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은 현대인 심리적 고통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물론 개개인으로 접근하면 성격에 따라 나타나는 형태와 민감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상은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과거에 대한 집착은 우울을 만들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안을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다. 우울과 불안과의 관계에서 불안은 늘 우울을 유도하기 때문에 우울 속에 불안이 포함되는 관계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우울과 불안을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파악한다. 인류가 탄생하고 좀 더 많이 우울하고 불안한 자들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성향이 결국 DNA 속에 내재되었다. 인체가 감염되면 염증유전자가 발현되며 면역체계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기분저하 유발 시스템이 가동된다.
우울모드로 진입되면 외부 활동을 중지하고 에너지 비축으로 회복에 집중하는 효과가 있다. 우울한 모습은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도움을 받는 데 유리했다. 개인적으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의 집중력을 높이고 위험 회피나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되어 생존가능성을 높였다.
불안은 사회적 민감성을 높여서 집단 내에서 갈등을 줄이고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또 신경계를 활성화하여 집중력이 증가되어 위험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신체가 즉각적인 반응으로 회피가능성을 높였다. 이렇게 축적된 경험이 학습되어 미래에 유사한 상황을 피하거나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불안은 리더의 조건이 되었다. 불안은 신경계와 호르몬의 복합적인 작용을 통해 발생하고 생존과 적응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체의 메커니즘이다. 주로 뇌의 편도체에서 시작된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고 신체를 긴장 상태로 유지하며, 과활성화된 편도체는 불안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한다. 반면, 전전두엽은 감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나 만성 불안이 지속되면 전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고 이로 인해 불안이 효과적으로 조절이 안 된다.
불안이 발생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된다. 심박수 증가, 호흡가속, 근육긴장 등으로 신체가 위협에 대비하는 방식이지만 지속될 때는 만성적인 불안의 부작용이 있다.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되면 불안이 심화되며 긴장 상태가 유지된다. 장기적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되면 불안장애로 이어진다. 이같이 불안의 생리적인 메커니즘이 본능적으로 작동되지만 과해지면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과한 경우에 나타나는 성격장애가 C형 성격장애로 강박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가 있다. 실패하면 안 된다는 불안이 강박을 만들고, 분리불안이 의존성을 만들고, 만남의 두려움 때문에 과도한 회피를 나타내는 성격장애다.
우울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한다. 특히 세로토닌 감소는 기분 저하를 나타내고, 도파민 감소는 동기 부여와 즐거움을 감소시킨다. 우울은 전전두엽과 해마의 기능 저하로 감정 조절과 기억 형성에 영향을 주고, 편도체의 과활성화는 불안과 스트레스 반응을 증가시킨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키고 뇌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트라우마 등의 환경적 요인은 우울 발병에 영향을 준다.
우울과 불안은 진화론적인 요소가 강해 가족력이나 유전자 변이가 우울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우울은 생존을 위한 방어기전으로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이렇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적인 감정으로 일시적인 슬픔이나 억울한 마음 등은 시간이 지나거나 상황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호전되는 회복탄력성을 지니며 슬픔, 억울함, 짜증을 포함하여 우울감이다.
반면 깊은 슬픔, 무기력, 식욕 변화, 수면 문제,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복탄력성이 작동되지 않으면 우울증이다. 뇌의 기능 이상과 같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로 심리 전문가의 도움 혹은 치료가 필요하다.
결국 우울과 불안은 필요악으로 인식하고 적절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