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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두 바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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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인의 사람사는 이야기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가까이 붙어 있는 섬, 교동도와 석모도다. 석모도는 9년 전에 가보았지만 그때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페리로 건너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지난 6월 28일 석모대교(삼산대교)가 개통되면서 석모도를 찾는 차량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한다.

강화도에서 석모도를 이어주는 석모대교는 1.5㎞의 왕복 2차선이다. 석모도는 동서보다 남북이 긴 섬으로 산과 바다, 갯마을이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어 경치가 빼어나다. 석모도는 「대동여지도」에 ‘석모로도(席毛老島)’로 표기돼 있다. ‘물이 흐르는 모퉁이 또는 돌 많은 해안 모퉁이’라는 뜻으로 ‘돌모로’를 한자화해서 ‘석모로(石毛老)’가 됐다고 한다. 「조선지지자료」에는 ‘석모도(席毛島)’로 기록돼 있다. 석모도에는 북쪽에서부터 상주산(264m), 상봉산(316m), 해명산(308m) 3개의 산이 있어 ‘삼산면’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상봉산과 해명산 사이에 위치한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보문사 뒤 눈썹바위의 관음보살상은 강화 8경 중 하나로 마애석불에서 보는 서해낙조는 가히 장관이다. 보문사 입구에는 상점과 식당이 있어 석모도의 먹을거리를 맛볼 수 있다. 어류정항 쪽으로 가면 염전, 갯벌, 포구, 해수욕장이 있어 다양한 자연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민머루해수욕장은 썰물 때 갯벌이 드러나 가족 단위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또 장구너머포구에는 강화도의 명물, 밴댕이 말리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산에서 내려다보면 장구처럼 생겨 ‘장구너머포구’로 불린다. 이제, 교동도 남쪽에 있는 석모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우리는 지난달 30일, 일요일 새벽부터 길을 재촉했다. 새벽 6시 응봉동을 출발, 부평에서 대원 한 명을 픽업해 두 시간을 달려 오전 8시 외포리에 도착했다. 외포리에는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밥집이 없어 두루 살피다 찾아간 집이 해병대 출신 70대 노인이 운영하는 물레방아 식당이었다. 이 집 콩나물 해장국은 맛이 그만이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오전 8시 30분 석모도 라이딩에 나선다. 석모대교로 들어가는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석모대교를 자전거로 건너려 했으나 식당 주인이 한사코 만류한다. 편도 1차선이고 도로 폭이 좁아 위험하다는 것이다.

석모대교(삼산대교)까지 와보니 아니나 다를까 차들이 줄지어 다리를 넘는데 끝이 없다. 그리고 갓길이 좁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차 곁을 주행한다는 것은 위험천만이었다. 우리는 밴에 올라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이 다리를 넘는 기쁨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리를 건너 석모도(삼산도)로 들어가니 9년 전 그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때 다리건너 즐비했던 식당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대로만 쭉 뻗어 있을 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때의 소로도 없어져 길을 알 수가 없었다. 무조건 북서쪽으로 가서 면사무소를 찾아야 했다. 면사무소에 가면 관광객을 위해 준비해놓은 지도가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우리는 밴에서 자전거를 내려 석모도 라이딩에 들어갔다. 2㎞ 정도 해안도로를 달려가니 면사무소 이정표가 나왔다. 물어물어 면사무소에 들어가니 직원이 친절히 관광지도를 준다. 지도를 보는 순간 예전 달렸던 길의 모습이 떠오른다. 많이도 바뀌었구나…. 면사무소에서 북쪽으로 라이딩하니, 끝이 없는 간척농경지가 나타난다. 그 넓은 간척지 한가운데를 우리는 달린다. 가끔 나타나는 이정표만이 우리가 어디쯤 가고 있는가를 말해 줄 뿐이다.

가끔 까마귀 떼가 머리 위를 나르고 끝없는 길 끝에 하리마을회관이 아스라이 보인다. 우리가 달리는 길이 삼산북로였다. 이 길 끝에 3거리가 나온다. 하리, 보문사, 매음리 방향의 3거리다. 해변으로 가려다 하리 쪽을 택했다. 지도에 나타난 이 섬의 3개 산 중 하나인 북쪽의 산, 상주산(264m) 임도로 북쪽 끝의 바다 경치를 보기로 했다.

