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길에서 사람길로 다시 태어나다
#7017 서울로
1970년에 만들어졌던 서울역고가는 2017년, 17m 높이에 위치하는 17개의 보행길로 다시 태어났다. 전국을 잇는 수많은 철도가 지나가는 서울역 위를 가로지르며 도심 속 공간을 잇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다. 서울로 7017은 도심을 생태공간으로 재생한 전용 보행로로 자동차의 제약 없이 걸어서 서울역에서 남산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주말마다 아이를 데리고 할 일을 찾고 있는 4살 아빠는 이번 주말, 서울로 산책을 선택했다.
살아 숨쉬는 식물도감 속으로 아이와 함께 걸어요
#녹색보행로
50. 228. 24085. 645
좌표와 같은 이 숫자들은 이곳이 녹지광장과 공중 보행로가 결합한 살아있는 식물도감임을 나타낸다. 50과 228종 24,085그루 화분 645개가 남산과 손기정 기념관 등으로 연결되는 생태길인 이 공중정원을 채우고 있다.
#호기심화분
호기심 구멍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과 한류에 대한 미디어를 볼 수 있는 거대 화분 모양이다. 다양한 높이로 만들어져 있어 어른 아이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정원교실
우리는 만리동광장 입구에서부터 서울로 탐방을 시작했는데, 조금 걷다보니 쌀쌀한 공기에 노출된 야외 식물들과 달리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작은 화분과 책으로 꾸며진 공간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서울로 7017의 식물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장미빙수
핑크 핑크한 색상으로 가득 차 있는 서울로 위의 작은 카페. 햇살을 가득 머금고 있어 너무도 따뜻하고 달달했던 이곳은 걷다 잠시 들러 쉬기에 안성맞춤. 아이의 시선에도 달콤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나보다.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이의 얼굴에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진다.
17미터 높이 서울로에서 만난 세상
구석구석 알고 걸으면 더 재미있다
#문화역서울 284 & 서울역
서울로를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사적 제 284호 문화역 서울. 1925년 건축물 그대로 남아 있는 옛 역사를 17미터에서 바라보는 느낌 또한 새롭다. 거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철로 위 기차 달리는 모습은 길에서 길로 이어지는 여행이라는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KTX 통과 시간이 안내되어 있으니 고가에서 지나는 기차들의 지붕을 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사실 시간을 굳이 살피지 않아도 기차는 제법 자주 지나다닌다.
#스카이워크
뻥 뚫린 유리바닥을 통해 서울로 아래로 오가는 차, 철로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높이가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에 올라서기 전까지 아찔하다. 그런데 아이는 정말 겁이 없나보다. 그저 뛰느라 신이 났다.
#서울로전시관
작은 원형 공간을 가득 채우며 이색적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고 한다.
#공중자연쉼터 & 방방놀이터
중간중간 자연쉼터가 꽤 눈에 띄었는데, 그 중에서도 족욕장은 이색적이었다. 다만, 제법 추운 날에 방문한 터라 운영되지 않아 아쉬웠다. 방방 놀이터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듯 했는데 안전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운영중이었다.
다양한 볼거리로 서울의 중심에서 즐거운 일상을 누리다
#서울로 테라스 & 서울리스타
남산 방향으로 계속 걷다 보면 다리로 직접 연결되는 건물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서울로 테라스다. 맛집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어 덥거나 추울 때 혹은 잠시 쉬고 싶을 때 머무르기에 좋은 공간이다. 마주보며 자리한 서울리스타 역시 서울로 7017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핫스팟이라고 한다.
#걷고, 먹고, 마시며 즐기는 서울로 7017
47년이나 지난 도로이지만 현재 안전등급 B로 상향되어 5만 명의 무게에도 끄떡 없다 하니 안심하고 걸어보자. 햇살이 뜨거워지면 곳곳에 그늘막이 설치되고 안개가 분무된다고 하니 더위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완만한 경사에 엘리베이터가 여러 개 있어 아이부터 노년의 어른까지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서울로 7017을 시작으로 17개의 길을 따라 서울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뉴욕의 하이라인파크(The High Line Park)를 벤치마킹했다는 서울로 7017은 우리나라에서 예전에 보지 못한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길, 공원, 정원 모두 이곳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예전에 서울역과 철도로 단절된 서부와 도심을 이어주던 찻길이면서, 경제발전의 상징과도 같던 이곳이 이제는 도심 속에서 사람이 휴식하며, 즐기고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4살배기 아이를 안심하고 뛰어놀게 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지난 2017년 5월에 새롭게 태어난 이곳은 속칭 ‘오픈발’이 빠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아마도 2018 봄의 기운이 도래하는 지금은 더 많은 이들로 공중정원이 북적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이 함께 이곳의 봄을 다시 한번 만끽하고 있지 않을까? 서울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계속 찾고 싶은 그런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TIP 서울로 즐기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