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4.23 (목)

  • 맑음동두천 23.6℃
  • 구름많음강릉 16.8℃
  • 맑음서울 24.2℃
  • 흐림대전 23.3℃
  • 구름많음대구 19.3℃
  • 흐림울산 16.4℃
  • 맑음광주 24.0℃
  • 흐림부산 18.9℃
  • 구름많음고창 22.6℃
  • 흐림제주 15.9℃
  • 맑음강화 21.4℃
  • 구름많음보은 21.0℃
  • 구름많음금산 22.2℃
  • 구름많음강진군 21.3℃
  • 흐림경주시 16.0℃
  • 흐림거제 17.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성명서의 힘, 최치원에서 서울지부까지

URL복사

박용호 논설위원

868년 최치원은 12세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신라 6두품 출신으로서 출세에 한계가 있었던 그는 18세에 외국인 과거시험인 빈공과에 장원급제한다. 이후 회남 절도사 고변의 추천으로 관역순관 지위에 올랐다. 이때 황소의 난이 일어났다. 소금세가 높아지자 밀매업이 성행하고 밀매업자의 두령인 황소가 산동성과 하남성을 점령하고 급기야 장안을 함락, 황제 희종은 쓰촨으로 도망쳤다. 때마침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이 빛을 발한다. 삼국사기는 이를 중국고사를 인용한 장중체 문장으로 전한다. “천하의 모든 사람이 너를 죽이려 의논할 뿐 아니라 땅속의 귀신들까지 너를 죽이려고 의논하였다” 대목에서 그 준엄한 꾸짖음에 놀란 황소가 의자에서 넘어졌다고 알려진다.


인류 역사는 말, 글, 행동의 자취다. 글의 정수인 성명서는 리더가 일정 사항에 대한 방침이나 견해를 공표하는 글이다. 크게 보면 모세 십계명,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한 모든 인류의 계율과 역사적 논쟁이 글로 이뤄져 왔다. 시의적절한 언어 구사력과 문장은 정치에서 필수다. 성명서의 위력과 파급효과는 지대하며 그 전파는 가히 빛의 속도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니며 그 이면에는 각 단체의 회장, 공보이사, 홍보이사 등 관련 임직원들의 각고의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서울지부는 지난 5월에 불법이벤트치과를 퇴출시키고자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구절절 옳다. 과도한 할인은 치의를 이간질시키며 불법광고는 불온삐라 같은 것이다. 그전에는 대내적으로만 한 것에 비해 대국민, 정부기관에 입장을 표명한 것은 파격적이다. 과거 불법회원도 회원보호 차원에서 공개적인 성명서를 생략했던 것에 비하면 당연한 처사고 발 빠른 대처다. 불법행태가 계도 한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자율징계권 획득의 근거와 초석이 될 것이다.


치협도 “정부와 여당은 졸속 의대, 치대, 한의대 신설정책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 산술적인 증원만을 고집하는 포퓰리즘 정책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것은 국민을 행복하게도 못하고 치의를 더욱 강퍅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치협은 “향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치과의사 수 확대 기도를 강력히 저지할 것”이라며 필요에 따라 의협 등과 연대투쟁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투쟁으로 당선된 회장답다. 말에는 책임과 행동이 뒤따르므로 반드시 그리해야 할 것이다. 간디는 남아공에서 변호사 시절, 잦은 언론기고(성명)와 전보를 하며 ‘사티아그라하(비폭력저항)’ 파업을 했다.


그런데 요즘 국민은 트럼프와 김여정의 허언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엄포를 놔도 놀라지 않으며 아무리 기상천외한 언사를 하더라도 신뢰하지 못한다. 면역력이 생기고 역치가 높아진 때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은 불안하다. 정치인들의 말과 성명서는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그렇다고 전문 직역이 이를 모방해선 곤란할 것이다. 생리상 맞지도 않고 전문가적인 합리적 논거에 부합되지 못한다. 우리식의 치밀함으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국민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6월 초, 코로나 확산우려로 SIDEX 개최 유무에 따른 서울시와 복지부의 개입, 언론의 자극과 국민 여론이 가세되며 치협과 서울지부는 불협화음으로 회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2주 지난 시점에서 보면 개최는 성공적이었다. 의료인의 치밀함으로 학술대회의 모범을 보인 셈이다. 다만 치협과 서울지부는 입장이 다르고, 고려해야 할 요소도 차이가 있고, 스케일도 다를 수 있다. 경제적 손실과 방역 실패에 따른 부담감으로 결정과정은 갈등과 고심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결과론적이지만 치협은 반대해서 정부와 국민 편에 면이 섰고, 서울지부는 일관성을 견지해서 회원 편에 면을 세운 셈이다. 서로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다만 외부의 적과 싸울 때는 합심은 필수불가결이다. 다시 한 번 서울지부 처사에 박수를 보낸다. 최치원 격문이 역사에 남았듯이 SIDEX 관련한 서울지부의 말, 글, 행동도 치과계 역사에 빛날 것이다.

 

  *논단은 논설위원의 개인적인 견해로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국>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레바논에서 발생한 신성모욕
이스라엘 병사가 레바논의 예수상을 파괴하는 사진은 25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바미안 석불이 파괴되던 일을 떠올리며 충격과 더불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종교적 성인인 부처나 예수님 상에 저 정도 짓을 한다면 포로나 피점령지 사람들에게 행할 짓은 미뤄 짐작이 된다. 종교적 상징물을 파괴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선민사상이다. 내가 믿는 신이 최고니 나머지는 모두 우상이고 미신이라서 무슨 짓을 해도 본인이 믿는 신을 위한 잘한 짓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령신앙이 없는 것이다. 정령신앙은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는 신앙이다. 이는 고등종교가 발달하기 전에 원시 종교형태였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민속종교 형태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불상이나 예수상을 실수라도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히면 그날부터 꿈자리가 사납고 잠을 설치게 된다. 천벌을 두려워하는 것도 정령신앙의 일종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종교가 들어오고 정착과정에서 종교적 박해는 심하게 있었으나 아직까지도 종교 간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 근간이 정령신앙이다. 상대 종교의 신이나 상징물에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히 해하려 하지 못한다. 한반도에 살

재테크

더보기

금리 사이클 전환 구간, 미국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최근 미국 증시는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부의 긴장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 시장이 단순한 상승 국면이 아니라 사이클 전환 구간에 위치해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 사이클로 보면 현재는 첫 금리 인하 이후 B 구간을 지나 경제위기 C 국면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가깝다. 과거에는 이 구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경기 침체로 이어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금리 인상 폭이 컸음에도 경기 둔화가 지연되면서 B에서 C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만 구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구간의 후반부에서는 결국 경제위기 국면(C)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미국채 30년물 수익률 월봉 차트를 보면 이러한 구조 변화는 더욱 명확하다. 1980년대 이후 장기 금리는 하락 채널을 형성하며 디플레이션 사이클을 이어왔지만, 최근에는 저점과 고점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승 채널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한 금리 반등이 아니라 인플레이션 사이클로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 금리도 이 상승 채널 안에서 움직이며 4.8%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포인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