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되어서 환자를 진료하기 시작할 때, 은사님이나 선배들이 환자를 돈으로 보면 안 되고 아픈 사람으로 보라고 하셨다. 병원에 오는 환자를 손님이라고 했다가 선배들에게 환자가 어떻게 손님이냐고 혼이 났었다. 의술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돈을 벌기위해서 진료를 하는 의사는 없었다. 의사가 의술을 시행하고 그리고 그에 맞는 진료비를 받은 것이다.
최근에 방송사가 늘어나면서 방송 프로그램은 다양해지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지만 반대로 선택의 혼란도 많아졌다.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을 합성해 만든 단어인 ‘인포테인먼트’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양의 의학정보들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홈쇼핑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건강에 좋다는 식품과 제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런데 “몸의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유산균을 처방하고, 심지어 불임환자가 임신이 된다”고 하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후두부 동맥 혈류량이 5배 증가해 발모 효과가 강해진다”는 방송이나 홈쇼핑에 출연한 일부 의사들이 허황된 말로 그럴듯하게 설명을 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제시하거나 효능을 과장 광고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일명 ‘쇼닥터(show doctor)’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잘못된 의학상식이나 근거 없는 황당한 치료법을 가운까지 입고서 방송에서 주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국민들 입장에서는 전문가인 의사가 하는 말이므로 그대로 믿게 된다. 문제는 그러한 것이 국민보건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주 크다는 점이다. 흥미까지 유발하다 보니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관련 정보들이 과장되고 왜곡되어서 정확한 정보를 주장하는 진료실에서는 환자가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다. 방송에 나온 저명한 의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동네의사가 뭘 아느냐는 식의 환자 태도에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말이 다 맞고, 판매되는 약이나 제품이 그렇게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면 아픈 환자가 없어야 할 것이고, 의사들은 환자가 없어서 매일 놀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에 대머리는 없어야 하고 불임도 없어서 집집마다 아이울음소리로 시끄러워야 한다. 그렇게 건강에 관심이 많아서 많은 돈을 소비하면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실제 건강에 필요한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이 꾸준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건강’이 하나의 상품화로 되고 있다. 상품의 구매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판단이며, 그 필요성을 떠나서 소비자가 구매하고 싶으면 구매를 하는 것이고, 불필요한 물건이라도 내가 가지고 있으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소유에 대한 만족도 있을 수 있다. 건강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그런 상품과 제품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 심지어 의료나 치료도 많이 받으면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을까?
이제 건강도 비즈니스화 되어서 일부 의사들이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 장사꾼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세뇌를 통해서 그런 이야기를 믿고 싶다에서 믿어 버리게 될 수 있다. 의학은 과학적 근거를 기본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완성이 된다. 당장 신기술처럼 나온 치료기술에 대해서 실제 적용에서 조심스러운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치과의사는 진료에 충실해야 하고, 그 진료의 학술적 근거는 과학적인 자료를 중심으로 검증된 치료여야 하는 이유이다.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이 이상해지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