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자장면 한 그릇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557)

80년대 말 ‘우동 한 그릇’이란 일본 단편소설이 유명했다. 매년 마지막 날에 소바를 먹는 풍습이 있는 일본에서, 어느 우동가게에 영업 종료 전 초라한 행색의 엄마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들어와 미안한 기색으로 소바 한 그릇만 주문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난한 엄마는 돈이 부족하여 한 그릇으로 세 명이 나눠 먹으려 했고, 주인장은 모르는 척하고 국수를 더 많이 넣어주고 해마다 그들 세 모자를 위해 자리를 비워두었다. 나중에 성장한 아들들이 성공해 국수 가게를 찾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내용으로,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해 큰 감동을 준 소설이었다. 그 후 실화가 아니라는 후문과 작가의 사기 행각 등으로 일본에서는 퇴색된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아동 추천 도서에 실리곤 한다.

 

며칠 전, 여대생으로 보이는 고객이 자장면이 배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해 경찰이 출동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고객은 못 받았다고 주장하고 배달라이더는 문 앞에 전달했다고 말하며 서로 이해가 충돌했다. 라이더는 억울한 마음에 동네 쓰레기통을 모두 뒤졌고, 자신이 배달한 자장면을 고객이 먹고 버린 흔적을 발견하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과학수사팀까지 동원됐고 결국 고객은 배달이 늦게 와서 홧김에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라이더가 일하지 못한 시간을 배상하는 것으로 9만원을 주고 합의했다.

 

기사를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이는 ‘우동 한 그릇’에서 느끼는 감동과 정반대되는 먹먹함이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나 하는 참담함이다. 이 사건은 여중생이 아이를 낳고 유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청소년이 출산하고 아기를 유기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라면, 이 사건은 기다리면서 화가 난 것을 타인에게 화풀이한 것이다. 가해자는 그저 골탕 정도의 장난이며, 자신을 화나게 했으니 피해자는 그 정도는 당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그녀 행동이 지금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모습은 아니다. 하나의 특수한 상황을 전체적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란 것을 필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과거 20년 전이었다면 발생하기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10~20대 여성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줌마들의 ‘창피함을 모르는 행동’이었다. 약간의 이익을 위해 창피함을 감수하는 아줌마들의 행동을 젊은 여성들이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 자장면을 먹고도 못 받았다고 우기는 그녀 행동에는 그런 ‘창피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창피함이란 부끄러움과 함께 가장 기본적인 내면의 느낌이며 양식이다. 통상 양심에서 부끄러움이 나오고 수치심에서 창피함이 나온다고 말하지만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얼굴이 두꺼워서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고사성어다. 여기서 恥는 마음이 부끄러우면 귀가 빨개지는 것을 형상화한 것으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두 담고 있다. 비록 한 명일지라도 20대 여성이 ‘창피함’을 잃어버린 것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여성을 특별히 강조해 비하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감수성과 감정이 예민하기 때문에 ‘창피함’을 느끼는 정도가 남성보다는 섬세하기 때문이다. 남성이 ‘창피함’을 모르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도덕성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듯한 느낌이다. 단순하게 그녀 개인의 성격 문제로 볼 수도 있으나, 그런 사회가 되어버렸지 않았나 하는 노파심이 생긴다.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내로남불’을 어떤 창피함도 없이 행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이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학습효과로 나타나 ‘창피함 불감증’을 만들어 낸 것 같은 우려가 있다. 인성교육이 무너진 교단과 교육이란 용어가 사라진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이 온통 후안무치다 보니 ‘창피함’에 대한 역치가 높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즉 웬만해선 ‘창피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 듯하다. 결국 그녀 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이 표출된 한 부분일 수 있다. 우동 한 그릇과 자장면 한 그릇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자산배분 투자 잘하고 계신가요?

총 2회에 걸쳐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시기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등의 자산 가격 전망과 자산배분 리밸런싱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그동안 칼럼에서 다뤄온 자산배분 투자 방식을 기본으로 각 자산의 최근 전망을 조합해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미국주식, 미국채, 금, 비트코인, 현금의 비중을 조절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자산배분 칼럼을 시작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직장을 다니며 본업에 집중하면서 패시브 투자를 병행해도 변동성이 낮은 채로 높은 확률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배분 방법을 다뤄왔다. 양적완화의 유동성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시대에서 투자의 당위성과 그중에서 자산배분해 투자하면 얻게 되는 장점에 대해 언급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자산배분으로 투자성과를 낼 수 있는 기초 원리와 지식에 대해 다뤄왔으며, 그중 필자가 하고 있는 주기적 자산배분에서 핵심 기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연준의 금리사이클과 코스톨라니 달걀 모형을 소개했다. 이후 ETF의 기본 원리와 투자방법을 소개하고, 자산배분 시 위험자산 주식, 안전자산 채권, 대체자산 금을 ETF를 활용해 투자하는 기초적인 투자논리와 방법에 대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