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회장 김세영)를 위시한 치과계의 각고의 노력으로 기업형 불법피라미드 치과들의 세가 점차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천을 흐리는 미꾸라지는 남아있다. 요즈음 수면 위로 떠오른 ‘사무장치과’와 불법네트워크치과의 ‘아류치과’가 그것이다.
사무장치과의 경우 복지부가 강경 대처를 천명한 데 이어 시도지부가 앞장서 실태 파악과 척결 운동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문제는 착한 동네치과인양 ‘모르쇠’로 일관하는 아류치과들이다.
지난 12일 왕십리역사 인근의 사거리 횡단보도에 물티슈 박스를 앞세운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이내 신호를 기다리는 노인들에게 ‘어르신을 위한 임플란트, ○플란트치과’가 선명히 박힌 물티슈와 함께 ‘실장’으로 명기된 본인의 명함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스케일링은 5천원, 임플란트는 77만원”이라며 “명함으로 연락주시면 더 싸게 맞춰드리겠다”고 권하는 그의 주변으로 노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특기할 점은, 가만히 자리에 선 노인들에게도 먼저 다가가서 “이가 아프지 않으시냐”고 말을 걸던 그가 젊은이들에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점. 가격을 되물으며 관심을 보여도 말없이 물티슈 하나만 건넬 뿐이었다.
또 하나, 77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대한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다. 한 노년 여성에게 “저 치과가 어떤 것 같냐”고 묻자 “이 근처 치과는 다 80~90만원이라 많이저렴하다는 느낌은 없다”며 “스케일링은 보통 무료로 해주던데 5천원이나 받는다고 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유석룡’의 유명세 뒤에 숨어 야금야금 치과계를 망가뜨리는 아류치과가 만연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유명 불법네트워크치과들이 치과계는 물론 대중매체로부터 ‘아낌없는’ 질타를 받는 사이, 이들과 비슷한, 혹은 그보다도 저렴한 수가와 ‘내 부모처럼 대하겠다’는 서비스로 중무장한 아류치과들이 등잔 밑으로 모여들었다. 이들로 인한 회원들의 피해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관내에 소재한 아류치과의 물증 확보에 한창이라는 지방 지부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방송을 탄 유명 불법네트워크치과는 오히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지방에서는 네트워크치과 시스템을 차용하고 파괴적인 수가를 내세운 아류치과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 전했다. 어떤 식으로든 문제 치과로 부각된 바가 없기 때문에 지부 회원 가입에도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회원들은 물론 환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들 아류치과를 문제화시키고 척결하는 데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