의이고, 다수를 따르지만 소수를 무시하지 않는 것 또한 민주주의다. 자유와 공익이 대립관계가 아닌 같은 방향인 것을 인식할 때,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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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올해도 이제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별문제가 없었는데도 사회적으로 혼란하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한해가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간 느낌이다. 우리 사회는 자다가 홍두깨라는 말처럼 느닷없었던 지난해 말 계엄으로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 10대 뉴스는 대통령선거 등 계엄으로 유발되어 벌어진 사건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금요일 첫눈이 내렸다. 수북하게 내려서 서설이었다. 많이 내린 눈으로 도로는 마비되었고 심지어 자동차를 버리고 가는 일까지 생겼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인한 사고에 대한 이야기만 있었지 뉴스 어디에도 ‘서설’이란 말을 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낭만이 없어진 탓인지 아니면 MZ기자들이 서설이란 단어를 모를지도 모른다. 혹은 서설이란 단어가 시대에 뒤처진 용어 탓일 수도 있다. 첫눈 교통 대란으로 서설이란 단어는 듣지 못한 채 눈이 녹으며 관심도 녹았다. 서설(瑞雪)이란 상서롭고 길한 징조라는 뜻이다. 옛 농경 시대에 눈이 많이 오면 땅이 얼어붙는 것을 막아주고, 눈이 녹으면서 토양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여 이듬해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첫눈이 많이 내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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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 나스닥100 자산배분

2025년 11월 3일 고점 이후 약 보름간의 가파른 조정을 거친 나스닥100 지수는 12월 10일까지 약 2주간 반등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부터 다시 조정이 시작됐고, 이번 주 내내 이어지고 있는 하락 흐름은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중요한 판단 구간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현 시점에서 나스닥100 지수의 위치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개별 종목이나 단기적인 수급보다도 연준의 금리 사이클과 그에 따른 시장 구조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자산배분 투자는 언제나 방향을 맞히는 수단이 아니라, 현재 시장이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를 판단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현재 자산 시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틀 중 하나는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A, B, C, D 네 구간으로 나뉘며, 각 구간마다 자산별 유불리가 뚜렷하게 갈린다. 현 시점은 B에서 C로 넘어가는 과정의 최후반부에 해당한다. 아직 본격적인 위기 국면인 C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가 누적되면서 시장 내부의 긴장도는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 구간의 특징은 위험자산이 마지막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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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