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30 (목)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치과신문 논단] 슬기로운 치과생활

URL복사

박세호 논설위원

최근 종영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보았다. 흥미진진하고 감동 있는 스토리로 치과의사인 필자가 보기에도 멋져보였다. 한편으로 필자의 치과생활엔 저런 인간미 넘치는 에피소드들이 없는 것일까하고 떠올려 보았는데 다음 두 이야기가 생각났다.

 

에피소드 1 : A씨를 처음 안 것은 그분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작은 체구에 몸이 가벼운데다 성격도 엄청 급한 어머니는 병원문을 들어서면 필자부터 찾았다. 대기환자가 있든, 다른 환자를 보고 있든 대뜸 틀니 때문에 잇몸 여기저기가 아프니 잠깐만 봐달라고 하셨다. 성에 차지 않으면 하루에 몇 번이건 와서 여기 조금만 손봐달라고 내손을 끌었다. 볼일이 끝나면 뒤도 안돌아보고 문을 휙 열고 가곤 했다.

 

어느날 각진 하관에 날카롭게 보이는 눈에 얼굴이 길며 체구가 바짝 마른 아주머니 한분이 왔다. A씨였다. 한참 치료를 받던 그녀가 어떤 할머니에 대해 물었다. 그러면서 그분이 자신의 어머니이며 의절하고 산다고 했다. 동글한 얼굴에 키가 작은 어머니와 전혀 닮지 않은 외모였다. ‘의절’이라는 말에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당황해하던 필자에게 나랑은 관계없는 분이니 잘 해드리라는 말을 덧붙여왔다.

 

그러던 A씨가 잇몸이 안좋아 치료받으러 왔다. 잇몸건강은 전신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요즘 무슨 신경 쓰는 일이 있는지 물었을 뿐인데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딸이 자살을 했다는 것과 그 딸과 자신이 어머니와 자신처럼 의절하고 지내왔다는 것을 얘기했다. 

 

마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사산한 줄도 모르는 산모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오열하는 것처럼 한참을 목 놓아 우는 A씨를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았다. 때로는 무심코 던진 작은 소통의 말이 큰 울림을 울리는 법인가보다. 딸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해줘야 할 어머니에게 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A씨는 필자가 던진 ‘신경 쓰는 일’이란 한마디 공감의 말이 얼마나 간절했길래 저럴까 싶었다. 웅성거리는 대기실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들 말없이 기다려주었다.

 

에피소드 2 : B씨는 필자가 공보의로 지내던 작은 면소재지 우체국장이었다. 애주가였던 B씨에게는 마을 농협조합장이었던 술친구 C씨가 있었다. 두주불사를 마다않던 두 분은 음주운전으로 차를 두 대나 폐차시켰다고 한다. 두 분을 알게 된 것은 치료 차 보건지소에 방문했을 때였다. 필자가 3년 동안 같은 곳에 근무했던 터라 우연히 만나게 되면 인사 나누는 정도의 사이였다.

 

떠밀리듯 3년이 지나 개원을 하게 되었는데, 아버지께선 당신의 집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으시다며 담보대출을 부탁한 필자의 제안을(물론 이자겸 생활비를 다 책임지겠다고 했었다) 한 번에 딱 끊어 거절하셨다. 필자에게는 200만원의 퇴직금이 전부였다. 대출을 알아보러 마을 농협에 갔더니 2,000만원까지 대출이 되지만 조합원 두 사람의 연대보증이 필요했다. 난감해 하던 그때 두 분이 선뜻 연대보증 서주겠다고, 개원 잘해서 얼른 갚으라고 격려까지 해주셨다. 

 

개업을 하고 대출금을 갚는 사이, 낮술을 거하게 하신 두 분의 세 번째 차가 논바닥을 굴렀고 C씨는 중태에 빠져 몇 번의 고비를 겨우 넘기고 살아났다. 그리고 B씨는 목욕탕에 가서 쓰러졌는데 어떤 치과의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알고 보니 필자의 절친 선배였고, 심지어 심각한 심장질환으로 입원한 대학병원 흉부외과에서 목숨을 구해준건 필자의 고등학교 동기였다고 한다. 그 일을 두고 B씨는 두고두고 고마워했다.

 

그 작은 시골마을 떠난 지 20여년. 두 분은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아마도 네 번째 차는 차마 포기하신듯했다) 필자의 치과로 치료를 받으러 오셨다. 몇 년 전 돌아가신 B씨가 살아있다면 올해 80세다. 평생을 피워온 담배가 당신을 거둬갔다. 얼마 전 오신 C씨가 외롭다고 했다. B씨가 그립다며 꿀단지 하나를 주고 가셨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재테크

더보기

2025년 10월, 반감기 사이클과 비트코인 자산배분의 전환점

2025년 10월, 비트코인은 다시 한 번 중대한 사이클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 약 1년 6개월이 흐르며, 시장에는 반감기 사이클에 따른 상승장에 대한 기대감과 동시에 하락장 진입에 대한 경계심이 공존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ETF 자금 유입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가격을 지지하고 있지만, 금리 사이클 측면에서는 이미 위험자산이 정점에 근접한 국면에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비트코인의 반감기 사이클과 연준의 금리 국면을 함께 살펴보며, 현재 시장의 위치를 진단하고 자산배분 투자자에게 필요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본다. 연준의 기준금리 흐름을 코스톨라니의 달걀 모형으로 단순화해보면, 현재는 금리 인하기의 후반부, 즉 B~C 구간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이 동반되는 시점에 시작되지만, 이번 사이클은 물가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 국면이 도래하기 전까지 유동성 확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암호화폐 시장의 반등 역시 점차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제 더 이상 리테일 중심의 투기 자산이 아니다. ETF 승인과 기관 자금의 유입으로 주식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