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뫼비우스의 띠’ 반회 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새삼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치과의사회 개원질서정립위원회(위원장 권태호)가 발단이 됐다. 사무장치과 척결을 전면에 내세운 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구회의 협조 하에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웃 치과의 속내를 들여다보기에 가장 적합한 ‘반회’가 재조명된 것.
은평구 연신내반(반장 최형기)의 경우 이웃사촌 격으로 잦은 교류를 갖던 반회 회원들이 사무장치과를 적발하고 소속 원장을 설득한 끝에 ‘폐원’을 이끌어냈다. 해당 사무장이 관내에 또 다른 치과를 개설한 것을 알아내고는 “절대 아니다”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던 젊은 원장을 회유해 자발적으로 신고를 하도록 만든 일화도 유명하다.
최형기 반장은 “인근에 불법네트워크치과나 아류치과가 개원하면 회원들과 함께 난을 사들고 축하 방문을 한다”며 “안면을 익힌 뒤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양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후배를 선도하는 것이 선배의 도리 아니겠느냐”는 최 반장은 “요즈음은 개원 환경이 워낙 좋지 않다보니 선후배가 개원을 해도 동료의식보다 경쟁의식을 느끼게 마련”이라며 “선량하게, 성실하게 제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반장이 생각하는 연대의 중심이 바로 반회다. 친목 도모는 물론 정보 공유의 장으로도 기능한 반회이지만 먹고 살기에 바쁜 회원들의 외면 탓에 제대로 운영되는 반회는 ‘반타작’도 힘들다는 것이 각 구회 측의 전언이다. 협회 및 지부가 시행 중인 각종 지원책에 대한 반응도 시큰둥하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돼야지, 임원이 참석하고 소정의 지원금을 준다고 해서 참여율이 갑자기 늘겠느냐”는 지적이다.
최근 회무 참여율을 높일 목적으로 젊은 신입 회원들을 반장으로 선출하는 구회가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좋은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한 사무장은 “반회를 주최해야하는데 원로들에게 어떻게 연락을 취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전화를 종종 받는다”며 “어느 정도 연륜을 갖춘 회원이 반장을 맡아야 원로와 신입 회원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인적 교류가 활발한 반장을 선출하고 적정 수준의 회비로 재정을 원활히 하는 것에 덧붙여 실용적인 반모임을 위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각 구회의 사무장 등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이 반모임에 동석해 직접 정보를 일러주거나 회원들에게 꼭 필요하고, 회원들이 관심을 갖는 정보들을 취합한 지침서 형식의 ‘반장수첩’을 제작·배포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젊은 회원들에게는 서로를 알아가기보다는 실용적인 정보를 얻어가는 것이 더욱 즐거운 일일 테다. 회원들의 구미를 당길 반회의 참신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
홍혜미 기자/hhm@s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