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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신문 논단] 뭐라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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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논설위원

필자가 본과 2학년이던 1990년 어느 날, 강의 중에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요즘 방송이나 신문에서 최고연봉의 직업으로 ‘치과의사’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공부하시고 나중에 사회에 진출하면 개원의나 공직의의 자리에서 국민 구강보건 향상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까마득한 옛날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날들이 있었다는 것은 주위의 선배들에게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당시 치과의사의 직업은 대학입시에 반영되어 경쟁률이 상당 부분 고공 행진하였으며 타 보건의료 직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또한 결혼적령기의 치과의사들은 최고의 신랑, 신부감이 되어 있었다. 소득의 순위가 반드시 최고의 직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통념상 연봉순위에 맞추어 사회적 선호도가 바뀌어갔다. 그렇게 인식되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시간이 흐르며 하강 곡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치과대학의 인기가 주춤하면서 입시 커트라인이 떨어지고 직업 선호도도 당연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개원의들은 경영 걱정을 하게 되었고 은행권에서의 대출규모도 축소되었다.

 

이러한 지각변동의 단초는 거대한 덤핑치과의 출현이었다. 전국에 지점을 깔고 주위 치과들을 초토화시키며 구하기 힘든 진료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마치 덤핑이 새로운 경영기법인 양 포장하여 환자들을 유인·알선하고 과잉진료를 일삼으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1인1개소법 제정이 그 확산을 막는데 기여하였지만, 덤핑치과에서 보고 배운 페이닥터들이 모방개원을 하였고 유사 개원형태가 전염되었다.

 

현재 강남권에서 유행하는 최저가 임플란트 광고는 이러한 흑역사의 데자뷰다. 예전에는 덤핑 행위에 대한 치과계의 경고에 눈치를 보는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먹히질 않고 있다. 심지어 학교에서 제자를 길러낸 교수님이 가세한 경우가 있고 덤핑치과의 중심에 있다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치과라는 단일과에 배출되는 연간 치과의사 수와 함께 덤핑이라는 바이러스는 치과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해져 먹튀치과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싸면서 좋다”

 

덤핑치과들이 환자를 현혹할 때 쓰는 문구다. 과연 이 말은 가능한 말일까?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말들이 문구를 이루고 있다. 양으로 승부하면 질을 담보할 수 없다. 싸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좋은 것이라면 응당히 적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덤핑이 횡행한다면 의료생태계의 왜곡과 함께 환자들의 피해가 도처에서 일어나게 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으로도 안된다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나락의 길로 접어드는 치과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치과의사들은 덤핑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안전장치를 원한다. 덤핑을 부추기는 정부의 시각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보고 싶어 한다. 성과가 바로 나타난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그 열매가 몇 년 후에라도 열리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분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할 때에는 인내심에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가족 치과의사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시대에 최소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한 윗세대의 보람은 앗아가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만일 이대로 먼 산 불구경하듯이 바라만 보고 있다면, 어찌할지도 모르고 시간만 가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무능을 넘어서 직무유기 그 자체다.

 

협회여, 뭐라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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