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거의 24시간 동안 음악만 듣던 시절이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지만, 실로 그런 때가 있었다. 그도 한때의 것인지, 아니면 그 시기를 충분히 겪었기 때문인지 요즘 일상에서는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다. 일상을 벗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겨우 음악을 듣는 처지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과거에 들었던 노래를 다시 찾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새로운 노래를 듣게 되었다. 지난해, 부산으로 짧은 휴가를 다녀오던 중 만난 노래였는데 단박에 필자의 심금을 울렸다. 대학 졸업 20주년 행사를 앞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가사 한 줄, 한 줄이 귀에 쏙쏙 감겨왔다. 안치환의 ‘오늘이 좋다’였다.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너무 오랜만에 모여 지난 날의 추억을 나눠보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누구는 저 세상으로, 또 누구는 먼 나라로 떠나지만 그립던 너의 얼굴 너무 좋구나. 니가 살아 있어 정말 고맙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 살다 보니 외롭더라. 니가 있어 웃을 수 있어 좋다. 시집 안 간 내 친구야, 외기러기 내 친구야. 오늘은 내가 너의 벗이 될게. 우리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도 넌 변한 게 없구나.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4대 집행부가 직무대행 체제 속에서 회무를 이어온 지도 3개월여가 흘렀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최대 행복의 원리)’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이며 현실정치에도 직접 뛰어들었던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의 사상과 선언을 토대로 우리 치과계가 처한 어려운 현실을 헤쳐나갈 힌트를 얻고자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의 명언 “확신(신념)을 가진 한 사람은 이해관계(관심)만 가진 99명과 맞먹는 사회적 힘을 가진다(One person with a belief is a social power equal to ninety-nine who have only interests)”는 그의 저서인 ‘대의정치론(Considerations on Representative Government, 1861년)’에 등장한다. 단순한 처세술이나 개인의 동기부여를 위한 경구가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의 도래와 함께 나타난 사회적 무관심을 경고하고, 여론과 사상이 역사를 바꾸는 핵심 동력임을 증명하기 위해 나온 정치철학적 선언이다. 밀이 ‘대의정치론’을 집필하던 19세기 중반 영국은 선거권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며 대중
“구 교수, 급하게 부탁해서 미안한데 방콕에 좀 다녀와야겠습니다.” 경희치대 박영국 교수로부터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온 것은 벌써 11년 전의 일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세계치과의사연맹(FDI)이 주관하는 NCD 포럼에서 발표하기로 되어있던 연자가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하게 돼 대신 가달라는 내용이었다. 주제는 ‘한국 치과계의 NCD’였다. 거절의 기술을 익히지 못했던 탓에 일단 수락했다. 그런데 NCD가 뭐지? 인터넷부터 검색했더니 비전염성 만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을 줄여서 그렇게 말한다고 나와 있었다. 필자만 모르고 있었나 싶어 주위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모두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출국시간은 다가오고 강의자료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괜히 한다고 했나 후회도 됐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고민 끝에 한국이 초고령화사회에 대응해 구강건강 증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는 점을 중심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연간 1회 스케일링 건강보험 적용과 2014년 75세 이상 부분무치악 노인을 대상 으로 시작된 평생 2개의 임플란트 급여화 혜택 등을 소개하기로 했다. 2015년 8월 초 방콕의 날씨는 무척 무더웠다. 발표 순서를
과거 치의학 서적의 초기 번역본에서 ‘crown and bridge’를 ‘왕관과 다리’로 직역한 것을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다. ‘번역의 마법’이라 불리는 극명한 사례를 통해 임상에서 환자의 언어를 정확하게 번역해야 하는 우리 치과의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1945년 7월, 포츠담 선언을 통해 연합국은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권고했다. 당시 일본의 스즈키 칸타로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정부 입장을 ‘모쿠사츠(默殺, 묵살, mokusatsu)’라는 단어로 표현했는데, 스즈키 총리의 본의는 ‘노코멘트(No comment)’, 즉 군부의 반발을 고려해 시간을 벌며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전략적 침묵’에 가까웠다. 하지만 총리의 기자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시 일본의 대외선전매체 역할을하던 도메이통신은 영문기사에서 ‘모쿠사츠’를 ‘언급(논평)을 삼간다(No comment)’ 대신 ‘무시한다(ignore)’쪽으로 보도하고, 연합국 측에도 ‘Ignore(무시)’ 혹은 ‘Reject with contempt(경멸 섞인 거절)’로 번역되어 보고되었다. 이 치명적인 오역은 트루먼 대통령을 격분시켰고, 결국 답변이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에 히
