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울산지법 제1행정부는 지난해 환자 치아 레진 충전을 치과위생사에게 지시했다가 의료법 위반으로 적발돼 보건소로부터 1,8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던 치과의사 A씨가 제기한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이미 대법원은 2018년 6월 판결(2017도19422)에서 “충치 예방을 위한 실런트 과정과는 달리 충치치료 과정에서 이뤄지는 에칭과 본딩 시술은 의기법 및 시행령이 허용하고 있는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와 한계에서 벗어나는 의료행위로서 의료인인 치과의사만이 할 수 있고, 비록 치과위생사가 치과의사의 지도 및 감독 아래 시술을 했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치과계는 수년간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6개월 이상 휴직자를 대상으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확대되자 이를 수령하기 위한 단기 청년실직자 수요가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으로 보조인력난이 악화해 몸살을 앓고 있다. 몇몇 치과의사들은 이 ‘보조인력난’의 주요 원인으로 ‘대형병원의 인력 싹쓸이’ 등에 더해 ‘과다한 위임진료를 위한 고용과다’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치과의사 1인당 고용인원을 제한하거나 업무범위를 명확히 준법하자는 주장을 해오던 차인지라, 이번 판결과 관련하여 이러한 수요점검 관점에서 치과계의 숙의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그간의 보조인력 정책은 주로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춰 이뤄져 왔다. 치과의료정책연구원이 발간한 2019 치과의료연감에 따르면, 2018년 요양기관별 치과위생사 수는 3만6,402명(2018 건강보험통계연보)이고, 전국 치과 병의원 근무 간호조무사 등 종사인력 수는 1만7,919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으로 집계됐다. 이를 2018년 치과병의원 숫자 1만7,905개(2018 건 강보험통계연보)에 적용 시 1개 기관당 약 3.03명의 보조인력이 근무하는 것이다. 즉, 치과병의원에 평균 2명의 치과위생사와 1명의 간호조무사 등 기타 인력이 근무하는 셈으로 전국의 많은 치과가 소수의 보조인력을 고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구인구직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리는 소위 ‘대형치과’들은 보기에도 달콤한 근무 및 복지조건을 많이 내거는 데 더하여, 근무인원 숫자가 많다는 것을 홍보하기도 한다. 한데 이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막상 진료하는 의사 수는 적어 치과의사 1인당 보조인력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위임진료를 하지 않으면 해당 병의원의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간, 일부 치과의사들은 치과 특성상 한정된 진료시간에 보조인력에게 명확한 법적 테두리 내의 업무만 지시할 경우, ‘치과의사 1인당 적정 보조 인력 수’가 정립될 수가 있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자로 하여금 의료기관의 종류에 따른 의료인 등의 정원 기준(의료법 제36조 제5호 및 동시행규칙 제38조 제2항 제3호)을 정해, 치과의원급의 경우 연평균 1일 외래환자 30명당 간호사 혹은 치과위생사 1인의 최소 인원 충족 여부만을 정하고 있다.
최근 보조인력 문제를 덴탈어시스턴트(DA)와 같은 새로운 직역을 만들어 공급을 확대하려는 치과의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등에서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해 앞으로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와 별개로 ‘왜 1인 치과의사가 과다한 숫자의 보조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가?’라는 수요적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살필 필요가 있다. 또한 ‘위임진료’에 관한 명확한 정의와 내부 홍보를 통해 자율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계도한다면, 일부 대형 병의원의 보조인력 독점문제나 쏠림 현상이 서서히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저기 치과에서는 레진치료를 직원이 해주었어요!’라고 말하는 환자가 이제까지 종종 있었다. 이번 뉴스를 보고, 그 환자를 비롯해 비슷한 경험을 한 많은 국민이 치과의사들을 볼 시선을 생각하면 그저 착잡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