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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3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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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이야기(657)

어제 출근길이었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려는데 신호등이 빨간색이었다. 얼마 전에 바뀐 ‘우회전 일시정지법’대로 차를 멈추고 3초를 세는 중에 뒷차가 ‘빵’하고 클랙슨을 울렸다. 교차로에 사람이 없는데도 멈추었다고 빨리 가라는 의미인 듯했다. 자동차 사고에 대한 예능프로그램인 한블리에서 변호사는 3초 동안에 우측 좌측 정면을 한 번씩 보라고 조언했다. 최근엔 어쨌든 일단 멈추고 3초를 사수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그때마다 3초란 시간은 참 긴 시간이라고 느낀다. 뒷차 운전자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게다.

 

치과 외래에서 에칭하고 기다리는 15초 시간이 참 길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마음이다. 국가 대항전 축구 경기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1골 차로 이기고 있을 때는 시간이 너무 더디게 흐르고, 지고 있을 때는 빠르게 흐른다. 사람 마음속에서 느끼는 시간의 속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 게임을 하거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빠르게 흐르고 재미없는 수업은 기다려도 흐르지 않는 느낌이다.

 

최근에는 이런 마음속 시간 속도의 차이는 심리적인 면에다가 생리적인 면도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재미있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은 생리학적으로 도파민의 분비로 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정신병리학적인 면에서 보면,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시간의 속도를 느리다고 느끼고 불안한 사람은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다. 우울하면 정신활동이 느려지기 때문에 시간이 평소보다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하루가 매우 길게 느껴지고 간단한 일을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느낀다. 반면 불안은 각성 상태를 높이면서 정신적·생리적인 활동을 증가시켜서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시험을 볼 때 긴장감과 걱정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이로 인해 시간이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과 압박감이 커진다.

 

1995년에 미국 심리학자 피터 맹건 교수는 나이에 대한 시간의 속도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2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실험자들에게 스톱워치를 주고는 눈을 감고 있다가 3분이 되었다고 느낄 때 누르라고 하였다. 이 실험에서 20대는 평균 3분 3초가 지난 후에 버튼을 눌렀지만 40대는 3분 16초, 60·70대는 3분 40초가 지난 후에 버튼을 눌렀다. 교수는 뇌 속에 생체 리듬을 주관하고 있는 생체시계가 있으며 나이가 들면 몸의 대사 속도가 느려지고 자연스럽게 생체시계도 늦게 가게 되면서 시간 감각도 둔해진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또 다른 몇 가지 가설이 있다. 노화되면서 생리학적으로 도파민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생애 시간이 길어질수록 1년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는 기억력의 감소로 하루에 기억할 수 있는 양이 적어지면서 사건들이 축소되어 짧게 느끼게 된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급해지고 잘 참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개개인이 시간을 감지하는 속도는 얼굴만큼이나 모두 다르다. 3초의 시간이 누군가에겐 눈 깜박할 사이고 누군가에는 클랙슨을 울릴 만큼 긴 시간이다. 그런 면에서 뒷차가 클랙슨을 울렸다고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다. 노인분들이 빨리 빨리 일을 해달라고 조급하게 재촉하는 것도 짜증낼 일이 아니다. 결국 시간의 속도를 감지하는 생리적인 센서나 심리적인 센서의 기능적 차이에서 오는 아날로그적인 문제일 뿐이다.

 

누군가는 3초의 시간 지연이 있을 뿐이고 누군가에는 3초의 조급함이 있을 뿐이다. 그런 시간 지연과 시간 조급이 어느 평균적인 정도를 넘어서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개인적인 차이를 넘어 이상심리에서 다루는 장애처럼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생리적 시간 지연 센서 장애 혹은 심리적 시간 조급 센서 장애란 용어로 생각해볼 수 있다. 노인들은 생리적 시간 센서의 지연장애가 발생하고, 심리적으로는 개인의 마음 수행정도에 따라 조급함을 조절하는 능력이 차이가 나며 아주 급해진다면 심리적 시간조급 센서장애라 할 수 있다.

 

3초의 시간은 자신이 지닌 시간센서에 대한 통찰의 바로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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