대한여성치과의사회 합창단을 창단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몇몇 지부에서 합창단이 활성화되어 멋지게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움에 용기를 내어 시작한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과연 몇 명이나 관심을 가질까 걱정이 앞섰다. 매일 이어지는 고단한 진료와 가정생활, 육아, 끊임없는 임상 공부로 지친 여성치과의사들이 합창단 활동에 선뜻 시간을 더 낼 수 있을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는 우려는 순전한 기우에 불과했다. 모집과 동시에 20여 명이 모였고, 일 년이 채 되기도 전에 단원은 50명 가까이로 늘어났다. 단원은 모두 여성치과의사들이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저녁, 한 주의 피로가 가장 무겁게 내려앉는 시간에 진료를 마치고 서둘러 연습실로 향한다. 준비된 김밥과 샌드위치로 허기를 달랜 뒤 악보를 펼치고 화음을 만들어 간다. 진료실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모든 책임을 감당해야 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는 듯,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을 맞추는 순간들에 따뜻한 소통과 위로가 오간다. 연습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서로의 웃음과 격려 속에서 설명하기 힘든 충만함이 있다. 우리도 멋진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
2016년 3월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매치에서 5판 중 기념비적인 1판을 이긴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현존 최강으로 평가받는 바둑 AI ‘카타고(Katago)’의 인간-AI 리매치는 2점 접바둑, 제한시간 차등(인간: 기본 5시간, 30초 초읽기 1회 vs AI: 매 수 20초)으로 인간에게 어드밴티지를 준 상태에서 벌어졌는데, 지난 10년 동안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바둑에서도 인공지능의 엄청난 진보가 있었다.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보다 카타고가 2~3점 이상 강해진 것이다. 그런 카타고를 상대로 신진서 9단이 2점 접바둑이지만 최종 역전승(2-1)을 거둔 것은 AI 시대에도 인간이 유일무이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치의학과 의학에서는 진화 중인 AI를 경쟁 상대 혹은 상생할 수 있는 동료로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이전까지 의료 분야에서 왓슨과 같은 의료 AI나 초창기 딥러닝 모델은 주로 ‘이미지 인식’에 치중돼 있어서 X-ray나 MRI 영상을 보고 암세포를 찾아내거나, 피부과 사진을 보고 피부암 여부를 판별하
소아치과 대기실에 어울리지 않는 건장한 군인 한 명이 앉아 있다. 1년 전 군대에 간다며 마지막 검진을 받았던 그의 손에는 PX에서 샀다는 위스키 한 병이 들려있다. 그와의 인연은 12년 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치 발치조차 힘들던, 겁 많던 아이가 건장한 군인이 되어 진료실을 찾아와주는 것은 치과의사로서 분명 뿌듯한 일이다. 그와의 인연을 만들어준 ‘주치의’ 제도가 고마울 따름이다. 치과주치의제도는 단순 치료 중심에서 벗어나 지정된 치과의사가 아동 및 소외계층의 구강건강을 정기적·포괄적으로 관리하여 구강건강불평등을 없애는,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 제도다. 2007년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를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치과주치의제도가 처음 공식 제안된 이래 2012년 서울특별시가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4학년 및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학생·아동 치과주치의’ 사업을 전격 시행하였다. 90% 이상의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면서 제도는 부산, 인천, 울산, 경기 등 14개 이상의 광역·기초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어 정부는 2021년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광주광역시와 세종특별시에서 3년간 1차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초등학교
