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은행의 상반기 -0.3% 경제 성장률 발표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1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주식시장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해외에 유학을 보내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상 경제학에서 경제 성장률이 3% 정도일 때 경제적으로 예전과 비슷하다고 인식한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느낀 것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2%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모임에서 원로 선배님께서 개원하는 동안 경기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신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전반기 마이너스 성장은 금년도 전체 성장률이 2.4%를 넘기 어려움을 예시하는 지표이고, 현재 경제 상태가 매우 어려움을 나타내기 때문에 심각하다. LG 전자가 휴대폰 공장을 모두 베트남으로 옮긴다는 내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마이너스 경제성장은 바로 소비 심리에 연결되어 급격히 소비가 위축되고 결국 소비 구조 말단에 있는 치과 또한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마이너스 성장이 치과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경제적 영향과 심리적 영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경제적 영향은 환자 의식 속에 치과는 비싸다는 생각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의 절대수가 차츰 감소할 것이다. 내원하는 환자들은 참을 만큼 참다가 견디지 못할 때나 돼서 내원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기에 치료의 예후는 좀 더 나쁠 수도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은 사람들의 기본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불안은 조그만 자극에도 불평이나 분노로 연결되기 쉽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목돈이 지출되는 치과 치료를 마지못해서 해야 한다면 심리적인 압박감이 커지고, 치과 내원 시에도 평소와 달리 사소한 자극에도 평소와 다른 심리반응을 보일 수 있다.
치과에는 환자를 불편하게 자극할 수 있는 많은 요소가 있다. 통증, 대기시간, 비싼 비용, 바쁨 등 다양한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치과 처치는 예민한 치아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입은 상대적으로 작고 오래 벌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환자의 불안이나 불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치료 전에도 대기시간이 길어진다거나 스탭의 태도나 대화에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다양한 이유를 지닌 치과인데 마이너스 경제성장에 의한 경제적 어려움은 치과를 운영해야 하는 치과의사에게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치과에 종사하는 치과의사를 비롯한 모든 스탭들이 예전과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치과 시스템에서 환자의 불편과 불만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수정 보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장의 정신 건강이다. 치과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자기 탓으로 돌리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테리어를 바꾸고, 간판을 바꾸고, 홍보 방법을 바꾸고,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은 자구적으로 무엇을 해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 전반의 문제이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이때는 단기적 무리수를 선택하기보다는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간판을 바꾸기보다는 차라리 간판에 전기를 켜는 시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고 지출을 줄이는 시스템 선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가을에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겨울이 임박함을 느끼고 긴 겨울에 대비하듯이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고 치과에서도 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환율이 오를 것이니 재료비는 상승할 것이고 지출은 더 증가할 것이다. 겨울이 길지 않으면 좋으련만 때가 되어야 봄이 오듯이 경기 또한 그러하다. 치과는 상품을 팔러 시장에 나가지 않는다. 기다리는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무엇을 찾으면 긴 겨울을 편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