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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제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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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 원장의 사람 사는 이야기

매년 그래 왔듯이 3.1절(3.1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의미로 3.1운동이 일어난 전국 곳곳을 방문하기로 했다. 몇 년 전에는 유관순 열사의 3.1독립운동 발상지인 천안 병천 아우내 장터와 유관순 생가 등도 방문했었다.

 

2015년 3월 1일은 우리 바이콜릭스(자전거팀) 한 해의 개막 라이딩 날이기도 했다. 이날을 기념해 화성 제암리 3.1운동 순국유적지를 코스로 잡았다. 지난해 우리가 테마로 삼았던 3.1운동의 발화점 아우내 장터와는 달리 제암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처참한 살육이 일어난 장소이기에 그곳을 가는 우리대원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오산역에 모인 6명의 대원들, 낮 기온 3~4도의 쌀쌀한 날씨, 찬바람이 얼굴을 할퀴고 송곳 같은 바람의 끝은 몸을 파고드는데 라이딩 할 때의 체감온도는 영하 2~3도가 될 것이다. 90%가 온로드(포장도로)이므로 샥옵서버가 앞에 한 개 달린 하드테일 자전거 라이트스피드를 선택했다. 코스 브리핑과 준비운동 후 페달을 밟는다.

 

오산천을 건너, LG 이노텍 오산공장을 지나 82번 초평로, 발안로를 타고 발안을 향해 서쪽으로 달려, 가장천을 가로지르는 벌음교를 넘어 벌음 삼거리와 심포리를 지나자 하늘에서는 싸락눈이 휘몰아친다. 눈은 기능성 겉옷 위로 녹아 방울방울 맺히고, 손가락은 끊어질듯 아리다. 고글에 부딪히는 싸락눈이 시야를 흐리게 하고, 목을 감싼 머프가 땀과 눈으로 젖어든다. 벌어진 입은 연달아 하얀 입김을 내뿜는데, 급격한 체온저하를 걱정해서 입고나온 기능성 고어텍스 하드쉘의 겉옷, 장갑, 신발의 도움으로 걱정 없이 라이딩을 계속한다.

 

지나는 사람이 이런 날씨에 자전거를 타다니 하고 걱정스런 눈으로 우리를 유심히 쳐다본다. 간간히 진눈개비가 되기도 하는 눈,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몸으로 느낀다. 눈, 비 때문에 황사, 미세먼지는 사라지고, 촉촉이 젖은 밭에서는 이 추위 속에서도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봄은 이 새싹들을 통해 이미 왔음을 얘기해 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 이 봄의 들녘에도 아낙네들의 나물 캐는 발걸음이 시작되겠지. 황구지천을 건너 향남 톨게이트 입구를 지나자 예상치 못한 두개의 10%의 업힐이 우리 앞에 떡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화성 상하수도 사업소 고개와 자전거길이 시작되는 동오리 보브스 모텔 부근의 고개다. 400~500m정도의 두 고개를 있는 힘을 다해 넘어 내려 달리면 돔 형태의 화성 종합경기타운이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는다. 은색의 우주선을 닮은 어마어마하게 큰 돔 경기장은 맵시 있고.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자전거 길로 접어들자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도로엔 사람이 없다. 자전거도로는 파손돼 거친 노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장점 교차로, 발안사거리를 지나, 그 당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던 만세시장을 거쳐 발안 1교를 건너자 제암리 유적지가 보인다. 발안교 위에는 수많은 태극기가 질서 정연하게 나부끼고 있어 마치 우리가 관병식을 하는 것 같았다. 다리를 건너자 제암리 유적지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헌병에 의해 양민학살이 자행됐던 제암리 교회 터에 세워진 3.1운동 순국기념탑 앞에는 경찰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기념의례를 하는지 도열해 있었다. 기념탑 좌측 잔디광장은 기념행사가 끝난 설비를 정리하고 있었다.

 

우측에는 프랭크월리엄 스코필드 박사의 동상과 사건 유래비와 그가 오산에서 먼 길을 타고 왔던 옛날 자전거상이 제작돼 있어 우리에게 깊은 감회를 주었다. 멀리 제암리 교회와 순국기념관이 있었다. 제암리 교회가 건립된 것은 1905년 8월 5일이었다. 1919년 병천 아우내 장터 3.1 독립만세운동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가자 제암리 교회 청년들은 4월 5일 발안장날 만세운동을 벌이기로 계획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발안주재소 앞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자 장터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만세를 외쳤다.

 

일본경찰의 가혹한 매질로 많은 청년들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밤마다 제암리 뒷산에 봉화를 올려 지역주민들의 만세운동은 계속됐다. 4월 15일 일본경찰은 음모를 계획하고 수원 주둔 보병 연대 소속 아리타 중위 등 헌병 30명이 몰려와 발안 장터의 매질을 사과하겠다며 15세 이상 남자기독교 신도들을 교회에 모이라고 했다. 신도가 교회에 모이자 교회 출입문에 못질을 하고 석유를 뿌린 후 불을 질렀다. 헌병은 교회를 포위한 채 교회를 향해 총을 쏘았다. 

 

삽시간에 교회는 불길에 휩싸였고, 교회 앞에서 남편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두 아낙의 목을 베어 볏짚으로 불을 질렀다. 이후 일본 헌병들의 만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민가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불길은 멀리 오산에서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나도 헌병의 감시로 희생자 유해를 장사치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희생당한 마을사람들은 23명이었다. 이웃 고주리에서 천도교인 6명을 더 총살한 제암리 학살사건이 발생하자 캐나다 의료선교사 스코필드 박사가 4월 17일 이 소식을 듣고 18일 수원에서 싣고 온 자전거로 오산에서 제암리까지 그 먼 길을 달려 사건현장에 도착해 사진을 찍고 조사했다. 또한 부상자에게도 도움을 줬다. 스코필드 박사는 1919년 4월  25일자로 영자신문 상하이 가제트에 ‘제암리 대학살’이라는 보고서를 실었으며, 이는 세계에 일제 만행인 이 학살 사건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한다. 또 스코필드 박사는 흩어진 유골들은 향남읍 공동묘지 입구에 안장했다고 한다.

 

 

순국 기념탑 좌측 동산에는 새로 지은 제암리 교회가 있고, 옆의 순국기념관 1관에는 제암리 학살전모와 3.1운동 후 화성시 일대에서 일어난 독립운동기록이 보관돼있었다. 2관에는 당시 전국과 해외에서 일어난 항일 독립운동을 조명하는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이 기념관은 후대에게 선조들의 항일 독립운동역사 학습장이 되고 있었다.

 

우리는 기념관 직원이 소개한 ‘우리네 코다리’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가 가까이 되어서 그런지 맛이 꿀맛이고 값도 저렴했다. 우리는 3.1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이 정신을 마음깊이 간직하고 일어섰다. 8㎞의 황구지천 둑길을 따라 황량한 초봄의 풍경을 눈에 담고, 갈대숲 사이로 비치는 황구지천의 반사된 석양을 받으며, 아쉬운 듯 새카맣게 하늘을 나르며 까악!까악! 거리는 까마귀떼와 강상을 노니는 가창오리떼의 환송을 받으며 병점역으로 사라져갔다. 50㎞, 7시간의 제암리 라이딩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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