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1 (토)

  • 흐림동두천 14.6℃
  • 구름많음강릉 15.6℃
  • 구름많음서울 15.2℃
  • 구름많음대전 13.4℃
  • 맑음대구 13.8℃
  • 맑음울산 15.6℃
  • 맑음광주 16.2℃
  • 구름많음부산 17.4℃
  • 맑음고창 15.2℃
  • 맑음제주 15.6℃
  • 맑음강화 15.4℃
  • 맑음보은 9.5℃
  • 맑음금산 11.8℃
  • 맑음강진군 12.8℃
  • 구름조금경주시 11.8℃
  • 맑음거제 16.9℃
기상청 제공
PDF 바로가기

[논 단] 이상한 응급실 당직법

URL복사

송윤헌 논설위원

최근 우리나라에 ‘이상한 법’이 만들어졌다. 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당직하고 있는 전문의가 직접 진료해야한다는 ‘응급실 전문의 당직법’(응급의료법 시행규칙)이다.

 

이 법이 만들어진 취지는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보다 신속하게, 적절한 수준의 응급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만약 응급환자를 당직전문의 등이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벌칙도 신설됐다.

 

이 법을 촉발시킨 계기는 지난 2010년 11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전부터 배가 아프다던 4살 여아가 급기야 토를 하기 시작하자 부모는 오후 4시경 집에서 가까운 대구시의 A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전문의가 없다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권했고, 옮겨 간 B대학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다른 병원에서 ‘장중첩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구미의 C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결국 다음날 새벽 여아는 사망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응급실 전문의 당직의사제’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의 입법예고에서 응급실 당직전문의의 요건은 해당 진료과목 전문의나 3년차 이상 레지던트가 전담하도록 하였으나,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전공의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자 복지부는 ‘레지던트 3년차 이상’이란 조항을 없애고 ‘당직전문의 온콜(on-call) 체계를 구축하고, 호출 요청에 불응하면 면허를 정지한다’는 처벌 조항으로 변경했다.

 

당직전문의 온콜시스템은 이미 일선 응급실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 오던 시스템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이를 의무화하고 처벌 규정을 만든 것이다. 초기에는 응급실에 전문의가 상주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려 했으나 인력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원외대기로 변경됐다. 이렇게 되면 전문의들은 낮에는 외래와 병동, 중환자실 진료를 하고 야간과 공휴일에는 항상 지근거리에서 온콜 대기를 해야 한다. 거주 및 이전의 자유마저 제한되고, 학회 참석이나 휴가 등은 꿈을 꿔서도 안 된다.

 

의사 수가 많은 큰 병원만 생각하면 그렇게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전국권역 응급센터의 경우 21곳 중 8곳이, 지역응급센터의 경우 115곳 중 100곳이 당직을 설 수 있는 전문의가 단 1명뿐인 전문과를 갖고 있다. 그러니 사실상 당직근무는 24시간 연속근무가 되는 것이다.

 

이미 자체적으로 운영해오던 시스템인데 그게 의무화되었다고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주장과 나도 응급실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겠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응급실 내원환자들의 대부분이 외래가 열지 않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외래를 대신해 응급실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런 비응급·경증환자의 진료까지 전문의가 담당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전문의가 모든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는 것이 환자입장에서는 좋은 일 같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 문제는 물론 가뜩이나 희소한 전문의가 응급실에 묶여있어 다음날 외래 등의 타 진료에 차질을 빚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신중히 검토해야한다. 응급실에서 전문의가 진료를 하지 않으면 의료분쟁에서 민사상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고, 전문의가 올 때까지 전공의가 진료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일인지도 궁금하다.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모법이 통과된 후 1년 동안 준비해도 해결되지 못했던 문제들이 단 3개월의 행정처분을 유예하면서 준비하면 해결이 될는지 의문이 든다.


오피니언

더보기


배너

심리학 이야기

더보기
뉴스가 사회를 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글을 쓰려고 지난번 투고한 글을 찾다보니 금주의 인기기사 4위에 오른 것에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유혹’이란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 탓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든다. ‘믹스커피의 유혹’이란 제목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필자의 기호식품에 대한 글이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해야 할지, 아니면 독자들도 믹스커피의 유혹에 견디려고 노력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자극적인 제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뉴스에 나오는 머리기사는 대부분 자극적이거나 아니면 낚임성으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가지 기사를 서로 재생산하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것이다. 24시간 뉴스 채널이 없던 90년대 초반까지는 그렇게 흉악한 범죄도 많지 않았다. 24시간 뉴스를 생산해야 하다 보니 나쁜 것을 계속 키워야 했고 많은 사람들이 몰라도 될 일들을 본의 아니게 알게 되는 시대다. 타임지 창립자 헨리 루스의 “좋은 소식은 뉴스가 아니다. 나쁜 소식이 뉴스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뉴스를 들을수록 나쁜 소식만 가득한 세상으로 보인다. 심지어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고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고까지 에둘러 비판한 사람도 있었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집을 팔

재테크

더보기

2024년 미국배당 투자에 대한 생각 feat.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배당 투자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최근 1~2년 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배당투자 인기에도 불구하고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당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와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의 최근 수익률이 S&P500 지수 대비 저조했다는 사실을 알아봤다.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의 cash flow(현금흐름)를 기반으로 한 미국 배당투자가 기대에 못 미쳤던 이유는 인플레이션과 화폐가치 절하 때문이다. 전 세계 명목화폐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마저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는 길목에 있는 지금 현금흐름의 가치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시간에는 최근 금융 환경의 변화가 배당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뤄 보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제 부양책과 연준의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로 인한 통화정책이 초래한 인플레이션은 기준금리 사이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금리 통화정책과 지정학적 위기 해소(소련 붕괴와 미중


보험칼럼

더보기

알아두면 힘이 되는 요양급여비 심사제도_④현지조사

건강보험에서의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 등에 대해 세부진료내역을 근거로 사실관계 및 적법 여부를 확인·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조사 결과에 따라 부당이득이 확인된다면 이에 대해 환수와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유사한 업무로 심평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방문심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관이 되는 현지확인이 있는데, 실제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조사 자체의 부담감 때문에 모두 다 똑같은 현지조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시 주관에 따라 내용 및 절차, 조치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해당 조사가 현지조사인지 현지확인인지, 혹은 방문심사인지를 먼저 정확히 파악한 후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의 현지확인은 통상적으로 요양기관 직원의 내부 고발이 있거나 급여 사후관리 과정에서 의심되는 사례가 있을 때 수진자 조회 및 진료기록부와 같은 관련 서류 제출 요구 등의 절차를 거친 후에 이뤄진다. 그 외에도 거짓·부당청구의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의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 제출 요구 없이 바로 현지확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는 심사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의심되거나, 지표연동자율개선제 미개선기관 중 부당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