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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Minority Report’와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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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논설위원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토탈리콜’의 원작은 당대 미국 최고의 SF 작가이며, 1963년 휴고상 수상자인 필립 K.딕(1928~1982)의 소설이다. 그는 미국의 정치사회적 암흑기였던 1950년대 초중반에 걸쳐, 빨갱이사태(Red Scare, 소위 극단적 반공사상)와 매카시즘(McCarthyism) 등이 횡행하는 비이성적인 시대와 사회를 특유의 맹렬한 필력으로 비판하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영화 ‘Minority Report(2002)’도 그의 50년대 초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 콜린 파렐 등이 만들어낸 블록버스터다. 2054년 미국 워싱턴을 배경으로 ‘강력범죄 사전예지시스템’을 통해 잠재적 범죄자를 검거하거나 범죄의 피해를 막는 첨단시스템에 대한 내용이다.

 

영화는 해당 범죄예방국의 시스템을 세 명의 초능력 예지자들이 매우 과학적으로 보이는 장비들과 기술적으로 연결된 것처럼 묘사하면서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살인사건의 범인과 피살자의 이름을 단순히 나무공에 새기는 이미지를 대비시킴으로써 예측시스템의 비과학적 허점과 무오류에 대한 오만함을 우려하고 있음을 도입부에서부터 느끼게 한다.

 

내용은 참으로 흥미진진하지만 이 범죄예방시스템이 개발될 때 세 명의 예지의견이 모두 일치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2:1로 나뉠 경우 하나의 이견은 소수의견(minority report)으로 분류되어 자동 삭제되고, 반드시 일어날 일처럼 결론을 내도록 디자인되어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을 알아내며, ‘잠재적 범죄’를 다루는 이 영화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간다.

 

지난 8월 말, 2015년 처음 발의되어 논의되어오던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통과시켰다. 법의 요지를 쉽게 표현하자면 ‘수술과정의 실수도 용납 못하겠고, 증거인멸의 의심도 가니 카메라로 찍겠다’는 것에 다르지 않으니,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음’ 또한 다르지 않다.

 

분명히 그러하지 않음을 의료계가 여러 채널로 정부에 알렸고, 세계의사회(WMA)에서도 강한 우려를 담은 메시지를 전해왔지만, 관계 당국의 안타깝도록 무관심한 태도 속에 이 황당한 개정안을 실은 배는 산으로 가버렸다. 그러나 이미 배는 산으로 갔을지라도 대한민국의 의료단체장들은 △과연 이 법이 환자에게 진정 득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여론을 조성한 계기 △이러한 행위의 주체가 누구이고, 그 판단을 검증하고 인정한 행정 및 입법 주체는 누구인지 △아울러 그 과정에서 인용된 자료의 수집방법과 해석주체 △그리고 헌법에 명시된 건강추구의 기본권과 장기적인 사회공익에 합치된다는 타당성 등이 논리적으로 상술된 보고서를 국민의 이름으로 정부와 국회에 엄중히 요구하고 조속한 답변을 촉구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공익을 추구한다. 공익의 개념 속에는 의료와 같은 사회적 복지에 대한 담론이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사회비평가이자 인종사회학자이며 경제사학자인, 리처드 H. 터니는 “사회적 복지가 이상적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안락과 행복추구가 실현되려면 강력한 공동이해관계의 존재가 필수적이며, 그 최종적 성패는 공동체의 ‘응집과 연대’에 절대적으로 달려있다”고, 90년 전 역설하였다. 그의 말대로 강력한 공동이해관계란 공동체내의 구성원 또는 집단 간의 ‘응집과 연대’가 길러낸 신뢰와 협력 속에서만 싹트고 성장하는 생태계적 개념의 가치이지, 상호불신과 경계, 삼엄한 감시가 자행되는 수용소 같은 환경에서 기대할 수 있는 산물이 아님을 관계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잠재적 범죄’를 다룬 원작소설을 쓴 필립 K.딕의 성장기와 생애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다뤄지는 정체성의 혼란, 안전에 대한 불안의식 등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내내 심신이 미약하였다. 마음의 병을 앓던 그가 경험했던 불안한 세계가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대와 비슷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면, 수술실에 CCTV를 달자는 무분별한 생각을 해내는 현상이 씁쓸히 납득될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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