우리는 흔히 잘 먹고 잘 자는 것을 오복(五福)의 으뜸으로 꼽으며, 그 중심에는 늘 치아 건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 현장에서 매일 마주하는 치아의 가치가 단순한 삶의 질을 넘어 ‘생사(生死)’의 갈림길을 결정짓는 엄중한 척도라는 사실이 최근 대규모 국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백히 증명되었다. 대한치과보철학회가 ‘제11회 틀니의 날(7월 1일)’을 맞아 국민건강영양조사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연계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우리 치과의사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한국인 중에서 자연치아가 단 1개 감소할 때마다 사망위험은 약 1.2%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실된 치아가 4개에 이르면 사망위험은 4.9%, 8개가 빠지면 약 10%까지 치솟는 것으로 분석됐다. 치아의 결손이 단순히 음식을 씹기 불편한 국소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요인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특히 치아 상실은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 전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지표로 작용한다. 치아가 20개 미만으로 떨어질 때 사망위험은 급격히 증가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적절한 보철치료를 통해 저작기능을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범람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한 달에 한 번은 서점에 들러 마음에 드는 책을 한 권씩 사들고 나오곤 한다. 얼마 전, 언제 맡아도 기분 좋은 종이 냄새 가득한 서점 한켠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책이 있었다. 법의학의 대가인 서울대 의대 유성호 교수의 저서 <시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였다. 책장을 넘기며 치과의사로서 마주하는 나의 일상 역시 법의학자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저자는 법의학자를 ‘죽은 자가 남긴 마지막 흔적을 읽어내어 삶의 진실을 추적하는 사람’이라 정의하며, 각 장기의 상태를 통해 고인의 삶을 유추하고, 남은 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법의학자가 훼손되어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신 앞에서 그가 누구였으며 어떻게 살다 갔는지를 치열하게 추적한다면, 치과의사는 매일 진료실에서 치아와 임상 기록을 보며 한 사람이 걸어온 삶의 흔적을 고민하고 그 상처를 보듬고자 노력한다. 비록 살아있는 인간을 대한다는 점은 다르지만, 치과의사 역시 환자의 구강이라는 수많은 내용을 담은 ‘텍스트’를 읽어내는 관찰자이자 기록자인 것이다. 유니트체어의 라이트를 켜고 환자의 입안을 들
도서관에서 ‘치과의사’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걸작이 있다. 바로 윌리엄 스타이그의 그림책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이다. ‘슈렉’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저자가 1982년 발간한 이 작품은 뉴베리상 아너(Honor, 우수상)를 수상하며 아동문학의 고전이 됐다. 실력파 생쥐 치과의사인 드소토 선생님은 아내와 함께 작은 동물부터 큰 동물까지 정성껏 치료하지만, 딱 한 가지 철칙이 있다. ‘생쥐에게 위험한 포식자는 치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날 치통을 견디다 못한 여우가 찾아오고, 드소토 부부는 고민 끝에 여우를 치료해 주기로 한다. 그러나 나쁜 충치를 없애는 치료가 끝나자 여우는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 부부는 미리 준비한 ‘치과적 기지’를 발휘해 여우의 입을 단단히 붙여 버림으로써 위기를 모면한다. 도르래와 사다리를 이용해 거대 동물의 입속을 누비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친절을 베풀되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철저한 대비책을 가져야 한다는 대목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평소 필자는 소설을 읽으며 진료실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현실의 각박함에서 벗어난다. 특히 미스터리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즐겨 읽는데, 2018년 작 ‘
2004년 무통분만 사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역사에서 단순한 수가 갈등이 아니었다. 건강보험이 어디까지 의료를 통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보험의 원칙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사건이었다. 100분의 100 제도는 환자는 진료비 전액을 부담했지만, 보험자는 비용을 한 푼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가격만 통제하는 구조였다. 당시 정부는 결국 ‘100분의 100 전액본인부담제도’를 폐지했다. 이유는 보험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의료만 통제하는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모순은 무통분만에서 폭발했다. 당시 책정된 수가는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는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의료기관은 실제 비용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심사평가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의료기관은 적자를 감수하거나 진료를 중단해야 했고, 전국적인 무통분만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의료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을 외면한 가격통제가 의료공급을 무너뜨린 정책 실패였고, 우리에게 보험은 부담과 통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과연 다른 길을 가고 있는가? 선별급여를 거쳐 2026년 시행된 관리급여는 환자가
