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교육부 국정조사 내용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심리적 현주소를 나타내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교육부 담당 소속 의원은 “올해 초·중·고등학교 학생 중 6만여명이 심리상태가 전문가의 추가 검사나 상담이 필요한 ‘관심군’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생 중 70%만이 전문기관에서 치유 및 치료를 받고 있으며 나머지 30% 학생은 학부모 거부 등으로 치료가 단절되거나 교육청의 지역 연계 인프라 구축 부족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쟁 교육체제를 바꾸는 것이 근본 대책이다”고 밝혔다. 교육부에서는 매년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실시한다. 이 검사는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와 상담 등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매년 초등학교 1·4학년과 중·고등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온라인·서면 검사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 실시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에서 초·중·고생 191만여명 중 3.2%인 6만여명이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그 중 자살을 생각하는 중증도의 위험수준으로 평가된 학생이 지난해 8,613명보다 1,011명 증가한 9,624명이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중에 6만여 명이 심리상담이 요구되고 그중 1만여 명 정도는 자살 충동을 느끼는 고위험군이라는 것이다. 즉 학생 100명 중 3명은 심리치료가 요구되고 그중 1명은 자살위험이 높다는 말이다.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난해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 중 30%는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들 30%는 학부모 거부(67.5%)나 학교 수업 시간에 전문기관을 방문해 상담 받는 것을 꺼리는 출결 문제(32.5%) 등으로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의 이유는 다양할 것이나 한마디로 정의하면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의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대부분 모든 부모의 첫마디가 ‘우리 아이가 그럴 줄은 전혀 몰랐다’이다. 이 통계자료에서 몇 가지 생각할 부분이 있다. 표면적으로 노출된 것은 3.2%가 심리적으로 관심군이지만 이것이 노출되지 않은 96.8%의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심군이 아닌 96.8%의 학생들도 심한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을 것이고 그들 중에서 몇몇은 관심군으로 변할 것이라는 문제이다.
두 번째는 관심군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부모들 중에는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교정치료를 조기에 해주지 않은 이유를 물으면 아이가 커지면서 저절로 치아가 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과 유사한 이야기이다. 심리적으로 관심군에 포함된 아이가 저절로 치유되거나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세 번째는 대부분 부모들이 이런 사실을 늦게 깨닫는 것이다. 즉,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이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할 때 즈음이면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
부모들이 심리상담실이나 정신과를 기피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요도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들의 생각에 별 것 아니라는 착각이다. 두 번째는 기록을 남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세 번째는 비용이다. 정신과 1회 상담료가 5만원 정도이고 아이와 부모가 별도로 진행해야하니 그 비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 네 번째는 지속적으로 상담하여야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몇 번 진행하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다섯째는 학교수업을 빼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로 이것은 심리적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뿐이다. 이런 이유로 관심군 학생들이 방치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다. 교육부 담당 국회의원은 경쟁교육체제의 문제를 원인으로 제시하였으나 그 외에 부모들 생각의 문제도 적지 않다. 교육계에는 ‘문제의 학생 뒤에는 반드시 문제의 부모가 있다.’라는 금언이 있다. 이제 우리의 교육현실은 변해야만 하는 시점에 왔다. 그리고 그 시작은 부모들이 변하는 것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