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심리학이야기

우수에 내리는 봄비 단상

URL복사

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50)

아침에 눈을 뜨니 사방이 어둑하다. 흐린 날씨에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다. 지난밤 저녁 뉴스에서 며칠간 겨울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를 들으며 약간 귀에 거슬렸다. 입추가 지났고 어제가 우수인 지금 내리는 비는 겨울비가 아니고 봄비라 해야 옳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 두꺼운 겨울 패딩을 벗지 못했지만, 절기상으로 봄이다. 우수는 봄이 시작되는 입춘과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 사이 절기로 눈이 녹아 비로 온다는 의미에서 우수다. 봄비는 국어사전에 ‘봄철에 오는 비. 특히 조용히 가늘게 오는 비를 이른다’고 정의돼 있다. 지금 창밖에는 봄비의 특징처럼 고즈넉한 분위기에 조용히 비가 내리고 있다. 역시 겨울비가 아니고 봄비가 맞다. 물론 앞으로 한 두 번의 꽃샘추위는 남아있겠지만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서서히 봄기운이 돌며 초목에 싹이 트고 먼 산에서부터 초록빛이 올라올 것이다.

 

24절기는 베이징, 허베이, 텐징 지역인 중국의 황하강 이북인 화북 지역에서 시작됐다. 강을 끼고 넓은 평야 지대이기 때문에 문명의 발상지가 된 곳이다. 24절기는 한반도가 아닌 황하 기준이기 때문에 조금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하루 이틀 차이로 무시할 만하다. 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시간이 서울시가 아닌 동경시를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도 동경시를 사용하고 있는 이유에는 군사적 목적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도 황하의 24절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한석규가 세종으로 분한 영화 ‘천문’에서 중국은 당시 첨단학문인 천문을 연구하는 것은 철저히 막았다. 요즘 미국이 중국에 IT를 차단하듯이 국력과 관련된 첨단학문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이 중국 책력을 정치에 이용하였듯이 천문은 중국이 더 발달했던 이유도 있다. 황하유역은 우수가 지나면서 빠르게 환경이 바뀌었다. 우수와 경칩 사이를 5일씩 나누어 3후(三候)라 하였다. 첫 5일간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 올리고, 다음 5일간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간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하였다.

 

우수가 되면 얼었던 황하강이 녹으며 겨우내 배고팠던 수달이 부지런히 물고기를 잡았다. 겨울 철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해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갔다. 경칩이 가까워지면 풀과 나무에 싹이 트기 시작했다. 그 후 다시 보름 뒤인 춘분이 되면 확연한 봄에 이른다. 지난밤 겨울비로 정의한 뉴스 앵커의 말에 이야기가 길어진 모양새다. 사실 봄비는 정서적으로 가을비나 겨울비와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가을비가 쓸쓸한 코트 깃을 연상시킨다면, 겨울비는 한껏 두꺼운 패딩을 여미는 모습이 생각나는 반면, 봄비는 화사하고 가벼운 옷차림이 생각난다. 봄비는 봄의 전도사로 희망을 담고 있다.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있지만 봄 햇살을 가득 품은 화사하고 따스한 햇볕과 같은 희망이다. 비록 바람이 쌀쌀하지만 혹독한 냉기를 품고 있지는 않다. 봄비는 그런 희망을 준다.

 

필자에게 봄비는 3가지 감성을 준다.

 

고등학생 시절 무슨 뜻인지도 모르며 배운 시인 이수복의 ‘봄비’가 지금은 구구절절이 가슴 시리도록 다가온다. “이 비 그치면 /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 맑은 하늘에 /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 향연(香煙)과 같이 /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두 번째는 할리우드 흑백 명화 ‘애수(哀愁)’에서 비 내리는 날의 만남과 이별과 Auld Lang Syne 음악이 흐르던 클럽의 정서다. 세 번째는 애절함을 담은 장사익 노래 ‘봄비’다. 이제는 이수복의 봄비가 교과서에 실린 이유를 안다. 장사익의 봄비와 애수의 비가 지닌 감성을 모두 포함하고, 애이불비를 새로운 희망으로 바꿔야만 하는 현실을 담았기 때문이다.

 

요즘 의대 정원 문제로 의료계와 정부가 충돌양상이다. 역사와 문명은 정반을 넘어 합을 이룰 때 발전하고 완성되었다. 변화를 알리는 봄비가 내리는 시절에 미래를 위하여 정반합으로 지혜로운 결정을 이루어 내길 바란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맞는 말이라도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다
살다보면 맞는 말인데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것들이 있다. ‘맞다·틀리다’는 참과 거짓을 나누는 명제로 객관적인 관점이고, ‘옳다·그르다’는 주관적 관점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는 맞는 것이지만 주관적으로는 옳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은 선거에서 보였듯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다. 반대로 옳다고 하는 말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 잔소리나 혹은 직장 상사나 선생님, 선배 혹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전공의대표가 대학 수련 병원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의대 교수는 착취사슬 관리자, 병원은 문제 당사자”라고 표현하였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대학병원 현 상태를 명쾌하게 한마디로 정의한 깔끔한 표현이었다. 다만 모두가 알고 있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었던 사실로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표현을 보면서 뭔가 마음이 불편함을 느꼈다. 수련의가 지도교수들을 착취의 관리자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도제식 교육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가 의료계인데 이런 도제식 교육적 개념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술자는 교과서에

재테크

더보기

미국증시 조정과 연준의 첫 번째 금리인하

조정받기 시작한 미국증시 3월말에 고점을 만든 미국증시는 4월 1일부터 3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주에는 50일 이평선을 하회하며 하루도 반등 못하고 매일 하락해서 미국주식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아졌다. 다행히 이번 주는 20주 이평선 부근에서 반등에 성공해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4일에 기고한 칼럼에서 첫 번째 금리인하 시점이 6월이라 가정했을 때 4월 전후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해 미리 다뤄봤다. 기준금리 사이클 상으로 첫 번째 금리인하 전후에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 및 횡보구간이 나오게 되는데, 마침 3월 FOMC를 앞두고 그동안 강세장을 이끌어왔던 AI 대표 주식 엔비디아가 주당 $1,000을 앞둔 상황에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당시 S&P500 공포탐욕 지수도 극도의 탐욕에서 벗어나서 추세를 벗어나 점차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고점 가능성에 대해서 2주 전에 유튜브 영상을 통해 추가로 분석한 적이 있다. 필자는 대중의 심리 지표를 활용해 시장의 변곡점의 경로를 예상하는데, 공포탐욕 지수의 추세와 put-call 옵션 비율, 기관투자자들의 매수-매도, 거래량, 차트 분석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해 금리 사이클과 비교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