하리보건진료소에서 마을회관을 지나 가파른 산길로 접어든다. 언제나 산길은 앞으로 전개되는 길의 모습에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강화나들길 종점에 도해촌 식당이 있었다. 그리고 ‘차가 가지 못한다’는 「회차불가」란 간판이 서 있다. 이 옆길을 비집고 들어가니 상주산 임도가 나타난다. 15%의 가파른 언덕이 빠짝 서서 우리를 위협한다. 계속 해안절벽을 돌아가는 상주산 임도 약 800m를 올랐을까? 그 끝에는 군부대가 있어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그곳에서 보는 바다는 절경 중에 절경이었다. 쏟아지는 땀을 식히며 잠깐의 휴식! 꿀물 한 통을 입속에 털어 넣었다. 도해촌으로 내려와 다시 온 길을 되돌아 상리 281번 산길을 타고 남쪽으로 길을 잡으니 북서쪽 끝에 하리저수지가 나타났다. 이 섬의 두 개밖에 없는 저수지 중 하나이다. 이곳은 바다를 막아 만든 저수지로 농업용수로 이용하는 생명 같은 물을 농지에 공급하고 있었다.


저수지에서 남으로 내려오니 하리 선착장에 도달했다. 강화 페리호가 대기하고 있는 선착장에는 고기 잡는 낚시꾼들이 한가롭게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남쪽 매음리 방향으로 달리니 또 하나의 삼산저수지가 보였고, 석모리 향토마을회관을 지나 삼산서로를 달리니 삼산 남로로 가는 3거리가 나타났다. 이제부터 죽음의 한가리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1시 땀은 비오듯 떨어지고 땅은 내 다리를 무겁게 끌어내린다. 경사도 15%의 1㎞ 저승길을 젖 먹던 힘까지 쏟아내며 오르는데 숨이 턱까지 차 심장은 무섭게 뛰고, 고글은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김이 서린다. 몇 구비 도니 멀리 정상이 보인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눈은 흐려지고, 허벅다리와 종아리에는 무서운 통증이 괴롭힌다. 내려 쪼이는 33도의 태양열에 정신이 희미해진다. 10m 가기도 힘든 이 고개 정상! 눈앞에 정상쉼터가 보인다.

마비될 것 같은 다리로 페달을 저으며 쉼터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내가 배낭에 넣어준 찬 꿀물 한 통을 소가 뜨물 들이키듯 입속에 털어 넣었다. 얼마나 쓰러져 있었던가, 사이클 탄 20대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끌면서 올라와 우리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르신 자전거 타는 것 봤습니다. 우리는 타지도 못하고 끌고 올라왔는데…”라고 말하며 말끝을 흐린다. 아! 내가 9년 전에 비해 체력이 줄진 않았나보다. 그동안의 꾸준한 자전거타기가 이렇게 체력을 유지시켜 주었구나 생각하니 필자를 태우고 고개를 올라온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샘솟듯 솟아 올라왔다.


얼마나 쉬었나, 우리가 고개를 내려가려 하니 차들이 가질 못하고 서있다. 우리는 차 사이를 곡예하듯 삼산남로를 내려간다. 서울의 차들이 보문사 관광을 위해 이 길로 모여들어 길이 주차장이 되어 버렸다. 엄청난 교통체증이다. 우리는 석모도 미네랄 온천을 가기로 했으나 관광객이 들어차서 포기하고, 보문사 관광도 포기했다. 우리는 자전거의 이점을 살려 서있는 차를 비집고 매음리로 향했다. 장구너머고개를 넘어 민머리해수욕장에 들러 갯벌을 구경하고 다시 고개를 올라와 어류정항으로 향했다. 이곳은 강화명물 밴댕이포가 가득 싸여 있었다. 어류정항은 어류정자가 있어 그렇게 불렀나보다. 33도의 더위를 극복하며 다시 서쪽으로 길을 잡는다. 다행히 해명산 중턱을 넘는 죽음의 전득이고개(2㎞, 10%)를 피할 수 있었다.


돌아온 석모대교. 우리는 50㎞, 5시간의 석모도 여행을 접는다. 강화 오두돈대 갯벌장어집에서 오늘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장어구이를 그리며…. 우리를 실은 밴은 강화 오두돈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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