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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우린 더디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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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태 논설위원

과거 역사 속 인물을 얘기할 때 우리는 그들의 수많은 일화 속에 한 두 가지만 기억한다. 세세한 기억은 역사가나 그들 자손들의 몫일 뿐 대중의 머릿속에는 그리 많은 용량을 담지 않는다. 손기정하면 우리는 마라톤 영웅을 떠올리고, 백남준하면 요란한 브라운관 속에서 시간을 넘나든 미디어 아티스트를 떠올린다.

 

우리는 단 한 줄 프로필로 그들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평범하게 사는 우리들이야 대중에게 그마저 기억나게 하는 존재는 아닐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진료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엄한 선생님, 친구같은 의사아저씨 등등 환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든지 한줄 평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잊지 말자는 것이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어떤 한 줄의 평으로 남아 있을지, 최소한 좋은 이미지, 선한 이미지로 남아 있기를 바라자는 것이다.

 

우리가 속한 이 사회에서 그래도 내가 살다가면서 나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으로 좋은 언어로 한 줄짜리 기억이라도 얻어낼 수 있다면 살아온 인생이 그래도 좀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 그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요즘은 그나마 그런 한 줄의 평을 얻기도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이 과거처럼 음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라떼는 말이야…” 낭만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시간이 더디 가기 때문에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음미하며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어어~ 하다보면 시간은 예전 그대로 흘러가는데 세상은 이미 저만큼 가 있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피드백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현실은 너무 다양하고 너무 빠른 속도로 세상을 바꾸어 가고 있다. 코로나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집집마다 문을 닫게 하는 위력을 가졌다. 그러더니 어느 날, 모든 것이 정지다. 숨 가쁘게 돌던 지구가 순간 멈췄다. 덕분에 병원에 환자도 확 줄었다. 모두 다 스톱사인이다. 마치 폭풍의 핵과 같은 느낌이다. 사람들이 맥없이 죽어가고 있고 산 사람들은 너도나도 백신 두 개씩 맞는다. 이젠 하나 더 맞으라고 한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이제 잡힐까 하고 손을 뻗으니 서 있는 세상은 더 빨리 앞질러 나가고 있다. 세계가 다시 열릴 때쯤 되면 아마도 석유와 석탄의 시대는 저물고 저탄소와 씨름하는 시대로 등극할 것이다. 현대차는 이미 전기를 넘어 수소로 달려가고 있다. 미디어 세상도 마하속도로 변해가지 않는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KBS, MBC, SBS 등 레거시 미디어가 주름잡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종편부터 각종 인터넷 매체까지 심지어 필자처럼 유튜브를 활용한 1인 미디어 시대로 변하고 있다. 대중의 욕구는 이제 미디어 광장 속에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대중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환자에게 밉보이면 그대로 문을 닫을 수 있는 오도된 여론 광장도 활개치고 있다.

 

그럼 우리 치과계는? 아직 농부와 같은 고전적 이미지이지만 적어도 우리도 시대 흐름에는 맞춰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다들 환자 치료에 바쁠 테지만, 치과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협회는 종전처럼 현 상황에 대한 대처만 하는 단체가 되선 안된다. 변화가 빠른 세태 속에 환자들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는 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갈 길을 마련해야 한다. 변하려면 밀려서 변하지 말고 앞장서서 변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세상이 통째로 박피를 하고 있는데 치과계 안에서는 하찮은(?) 일 가지고 멱살 잡을 일이 있겠는가. 최근에 모 부회장이 협회장을 상대로 성명서를 냈다고 한다. 여러 배경이 있을 것이고, 나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폭주하며 변화하는 세상이라도 변하기 어려운 룰이 있다. 조직에서는 누가 뭐라 해도 회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 임원은 회장을 100% 도와 서로 힘을 합쳐 일할 것이라고 회원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이 해야 할 말과 하고 싶은 말은 협회 안에서 하면 된다.

 

적어도 함께 일하다가 서로 헤어진 후에는 그 사람에 대한 좋은 평가가 한 줄 평으로나마 남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이 속도 빠른 세상에서 그나마 살맛이 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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