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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무서운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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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27)

아침 인터넷 뉴스에 올라온 사진 하나가 너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이가 없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충남 서산시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횡단보도에 아이들이 누워 있는 사진이다. 한 아이는 양팔과 다리를 뻗고 대자로 누워 있고 다른 아이는 휴대폰을 보고 있다. 교육당국 조사에 의하면 아이들은 그 지역 중1 학생들로 별 이유 없이 한 행동이라고 대답했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통안전교육을 하고 부모들에게 교육과 지도를 부탁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어려서 ‘민식이법’ 놀이를 하고 자란 아이들이다. 스쿨존 교통사고 가중처벌이 된다는 것을 알고 어른들을 놀리기 위해 일부러 차량에 다가와 운전자를 놀래키는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 이제 중1이 되어 ‘촉법소년 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스쿨존에서 30km 미만으로 운전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믿고,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는 것도 알고 벌인 일이다. 역시나 아이들 생각대로 어떤 처벌도 없이 가정통신문 하나로 끝났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번 사건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이 아이들 생각은 또 강화되었다. 한국교육이 ‘민식이 놀이’ 때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에 ‘촉법소년 놀이’가 가능해졌다. 이제 ‘촉법소년 놀이’마저 교육이 막아주지 못하였으니 다시 강화가 일어났다. 이제 그들은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지경이 되도록 망가진 교육 현실과 아직도 바로 잡아주지 못하는 교육 환경이 심각한 문제다. 물론 스쿨존 횡단보도에 누운 두 명 아이 때문에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교육하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서 배출되는 아이들이 미래를 담당할 나라는 망한다. 그래서 이 사진 한 장이 무섭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것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국가의 주역이 될 때 극단적 개인주의로 자유주의 근간이 무너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TV 강좌에서 모 인문학 교수가 현재 한국교육은 교육이 아니고 ‘반교육’ 즉, 교육과 반대로 가고 있으며 극단적인 개인주의 정글을 만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에 위안이 됐지만 딱히 해결방법이 없는 것도 안타까웠다. 현실적으로 한국교육이 통째로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본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잘못된 행동이 강화되지 않게 해야 한다. 즉, 행동에 대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책임)를 지게 해야 한다. 개인적 자유에 따른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 법적으로는 아무리 촉법소년이더라도 교육적 차원에서 스쿨존 횡단보도에 누워있으면 그로 인해 운전에 방해받은 사람들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설사 인사사고가 나더라도 100% 본인 책임을 지우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 법이 교육 위에 존재해서는 안 된다. 법이 선생님의 권위를 눌러서도 안 된다. 법이 윤리나 도덕 위에 있어서도 안 된다.

 

90년대 초,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던 아프리카에서 비쩍 마른 여자아이를 가까운 거리에 앉아서 쓰러지기만을 기다리며 쳐다보고 있는 독수리 모습을 찍어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만큼이나 ‘스쿨존 촉법소년 놀이’ 사진이 주는 메시지는 크고 무겁고 무섭다. 한국교육이 마지막 숨을 거두면 독수리 먹이가 될 소녀 모습처럼 안타깝다. 한국교육이 피를 철철 흘리며 사망하기 직전에 마지막 숨을 들이키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 사진을 보고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다. 국가가, 교육계가, 국민이 이 사진이 던지는 메시지를 보지 못하고 변하지 못하면, 그들이 4, 50대가 되는 때에 망국의 설움을 또 겪을지 모른다.

 

전 세계에서 대학입시를 기계가 채점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큰 병이 나기 전에도 조짐이 있고 경고가 있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망하기 전에도 수많은 징조와 메시지가 있다. 그 모든 징조와 메시지가 무시되면 결국에 망한다. 이 사진 한 장이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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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첫눈과 송년단상(送年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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