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는 논어에 나온다. 세 명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그 외에도 여러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자기를 낮추면 모두가 스승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달리 생각하면 중국 철학에서 3이란 숫자는 완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솥이나 그릇이 안정되게 세우려면 다리 3개가 가장 안정적이다. 또 천지인 삼재(天地人三才)는 만물을 의미한다. 이런 면에서 3명이란 다수를 포함한다. 즉, 다수가 가는 길을 따르면 큰 실수가 없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수가 옳으니 따르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수가 옳을 확률이 높을 수 있지만, 역사나 현실을 돌아보면 틀린 경우도 많았다. 다수가 틀리는 가장 큰 이유는 책임회피와 군중심리다. 다수 속에 개인이 숨으면서 부도덕한 행동을 해도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며 회피하기 쉽다. 대표적인 예가 전쟁에서 잔혹 행위를 하는 전범들이다. 두 번째는 군중심리다. 다수에 휩쓸리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며 단체행동이 옳다고 믿게 된다. 이것이 더욱 심해지면 집단 광기로 흐른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영끌한 2030세대가 힘들어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그들이 다수 분위기에 휩쓸렸다고 생각한다. 한창 집값이 오르던 2~3년 전이다. 지인들로부터 자식들이 집을 사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겟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군중심리와 일종의 집단광기로 보이니 절대로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었다. 그 덕인지(?) 최근에 몇몇 분들로부터 그때 말려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듣지만 영끌한 젊은이들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일본은 미국과 프라자 합의로 돈 가치가 하루아침에 두 배가 되자 모든 사람이 흥청망청하며 집에 투자하면서 버블이 시작되었다. 반면 우리는 싼 이자로 무한정 대출해 주며 흥청망청에 집값을 올렸다. 이번 흥청망청에는 군중심리가 큰 작용을 한 것이 문제다. 모두가 자기 집을 사니 정도 이상으로 무리해서 집을 샀다. 사실 흥청은 연산군이 가장 예쁜 기녀들에게 준 명칭이다. 그 당시 흥청이 많아지면 망한다는 의미로 전해진 것이 ‘흥청망청’이다. 그러나 흥청들은 결코 원해서 기녀가 된 것이 아니다. 채홍사가 전국에서 강제로 여인들을 기혼자를 가릴 것 없이 예쁘면 잡아들인 탓에 억울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금리를 싸게 하고 집을 사도록 유도한 자들이 채홍사처럼 나쁜 자들이고, 영끌족은 사실 징집된 흥청과 다르지 않기에 더욱 안타깝다. 싼 금리라는 덫에 걸린 젊은 세대가 안타깝지만 억울해도 흥청은 흥청이니 망청이 된다. 선택에 대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필자가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다수의 길보다 혼자서 가는 길을 선택했을 때 후회가 적었다는 것이다. 또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선택을 했을 때 세월이 지나서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집값이 오를 이유가 없는데도 싼 금리로 대출을 유도하는 자들과 집값이 무한정 오른다는 집단 광기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며 위태위태하게 생각했다. 이제 문제는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이다. 세상 이치는 오르면 내린다. 내리다간 멈춘다. 산꼭대기에서 굴린 눈덩이가 산 아래에 가까워질수록 가장 빨라지다가 멈추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 가장 급격히 떨어진 이후가 될 것이다. 멈추기 전의 눈덩이가 가장 크듯이 빠른 폭락에 영끌족들의 피해도 클 것이다. 건강한 멘탈로 잘 버텨 주기를 바랄 뿐이다.
공자는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뒤에 해석을 넣었다. ‘택기선자이종지(擇其善者而從之):스승으로 삼을 만한 사람은 기꺼이 따르고, 기불선자이개지(其不善者而改之):나쁜 사람을 보면 그것을 거울삼아 자신을 고쳐라’다. 결국 나쁜 사람도 실패도 스승이 된다. 실패는 성공의 기반이다. 다만 성공해야 알게 되는 단점이 있다. 실패 없는 성공 또한 위험한 것도 경험해야 알 수 있다. 성공과 실패는 양면성이다. 새옹지마일 뿐인 것을 깨닫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안타깝지만 젊어서 알기 어려운 것 또한 세상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