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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인척 하는 ‘골리앗’을 이길, 유연한 집단 지성의 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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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조영탁 법제이사(서울시치과의사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신중함을 주문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치과계가 안주했던 법률들이 하나 하나 법리적 판단에 의해 사그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생긴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2011년 개정된 의료법 33조 8항은 ‘의료인은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을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로 의료인 1인 1개소 의료기관 개설의 원칙을 강화한 것이다. 당시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 74일만에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한 재석의원 161명 중 157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하지만 여야 합의와 국민들의 큰 지지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1인 1개소법’은 시행 이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네트워크 병·의원들은 ‘유디치과만 빼고 다 잡을 수 있는 反유디치과법’이라고 폄훼하였다. 보수 언론의 “치협이 반값 임플란트를 내세운 네트워크치과와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이를 죽이기 위한 방법으로 1인 1개소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불법로비를 했다”는 어이없는 보도가 있은 후 검찰 수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8월 모 비뇨기과 사건을 심리하던 중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고, 이후 헌재의 위헌법률 심리가 알려지자 서울지부를 비롯하여 많은 치과의사들이 탄원서를 제출하였고, 치협 등 의약인 5개단체에서 33조8항은 합헌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으며, 연일 치과의사들의 헌재 앞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유디치과는 포털사이트 등에서 부자치과의사들이 약자인 유디치과를 탄압한다며 33조 8항 폐지 국민청원 서명을 하고 있고, 협회에서는 즉각 주요 포털사이트에 게시물을 삭제 요청하는 한편 국민들을 오도하지 말 것을 경고하였다.

 

그리고 3월 10일 헌재에서 공개변론을 앞두고 있다. 헌재의 위헌법률 심판과 헌법소원은 서면심리가 원칙이지만, 재판부는 국민 일반의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항이 되고 있는 경우 변론을 열어 당사자와 이해관계인 및 그 밖의 참고인 진술을 청취한다. 의료계에서는 판사출신 변호사인 유화진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가 공개변론에 나선다.

 

33조 8항이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위헌을 주장하는 내용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33조 8항의 포괄적인 금지 조항의 규정 자체가 모호해 법률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동부지법은 위헌법률 심판 신청 시 “다른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와 경영참가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면 정보공유와 공동연구 등 순기능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불법의료 및 이익 극대화 행위 방지라는 목적에 적절한 수단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한경 변호사(법무법인 유앤아이파트너스)는 “세법이나 공정거래법을 보면 어느 정도의 경영행위를 할 때 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봐도 되는지, 과점주의 개념은 무엇인지 최소한의 기준을 예시로 들고 있는데, 33조 8항은 법 적용에 있어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김주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료기관의 '개설, 운영'이라는 문언은 수많은 당사자의 등장과 그 속에서 이뤄지는 각종의 사실관계의 결합을 의미한다”며 “사실 인정에서 나아가 그것이 의료법상 금지된 '개설, 운영'인지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조우선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네트워크병원이 과잉진료를 한다면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삭감하는 방법 등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며, 의사의 과잉진료를 규제하고 환자의 건강권, 더 나아가 국민의 보건권을 보호하는 방법이 반드시 의사의 의료기관의 복수 개설과 운영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둘째, 의협 전 법제이사였던 김선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의사가 제일 잘 하는 게 의술이며 경영을 해온 원장은 병원 경영을 제일 잘한다”면서, “의료인의 경영까지 전면 금지하는 건 의료인의 직업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한다. 변호사법 제21조 제3항에서 변호사는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법률사무소를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은 없으며 또한 변호사의 경우 법무법인 개설이 쉽다. 약사의 경우 경영에만 관여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판례를 갖고 있고, 미용사도 똑같이 면허 자격으로 관리되지만 미용사는 여러 개의 미용실을 운영할 수 있으므로, 다른 직업군에 비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한다고 한다.

 

셋째, 법률적으로 의료인은 2개 이상의 의료기관 운영할 수 없지만, 비의료인이 이사장인 경우 복수 의료법인을 운영하거나 다수의 자법인을 운영해도 법의 저촉을 받지 않으므로, 의료인에게만 의료기관 중복개설 및 운영을 제한하는 것은 역차별을 가하는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넷째, 일부 의료법인에서는 “33조 8항으로 인하여 운영 역시 참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개인병원을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전문가인 의사들을 배제하고 의료법인 운영을 비전문가에게만 맡겨놓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하며, 의료법인의 공정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한다.

