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논란과 가수 신해철 사망사건 등 잇따라 발생한 의료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의료인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치과계도 예외가 아닌 것이, 지난해 발생한 이른 바 ‘먹튀 치과’ 사건이 주요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무장치과 문제 역시 치과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와 같은 비도덕적 사건을 예방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자율규제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의료인은 그 어떤 직업군보다 전문적인 분야인 만큼, 이를 가장 잘 아는 의료인 스스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규제할 때 더욱 효과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일부 몰지각한 회원의 그릇된 선택으로부터 대다수의 선량한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의료단체의 자율규제는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때마침 대한치과의사협회 치과의료정책연구소(소장 홍순호·이하 정책연구소)가 지난 19일 ‘치과의료인 자율규제 및 관리기구 설립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하고, 공론화에 나섰다. 이날 공청회에는 김각균 교수(서울치대), 허윤정 교수(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김기석 과장(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명순구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윤명 사무총장(소비자시민모임), 서정택 교수(연세치대), 이강운 법제이사(치협) 등이 참석했다.
패널들은 서구,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운영되는 자율규제 기구와 이 기구를 통한 자율규제 방안이 매우 효과적이라는 데 동감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이 처한 환경과는 매우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허윤정 교수는 “모 네트워크치과로 인한 치과계 내부 갈등은 궁극적으로 치과계 전체의 신뢰를 하락시키고, 무엇보다 치과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에 대해 환자들이 의문을 갖게 하는 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즉 미국과 영국 등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체계가 운영되고, 자율규제가 가능한 평생교육이 선순환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서구의 경우 전문직의 위상과 도덕성,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오랜 세월을 거쳐 켜켜이 쌓여온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전문직에 대한 신뢰도는 그렇지 못하다”며 한국 치과계에 맞는 새로운 자율규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명 사무총장 역시 신뢰성 확보를 자율규제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윤명 사무총장은 “치과계 스스로가 자율규제를 통해 의료 전문인으로서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호하는 동시에 사회적 공익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통한 투명성 확보와 규제 대상자가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공정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 법체계의 한계성도 자율규제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특히 명순구 교수는 “현행법 체계에서 자율규제는 절대 안되는 일”이라며 “논할 필요조차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명순구 교수는 “처음부터 의료법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다 보니, 법 체계가 명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한 예로 현행 의료법 제8조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는 결격사유로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가 포함돼 있지만, 이는 지난 2011년 민법 개정으로 사문화된 개념이다. 이 뿐이 아니다. 현행 의료법 제2장 제2절에는 자격과 면허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자격·면허와 관련 없는 조항이 포함돼 있으며, 반대로 면허제도와 관련된 사항임에도 다른 곳에 위치한 경우도 있었다.
명순구 교수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의료인에 대한 공통된 사항과 각 의료인에 해당하는 특수 상황을 분류하고, 법체계의 재정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근본적인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것이 전제될 때 치과의료인의 자율규제도 명문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자율규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치과계의 정치적 영향력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한 김기석 과장은 △윤리위원회 기능강화 △면허신고제도 개선 △전문가평가제도 도입 등 자율규제의 일환으로 현재 논의 중에 있는 사항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 모든 사안이 의과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문가평가제도는 울산, 광주, 경기도에서 의과를 중심으로 시범사업 중에 있으며, 면허신고제도 개선 방안 역시 대한의학회가 연구용역을 맡아 진행 하고 있다. 치과의사만을 다루는 독립적인 ‘치과법’을 만들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법 개정 추진은 치과와 한의과에도 동시에 적용될 수밖에 없다. 치과의 특성이 개정된 의료법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치밀하고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치과의료인의 자율규제.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제 식구 감싸기의 수단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영선 기자 ys@sd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