‘리액션이 좋은 사람에게 은총을 더 빨리 주신다’는 글귀를 필자가 다니는 성당의 주보에서 본 적이 있다. 의료 현장에서도 환자의 긍정적인 반응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실제 치료의 질과 안전성에 기여한다는 연구와 심리학적 근거들이 존재한다. 심리학과 의학계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협력 관계를 ‘치료 동맹(therapeutic alliance)’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환자가 감사 인사를 하거나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의사는 무의식적으로 더 높은 책임감과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즉, 환자의 리액션이 의사에게 ‘전문가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이는 의사의 번아웃(burnout)을 방지하고 진료의 세심함을 높이는 선순환의 연료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과학적 실체는 하버드 의대의 테드 캡척(Ted Kaptchuk) 교수 연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의 세계적 권위자로, 특히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히 위약을 처방하는 것을 넘어, 의료진이 환자의 눈을 맞추고 질문에 경청하
어디서 나온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환자나 술자가 치과보철물을 10년 넘게 편안히 쓰고 있으면 잘 된 것이라고 만족스러워한다. 무릇 10년이라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여러 의미를 담아내나 보다. 아무튼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된 어느 날이었다. 당시 일흔 중반이 넘으셨던 지인의 모친이 임플란트는 무서워 절대 하기싫다 하시어 수개월에 걸친 상하악 가철성보철치료를 마무리할 때 쯤이었다. “김 원장! 이거 나 죽을 때까지 또 손 안 봐도 되게 잘 해준 거지?”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했다. 그간 조금 친해진 사이라, 눈을 가늘게 뜨며 “어머니, 몇 년쯤 더 사실건데요?”라고 물었더니 필자의 안경에 침방울이 튀도록 웃어젖히시고 나선, “딱 10년만 더 살고 갈거야..”라며 일어나시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 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지급한, 그리고 지급할 상여금에 대해 각종 온·오프라인 미디어에서 많은 사람의 다양한 생각이 공유되었다. 수억원이 넘는 상여금이 ‘부족해서 부당하다’는 측과 ‘과다해서 부당’하다는 측의 이견과 갈등 중에, 상여금이 없는 기업과 심지어 급여가 체불된 기업이나 문을 닫는 기업의 사주와 사원들에겐 이 소란은 어떤 느낌으로 다
개원 22년 차인 필자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장 먼저 음악을 튼다. 클래식이나 세미 클래식, 그중에서도 주로 피아노 연주가 주를 이루는 비언어적 음악(non-verbal music)이다. 진료에 온전히 전념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핸드피스의 날카로운 고주파 소음과 석션 소리가 가득한 치과 환경에서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진정 효과(soothing effect)를 전하고 싶어서다. 과연 어떤 음악이 환자와 술자 모두에게 깊은 안식을 줄 수 있을까? 치과 소음은 대개 60~80dB 사이의 고주파로 구성된다. 이는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 분비를 촉진하는 요인이 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사운드 테라피의 핵심 원리는 ‘청각 마스킹(auditory masking)’과 ‘템포와 심박수의 동기화(entrainment)’에 있다. ‘청각 마스킹’이란 단순히 소음을 소리로 덮는 것이 아니라, 배경 음악을 통해 날카로운 기계 소음에 집중된 뇌의 인지적 관심을 분산시키는 작용을 말한다. 이때 가사가 있는 음악은 언어를 처리하는 뇌 기능을 추가로 사용하게 만들어 오히려 피로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가사가 없는 비언어적 음악(instrum
백범 김구 선생이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고 애송했던 서산대사(이양연)의 한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제34대 치협 회장단 선거가 끝난 직후, 직무정지 가처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회무의 시계가 멈춰버린 치과계의 씁쓸한 현실 앞에서 이 경구를 다시금 무겁게 되새기게 된다. 치과계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지금 저 눈 덮인 들판 위에 과연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란 치과계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새 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이자, 3만 회원의 준엄한 민의를 확인하는 최고 권위의 민주적 과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소송전으로 이어져 치협을 혼란의 늪에 빠뜨렸던 과거의 부끄러운 모습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현되고 있다. 시계를 잠시 지난 2020년, 제31대 협회장 선거 당시로 되돌려보자. 당시 한 후보 측은 선거 과정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법적 소송은 가지 않겠다”고 회원들 앞에서 공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