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은 유래 없는 폭염으로 인해서 매일 잠 못 이루는 열대야를 겪어야만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더위는 왔고, 밤마다 더위에 깊은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반복되었다. 더위에 따르는 건강상의 문제뿐 아니라 수면부족으로 인해서 신체적으로 많은 문제로 고생하고 건강상 심각한 무리를 받으면서 수면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한 여름이었다. 그러나 평소에는 우리가 건강한 수면을 잘 취하고 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심각한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할 것이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수하리에는 밤하늘보호공원이라는 밤만 되면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육지 위의 섬’으로 불리는 경북 영양군은 산으로 둘러싸인 대표적인 오지다. 면적은 서울보다 넓지만 인구는 울릉군을 제외한 전국 243개 지자체 중 꼴찌다. 교통량이 적다보니 신호등도 군 전체에 세 개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어둠에 익숙해 질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이런 오지에서 더 오지가 되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읍내에서 차를 타고 산 속으로 30분을 더 가야 하는 곳이 밤하늘보호공원이다.
이곳이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5년에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협회(IDA)에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영양군도 보호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수년에 걸쳐 빛을 철저히 통제해 왔다. 주변에 빛공해를 일으키는 공장이나 상업시설을 절대로 설치하지 않았고, 가로등도 빛이 위로 퍼지지 않도록 했다. 어둠을 지킨 덕에 이곳은 국내 최대 반딧불이 서식지 중 한 곳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어둠의 가치가 주목받게 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빛공해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빛공해가 심한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은 국토 면적 중 빛공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이 89.4%로 주요 20개국(G20) 중 이탈리아(90.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빛공해는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철새들은 달빛이나 별빛을 보고 이동하게 되는데, 고층 건물의 불빛에 이끌리다가 부딪혀 죽는 일도 벌어진다. 부화한 아기 바다거북이가 해변의 조명 때문에 방향을 잃고 육지로 기어가다 죽는 경우도 빈번하다. 빛공해는 멜라토닌의 분비에 영향을 미쳐서 사람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멜라토닌의 분비가 억제되어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심한 경우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요새 밤은 밝아도 너무 밝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밤이 조용하지도 않고 TV는 24시간 방영되므로 멍하니 잡고 있으면 시간이 잘 흘러간다. 인터넷을 24시간을 해도 되고, 야식도 24시간 풀가동이다. 수면장애질환분류에서 이갈이,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은 치과에서도 치료하는 질환이다. 이런 환자들의 치료 시에 기본적으로 수면위생을 교육시키고 지키게 하는데, 현대 침실환경은 숙면을 취하는데 아주 불리하므로 기본적으로 이에 대해서 환자에게 설명하고 교육시켜야 한다. 치과의사들이 수면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고 치과에서 수면관련질환을 치료하는 경우 환자의 수면환경에 대해서도 파악을 해야 한다.
수면 관련 질환에 대해서는 점점 환자가 늘어가는 추세이며, 관련된 증상과 위험성에 대해서도 많이 자각을 하고 있다. 따라서 치과에서는 이와 관련된 치료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치과의사들의 관심은 그렇게 많지 않다. 환자들이 치과로 찾아와도 치료를 하지 않거나 소홀히 한다면 그건 우리 내부의 문제이고 해결해야 할 것이다. 암흑시대도 종종 필요하며 건강한 수면을 위해서 치과의사들도 수면무호흡치료 등을 임상에서 많이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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