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서울지부 총회에서는 회비면제 연령 상향조정(65세에서 70세로) 세칙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여기에 ‘다만, 기존 면제자가 회비를 미납할 경우 회원권리 정지를 유예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는 기존 면제자는 알아서 하라는 뜻으로 일견 배려의 차원으로 보이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선 자존심을 건드리는 대목이다. 안성모 전 협회장의 이 부분에 대한 발언은 눈길을 끌었다.
기존 면제자가 모두 70세 이상이 되는 5년 후에는 세칙의 단서조항을 다시 삭제해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그리고 장(章), 관(款), 항(項)의 세칙 개정은 굳이 총회에 올리지 않고 이사회 결의로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母法(협회규정)준수가 정석이고 관행인데 거꾸로 구회에서 올라온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구회 자체 사정에 맞게 알아서 70세로 조정하면 될 터인데 용기가 부족하니 서울지부로 결정을 미룬다는 의미로 들렸다. 고령화사회에서 연령상향을 당연시하고 원로들이 돈 문제 언급을 꺼리는 풍토에서 총대 맨 그의 강한 어조의 발언은(대놓고 반대는 하지 않지만 웬지 탐탁해 하지 않는) 원로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결국 부의장의 중재로 단서조항 문구를 변경하는 조건으로 통과는 되었다.
원래 이 안건은 여러 해 전부터 구회에서 올라오고, 부결되기도 했고 서울지부 위원회에서도 고심을 거듭했던 안이다. 당장의 적용 대상자뿐만 아니라 미래의 전회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논리상 구회 단독이나 이사회 의결로 가능하다지만 그러기에는 부담스러운 문제다. 돈 문제는 수혜자 입장에선 자존심상 본심을 밝히기가 어렵다. 강서구의 경우 당사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드려 동의를 받았다지만 속마음과 겉마음이 다를 수도 있다. 건강추구, 건강염려, 건강조심, 건강일등사회라지만 누구나 70세 이상 개업을 보장받은 것은 아니다. 65세 이후의 생리적 한계는 어쩔 수가 없다. 씀씀이는 커지고 벌이는 준다. 그때까지 벌어 놓은 걸로 쓴다지만 아직 출가 안한 자녀가 있을 수도 있고 한창 다운사이징으로 별로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나이 들어도 하는 일은 똑같다. 그 나이에 돈 때문에 일한다면 얼마나 비참한 기분이 들까. 꼭 면제를 받아서가 아니라 이는 서울지부의 존재감과 자긍심을 일깨우는 일이고 결국 우리 스스로를 대접하는 일이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4월 치협 총회에서도 똑같은 안건이 상정되었다. 김홍석 재무이사는 “전반적인 고령화 추세와 고령에도 개원을 유지하는 회원이 많은 등 개원환경이 바뀌고 있다. 지부, 분회도 재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했다. 65~69세 2015년 면제 회원 수는 364명으로 면제금액은 1억 400여만원이라고 한다. 분회에선 치협에 안건통과를 의존하더니만 치협에서는 분회의 핑계를 대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57억 살림의 치협이 1억여원 협회비 더 걷는 것이 364명의 회원에게 면제혜택을 주는 것보다 더 절실한가? 회비 인상요인이 있다면 당당히 회원에게 동의를 구하고 인상하면 될 것이다. 회비를 올리지 않는다는 구실로 연령 상한을 무임승차 하듯 분위기에 편승하여 올리는 것이 더 구차하게 보인다.
또한 지금이 어느 때인가? 이번 치협 총회는 미불금 의혹과 성금의 검찰조사 문제로 시끄러웠다. 실제 예산이 부족하다면 지출결의서도 없는 과잉지출은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이런 일이 관행이었다고 정철민 감사가 인정한 것을 보면 예산부족은 믿기지 않는다. 다만 과다한 소송비용으로 압박감은 느끼겠지만 소송의 명분과 방법이 옳다면 언제든 전 회원이 재성금으로 화답할 것이다. 회비 납부율도 74%로 의협의 60%에 비해 양호하다. 이런데도 고령회원에게 회비부담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65~69세 회원의 상실감을 채워줄 복지안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착한 대의원들이 통과시켜 주었다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회원의 피 같은 돈 제발 아껴 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