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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어느 치과기공사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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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 논설위원

출근길, 차창 너머 보이는 맑은 하늘이 싱그럽다. 간혹 보이는 구름 사이로 먼지 하나 없는 푸른 하늘이 어느덧 진녹색으로 변한 가로수와 어우러져 더욱 눈이 시리다. 늘 황사와 미세먼지로 뒤덮였던 5월 하늘… 오늘은 눈이 부시도록 깨끗하고 투명하다. 휑하던 거리에 하나둘 사람들이 늘어나고, 도로를 가득 메운 출근길 차들을 보니, 일상은 어느새 우리 곁에 온 듯하다. 급격하게 환자가 줄었던 치과도 조금씩 찾아오는 환자들의 발길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라는 긴 어둠의 터널 끄트머리에서 이제부터는 일상이라고 축복하는 듯한 푸르고 맑은 하늘을 보면서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얼마 전 SNS를 통해 알게 된 한 분의 부고 때문이다. 이제 50대에 접어든 어느 기공사의 죽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이지만 1인 기공소 소장으로 ‘밤중에’ 홀로 기공물을 만들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기공사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시간이 불규칙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비슷한 연배의 기공사가 과로로 인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은 이번 코로나로 맞은 수백명의 안타까운 죽음보다 더 나를 슬프게 한다. 더구나 초등학생 아이가 있다고 하니 더욱 가슴이 아린다. 무엇이 이 가장을 죽음으로 몰았을까?


언젠가 모 정당 대통령후보가 내세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모순을 한 구절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저녁조차 사치로 여겨질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과노동에 내몰렸고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그 후 여러 번의 대선과 총선이 있었고 그때마다 정치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약했다. 경제는 많은 성장을 했고 나눌 수 있는 파이는 커졌지만 저녁이 있는 삶은 여전히 공허하게 들린다.


영세한 기공계의 현실은 여전히 힘들다. 기공과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기공일을 하지 않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 40시간 노동을 넘어 많은 사람들이 work&life balance를 얘기하는 시대에 아직도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에 익숙해져 있는 구조이다. 저수가와 과노동의 악순환의 고리는 기공소의 근무조건을 더 열악하게 만들고 있고 1인 기공소 또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치과계도 경쟁이 심해져 경영이 힘들어지는 치과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치과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기공사의 처우는 많은 부분이 치과의사에 달린 만큼, 그분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기공일에 대한 노동의 가치를 제고하고, 합당한 대우를 하여 전문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한다면, 그 치과는 틀림없이 좋은 협력자를 갖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다시는 볼 수 없고 가족들과 오손도손 저녁을 같이할 수 없는 슬픈 죽음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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