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광장에서 어린 소년이 치통 치료를 받고 있다.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지르는지 무리 지어 놀던 아이들과 굴렁쇠를 굴리던 아이, 지나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소년의 모습이 재밌다는 듯 구경하고 있다.
소년은 오만상을 찡그리고 주먹을 불끈거리며 아픔을 참아보려 하지만, 다리가 절로 들썩일 정도로 견딜 수 없어 보인다. 애꿎은 양말만 의자 못에 걸려 늘어나는 모습이 안쓰럽다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모두가 아이를 보고 웃고 있지만 한 여인만은 예외다. 소년의 어머니로 보이는 이는 아이가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깍지 낀 손을 내려놓지 못하고 애처롭게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치료하는 남자는 이 모든 상황이 익숙한 것 같다. 아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을 의자에 묶어두고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쇠집게를 입에 넣어 충치를 뽑고 있다.
아이 옆에 놓인 빈 맥주 통에는 약병과 치료 도구들이 놓여있고 공식 문서처럼 보이는 왁스 인장이 달린 서류가 널빤지 끝에 걸쳐 있다. 1651년이라는 연도와 함께 ‘Carolus Com’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어떤 카롤루스 백작(Comte)이 증명서를 발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인증받은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
17세기 유럽에는 지금과 같은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특이하게도 이발사가 지금의 외과의사, 치과의사 역할을 했다. 이 전통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발소의 표시등이다. 요즘은 잘 보이지 않지만, 이발소 입구에 놓인 빨간색, 파란색, 흰색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던 세 가지의 색이 각각 동맥, 정맥, 붕대를 의미한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수술 행위를 천한 일로 치부해 이발사가 겸업하게 했다니 당시 치통을 앓던 이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 같다.
치과 진료는 18세기가 되어서야 프랑스의 피에르 포샤르(Pierre Fauchard)에 의해 독립된 의학 분야로 발전했고, 19세기에 마취제의 발명으로 치료의 혁신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익살스러운 그림을 그린 화가 얀 스테인은 1626년 네덜란드 남부 라이덴 출신으로 선술집과 양조업을 운영하던 가정에서 태어났다.
화가의 인생에 대해 세세하게 알려진 것이 많지는 않지만, 적은 기록에 의하면 유명 풍경화가 ‘얀 판 호이옌’의 제자로 스승의 딸과 결혼해 양조장과 여관업을 운영하며 화가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16세기 중반, 네덜란드는 신성 로마제국과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하에 있었다. 스페인의 왕 필리페 2세가 신교도들을 박해하며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고, 자치권을 억압하자 네덜란드는 1568년부터 독립을 위한 전쟁을 치른다. 이후 전황은 유럽 내 패권전쟁으로 확전되어 극도의 혼란 끝에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으로 마무리된다.
80년이란 긴 저항 끝에 네덜란드는 드디어 완전한 독립을 인정받으며 근대 국가 형성을 이룬다. 그리고 17세기 해상무역과 금융, 과학, 예술 등에서 황금기를 맞이한다.
특히 미술 시장은 과거의 왕, 귀족, 교회가 아닌 성공한 시민 계급이 큰손으로 떠오르며 과거 종교화나 역사화와 같은 전통적인 회화는 진부하다고 여겨지고, 풍속화, 정물화, 초상화 등 자신과 가까운 친근한 주제를 그린 작품들이 유행하게 된다.
이 황금기에 활동했던 예술가들이 렘브란트 반 레인, 프란스 할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그리고 얀 스테인 등이다.
그중 얀 스테인은 선술집, 시끌벅적한 가정, 마을 행사 등 일상에서 영감을 받은 풍속화를 주로 그린 화가다. 아버지와 본인도 양조업자 겸 선술집을 운영했기에 그의 그림에는 술집, 여인숙의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화가의 유명세로 인해 실제 네덜란드에서는 “Een huishouden van Jan Steen”을 직역하면 “얀 스틴의 가정(like a Jan Steen painting)”이라는 관용구를 사용하는데, 실제 의미는 아주 어수선하고 엉망진창인 집안 또는 혼란스러운 가정의 모습을 뜻한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유머와 풍자가 가득해 마치 한 편의 연극 장면이 펼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또, 재미만으로 그치지 않고 일상 속 지나침에 대한 교훈을 담는 내용도 많아 지금까지도 관람자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는 화가다.
<이를 뽑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격이 없는 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가난한 농촌의 환자를 속이는 모습을 과장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린 풍자화지만, 관람자에게 그들의 사기성과 어리석음을 강조해 웃음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치과의사회가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네덜란드 화가 얀 스테인의 명작 ‘이를 뽑는 사람(The Tooth Puller)’은 과거의 치과 진료의 어려움과 순박하면서도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담은 작품이다. 그림 속 진지하지만 어떤 전문성도 없어 보이는 치료자와 아파하는 환자, 그리고 구경꾼들까지, 그림은 당시 치과 진료의 도전과 유머를 동시에 보여준다.
오늘날의 치과의사들은 과학적 지식과 첨단 기술, 환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로 많은 이가 안심하고 미소 지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 시절의 혼란과 미숙함을 넘어 이제는 우리의 구강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많은 치과의사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우리들의 건강한 삶과 밝은 미소를 위해 늘 앞장서 주길 기원한다.
다시 한번, 서울시치과의사회 설립 100주년을 축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