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1 (일)

  • 흐림동두천 25.7℃
  • 구름많음강릉 29.9℃
  • 흐림서울 26.4℃
  • 대전 25.6℃
  • 맑음대구 27.7℃
  • 맑음울산 27.9℃
  • 광주 27.4℃
  • 구름많음부산 27.1℃
  • 흐림고창 27.0℃
  • 구름조금제주 31.1℃
  • 구름많음강화 24.3℃
  • 흐림보은 26.6℃
  • 구름많음금산 28.4℃
  • 구름많음강진군 27.7℃
  • 맑음경주시 25.5℃
  • 맑음거제 27.1℃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어떤 모순(矛盾)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37)

‘모순(矛盾)’이란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가 서로 충돌할 때 사용하는 중국고사에서 나온 단어다. 무엇이든 뚫어내는 창과 어떤 것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가 만났을 때가 모순이다.

 

얼마 전 황당한 일을 목도했다. 종합병원에는 대부분 종교시설을 운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도 지하 4층에 종교시설들이 모여 있다. 근무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가끔 명상을 하기 위해 이용하곤 한다. 지난주 일이다. 4평 남짓한 법당 한 모퉁이에 벽을 보고 앉아 명상 중인데 갑자기 문이 우당탕 열렸다. 일반적으로 법당문은 조용히 여는 것에 반하는 행동과 소란함에 신경이 조금 쓰였다. 그 후 3분도 안 되어 전화벨 소리가 울리고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한다. 20대 여성 목소리였다. 10분 정도를 통화하고 끊고는 다시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는 또다시 10분 남짓 통화를 했다.

 

조용해지는 것을 더이상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뒤돌아보니 20대 중반 정도 여성이었다. 마침 전화를 끊은 그녀는 그제서야 3배를 했다. 법당에는 들어오자마자 부처님께 3배를 하는 것이 기본예절이건만 자신의 통화를 멋지게(?) 끝내고 3배를 하는 모습이 조금은 생소했다. 화엄성중 탱화에 절을 하고 있었다. 순간 필자에게 모순이란 생각이 스치며 그녀는 누구에게 왜 절을 하는지 궁금해졌다.

 

불교의 창시자는 석가모니 부처로 되어있지만, 석가모니가 종교를 만든 적이 없다. 그는 늘 자신은 모르는 길을 가르쳐주는 안내자일 뿐 스스로 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며, 수행을 통하여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스승일 뿐이라 말했다. 마지막 열반에 드실 때도 유언이 “끊임없이 정진하라”였다. 그 후 제자들에 의해서 종교적인 교리가 만들어지고 종교가 되었다.

 

통상 법당 우측에는 불법을 수호하고 수행자를 보호하는 호법신장인 화엄성중이 탱화에 모셔져 있다. 그런데 필자의 명상을 방해한 그녀가 화엄성중에게 절을 하니 모순인 게다. 종교적으로 수행을 방해하는 것을 막는 선봉장이 화엄성중이다. 그녀의 행동을 막지 못한 화엄성중은 직무유기를 한 것인데 거기에 절을 하는 것이 조금 웃긴 일이다. 마치 범죄자가 경찰 앞에서 죄를 짓고 숨겨줄 것을 요청하는 것과 유사하다. 물론 종교적인 내용을 모르다 보니 행한 행동이라 생각되지만, 종교를 떠나서도 누군가와 좁은 공간에 같이 있어야 한다면 최소한 방해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고 보편적 예의다.

 

법당 문을 나오는데 뭔가 씁쓸했다. 시간대와 나이상으로 보아서 아마도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 간호사로 유추되기도 하는데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행여 그런 성향이라면 간호사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간호사란 환자의 아픔과 불편을 예지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과연 그녀는 무엇을 위하여 누구에게 절을 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행여 그녀가 화엄성중과 산신령을 구분 못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산신령은 불교가 전래되기 전부터 존재해온 한국 토속신앙에서 최고의 신이다. 산의 주인은 산신이다. 전 국토에 산이 많다보니 인간의 길흉화복도 산신이 도와주는 것이 토속신앙의 중심이 산신 사상이다. 불교가 전래되면서 산신 사상 속으로 들어갔다. 절 속에 산신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산신각 밑에 절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들이 불교와 산신사상을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신령은 노하고 벌도 줄 수 있지만 부처는 깨달은 분이기에 분노하지 않는다. 즉 “부처가 노했다”라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불교와 토속신앙인 산신령을 구분하지 못한 탓이라 생각된다. 구복신앙은 토속신앙인 산신령에게 해야 한다. 부처는 “얼마든지 기도를 하여 나를 한 발자국 옆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면 기도를 추천하리라. 기도하는 것보다 내가 한 걸음 걷는 것이 확실하다”고 실천을 강조했다.

 

그녀는 석가모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알고 절을 하는 것일까. 그녀의 예의 없는 행동이 마음이 걸리는 것이 필자가 꼰대라서 일까. 수행이 부족한 탓일까. 그녀는 많은 화두를 던져주었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조기 교육은 교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다
초5가 고2 수학을 배운다는 기사가 보인다. 초5가 고2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과거에도 수학 천재들이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푼 일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그런 천재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원에서 ‘초등 의대반’이라는 명분으로 초등 5학년부터 고2 수학을 가르친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며 청소년 심리를 전공한 필자는 매우 놀랐다. 상업적 목적으로 초5에게 고2 수학을 가르치겠다는 학원도, 그것에 호응하는 학부형들도 모두 정상이 아니다. 최근 적지 않은 초등학생이 새벽 1시에 공부가 끝난다는 것도 허언이 아닌 듯하다. 이런 내용 속에 아이의 정신건강에 대한 배려나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다. 수학 천재가 아닌 그저 머리 좋은 아이에게 고2 수학을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아동학대이기 때문이다. 학원과 학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정상적으로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심리적인 성숙을 막을 것이 안타깝다. 학원이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정상적 심리 발달을 못할 것을 모르는 학부모들은 더 문제다. 비록 우리나라 사교육 문제가 오래됐지만, 지금처럼 초등학생까지 희생자로 내몰 만큼

재테크

더보기

트럼프 前 대통령 미국 대선 당선 확률 높아지다 | 미국 부채위기와 자산시장 영향

지난 주말 사이 미국 前 대통령 트럼프가 유세 도중 피격됐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비밀경호국의 경호 실패가 부각되거나 민주당과 공화당 양진영에서 극단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여론은 트럼프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트럼프는 피격 직후 경호원과 일어서며 주먹을 불끈 쥐며 ‘fight! fight! fight!’라고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 기준으로 민주당의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당선확률은 15%에 그친 반면, 공화당의 전직 대통령 트럼프의 당선확률은 사건 직후 10% 넘게 상승하며 71%까지 상승했다. 대선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인지능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후보교체론이 나오던 와중에, 이제는 바이든을 떠나 민주당의 어떤 후보가 나와도 트럼프가 결국 승리할 거라는 의견이 대세로 굳혀져 가고 있다. 7월 15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고 나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39세의 JD 벤스를 젊은 부통령 후보로 내세웠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JD 벤스는 친 트럼프 성향으로 트럼프를 꼭 빼닮았다고 평가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