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內外)하다’,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기를 피하는 서먹한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외조-내조, 외연-내실은 어떤가. ‘바깥사람’과 ‘안사람’이라는 표현도 있다.
이처럼 내-외는 좀처럼 잡기 힘든 두 마리 토끼로 비유된다. 하지만 이 두 마리 토끼를 꽉 잡은 이가 있으니, 구강악안면외과와 구강내과를 아우르는 이부규 교수(서울아산병원 구강악안면외과)다.
구강내과가 없는 종합병원 치과의 특성상 두 과의 환자를 두루 돌봐야하는 이 교수는 턱교정 수술과 턱관절, 턱근육 치료를 병행하며 ‘턱 건강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5월 원내에서 펼친 ‘턱관절 장애를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과 치료법, 양악수술의 올바른 방법’ 특강도 같은 맥락이었다.
“턱관절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는 이 교수는 “구강내과에서는 보존적 치료에 무게를 둔다면 구강외과에서는 외과적 처치에 무게를 두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보톡스, 약물 요법, 세정술 등 두 과의 각기 다른 접근법을 세밀히 점검하고 조율해 보다 손쉽게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치료 프로토콜을 확인, 널리 알리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교수가 가장 선호하는 치료 프로토콜은 뭘까. 답은 지난 7일 열린 스포츠치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스포츠 활동 중 발생한 턱관절 외상의 처치법으로써 턱관절 세정술의 효과’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스포츠 활동이 야기한 악안면부 외상이 만성 턱관절 장애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간단한 주사침 자입으로 턱관절의 염증과 관절부 유착을 해소시키는 ‘턱관절 세정술’을 시행할 것을 권유한 그의 강연은 호평 일색이었다. “턱관절 장애를 겪는 환자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간단하지만 효과가 뛰어난 턱관절 세정술을 익혀둔다면 개원가의 치료 스펙트럼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관심을 모았다.
턱관절 치료를 두고 벌어진 한의과 등 메디컬과의 영역 다툼에 대해 “이제라도 치과에서 관련 연구 및 치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이 교수는 ‘양악수술’로부터 촉발된 구강외과와 성형외과의 영역 다툼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기능 회복이라는 본 목적보다 미용 효과가 부각되다보니 성형외과가 고지를 선점한 것 같다”며 “땅따먹기 놀이를 하듯이 내 땅, 네 땅을 가르자는 것이 아니다. 완벽히 치과의 영역으로 가져오든, 협진을 하든, 더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자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힌 그는 “물론 제반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노하우를 갖춘 치과 쪽의 손을 들어주면 좋겠지만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중대한 수술을 놓고 영역을 다투기보다는 의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시되어야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2009년부터 2년 간 미국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에서 치의학 조직공학을 연구한 바 있는 이 교수는 “열성만큼은 한국 치과의사들을 따라올 이들이 없더라”고 했다. 그리고 그러한 한국 치과의사들을 강의로써 만족시켜야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뜨림 없이 꼼꼼히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 교수는 슬라이드 교체 속도,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까지 세밀히 체크하는 ‘완벽주의자’다.
“고민의 흔적이 느껴지는 강연을 하고 싶다”는 그의 강연 행보가 기대를 모은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