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는 기사가 매일 올라오고 있다. 체감 경기도 싸늘하고 치과계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유사 이래 우리나라가 가장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올해 초 우리나라가 30-50 클럽에 가입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다소 생소했던 지표여서 이리저리 글을 찾아보았다.
6·25전쟁 마지막 해인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67달러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 과감한 수출 지향 산업화 정책으로 고속 성장을 했다. 1977년 1,000달러, 1994년 1만달러, 2006년엔 2만달러까지 넘어섰다. 세계 경제는 1960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 7.5배 성장했는데 한국 경제는 39.9배나 커졌다. 선진국들이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가는 기간이 평균 9.7년으로,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009년에 다시 2만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3만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었다. 하지만 12년 만에 3만달러를 넘어섰다.
30-50 클럽은 국민소득 3만달러에 인구 5,000만명 이상인 나라를 뜻한다. 국민소득이 높아도 인구수가 1,000만명 이하인 나라가 대부분이다. 중국과 같이 국내총생산 규모는 크지만 인구가 너무 많아 아직 1만달러를 넘지 못했다. 30-50 클럽은 그런 의미에서 경제 규모도 크고, 부가 고르게 분배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30-50 클럽에 가입된 나라는 일본(1992), 미국(1996), 영국(2004), 독일(2004), 프랑스(2004), 이탈리아(2005)로 대부분 식민지를 가졌던 나라들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이후 30-50 클럽 가입 국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식민지를 가진 경험이 없는 국가, 오히려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국가가 30·50클럽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이제 한국은 IMF에서도 선진 경제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이 지표에는 가계 소득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소득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가계의 1인당 처분가능 소득만 집계하면 2017년 기준 1,874만원(1만6573달러)에 그친다. 국민 체감 경기와 밀접한 고용, 소득 분배, 가계부채 등 지표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높은 체감실업률과 소득 계층 간의 차이도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2019년에 들어서면서 한국 경제는 금리, 물가, 성장률이 모두 0에 수렴하는 ‘제로이코노미’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고성장에 인플레이션만 걱정하던 한국 경제가 이제는 거꾸로 디플레이션 공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실제 지난 9월은 처음으로 물가가 -0.4%를 기록했다. 여기에 고령화와 저출산까지 겹치면서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겪고 있는 제로이코노미의 덫에 빠져들고 있다. 제로이코노미시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역동성을 기대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저패니피케이션’의 길을 따라 추락할 것인지 걸어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에 서서 앞으로의 항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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