 

다섯째, 의료기관 복수개설 규제는 병원산업을 활성화하고자 했던 정부의 정책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하여 의료기관의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의료제도 선진화 및 병원산업 육성방안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의료인 1인의 복수의료기관 개설에 대해 ‘바람직하다’, 혹은 ‘매우 바람직하다’ 등 긍정적 의견이 53%를 상회했다고 한다.

 

헌재 판결을 앞두고 공동 행동에 나서고 있는 치협, 의협, 등 5개 보건의약단체는 의료인 1인 1개 의료기관 개설 조항은 “영리추구를 위해 환자유인, 과잉진료 등의 행위를 자행하던 네트워크형 신종 사무장병원들을 단속ㆍ처벌ㆍ환수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며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대명제 아래 보건의료의 영리화와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결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합헌을 요구한다.

 

의료법에서 의료인이 1개의 의료기관만을 개설할 수 있게 한 것은 의료인의 윤리를 지키고, 의료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며, 의료기관의 모든 의무에 대해 전권을 맡기기 위함이다. 자본력을 가진 의료인 일부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다수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 ‘환자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수익을 남겨야 하는 상품’이 되고, 공공재로서 의료의 기능은 마비된다.

 

의료법 시행령 20조(의료법인등의 사명)에 “의료법인이 의료업을 할 때 영리를 추구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병원 경영을 잘하는 원장을 의료법인의 이사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부당하다. 의료인은 국가전문직으로 의료의 공공적 가치를 위해 1인1개소로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불안하다.

 

 “1인 1개소법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나”,  “아리송한 1인 1개소법 법조계도 ‘갸우뚱’”, “유디치과만 빼고 다 잡을 수 있는 ‘反유디치과법’”, “의사의 의료기관 복수개설, 무조건 규제해야 하나”, “병원장은 다른 의료법인 이사도 못 된다?” “이중개설 금지한 反유디치과법 유탄 맞는 병원들”과 같이 헌재 심리 이후 늘어가는 의료계 전문지의 관련 기사 제목들을 보면 5개 보건의약단체 공동성명을 낸 것이 맞는지 의아하다.

 

의료를 성장 ‘산업’으로 규정하고, 발전을 명분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서비스 산업발전 기본법을 밀어붙이며, 궁극적으로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의 행보에는 거리낌이 없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정책목표를 일자리 76만개, 부가가치 65조원 규모로 확대하며, 중점과제로 외국인환자 유치촉진, 의료 해외진출, 의료서비스창출, 미래먹거리로 육성하겠다고 하여, 보건복지부인지 보건산업부인지 당혹스럽다.

 

‘의사가 개설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도록 하는 취지는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의사 아닌 자에 의해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정부는 의료인이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병원의 영리 부대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영리 자회사의 설립을 가능케 하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장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 공포되었다. 일부 대형 개인병원들은 의료법인이 갖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소유 및 상속 문제 때문에 지금까지는 개인병원으로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자회사를 통한 병원의 실질적 소유와 상속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의료법인으로 전환하는 개인병원들이 생길 것이다. 대형 개인병원들이 법인을 만들고 자회사를 설립해 의료기관을 임대하게 되면, 굳이 바지원장을 내세우고 이면 계약을 할 필요 없이 합법적으로 많은 동네병의원들을 소유할 수 있다.

 

더욱이 헌재가 어떤 곳인가? 77조 3항 위헌 판결 시 “의료 전달체계의 공익적 목적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평등권 침해가 더 크다”고 전원일치 판결을 한 것을 되짚어 보면 기시감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헌재의 특성상 정치적 색체를 배제하고 법률적 해석이 가능할지 근본적인 의문도 생긴다.

 

따라서 헌재 공개변론이 결정된 이상 새로운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헌재 앞에서 치과의사의 1인시위만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서민들을 위해 반값 임플란트를 하는 ‘다윗’ 대 부자치과의사들의 단체인 ‘골리앗’의 싸움으로, 치과의사들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

 

또한 법리적 공방은 법률전문가가 아닌 이상 가볍게 제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법조항에 안주하지 말고 의료법, 헌법 전문 법무법인 등의 법률 자문을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법률적인 대응을 하여야 한다. 치과계 내부의 시각으로 치과계 내부에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국민과 사법부, 정치권의 입장에서 상황을 읽고, 그에 합당한 대응 방법이 필요하다.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1개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의료법 33조 8항의 역차별을 주장하고 부당함을 항변할 것 같은 위치의 치과계가 오히려 법의 수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은, 의료가 상술로 매도될 때 국민이 짊어져야할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33조 8항의 합헌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넓게 알려야 하며, 시민, 사회, 환자 단체들과 폭 넓은 연대가 필요하며, 정부와 여론의 협조를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줄 아는 유연한 치과계의 집단 지성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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