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그렇게 크게 보이던 학교 운동장이 다 커서 찾아가 보니 한없이 작아 보였던, 비슷한 경험들을 저마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후 또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감회를 노래한 시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다시 느티나무
신경림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 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필자도 한때는 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며 군중들 속에서 눈물을 흘리던 때가 있었다. 우리를 걱정하던 아버님과 언쟁을 하던 추억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회 선거제도 직선제 안에는 반대하고 있는 필자를 발견하고 있었다. 이유는 이미 바꾼 타 의료단체에서 실패했으니 타산지석으로 신중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에도 뭔가 쫓기듯 서두르는 모습이 못 마땅하기도 했고, 이미 많은 회원을 가진 경기도, 서울지부가 직선제가 되었으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협회는 한 타임 늦춰 직선제를 시행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대의원총회의 결정에 딴죽 걸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고, 대의원들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타 의료단체에서 드러난 직선제 방식의 문제점을 빠른 시일 내에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특히 전 회원의 대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투표율로 당선된 협회장이 임기 내 소신껏 일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탄핵 정국에 휩싸여 있는 이웃단체장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따라서 직선제를 바랐던 모든 회원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진정한 일꾼을 찾아내고, 반드시 투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직선제를 주장한 사람들의 의무인 것이다. 낮은 투표율에서는 회원들의 뜻과 달리, 일부 다른 목적을 가진 특정 집단에게 쉽게 장악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의원총회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신경림 시인의 시가 떠올랐다. 깨달은 것은 내가 두 번의 시각이 변할 만큼 나이가 들었다는 것과 대의원이 아니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각에서 보이는 세상도 아름답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하고 있는 걱정도 눈 감고, 귀 닫고서 아름다운 세상 감상이나 하면서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