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치과가 돌연 폐업했다. ○○○치과의 대표원장 이모 씨는 현재 연락두절 상태다. 굿라인치과, 화이트치과, 투명치과를 잇는 또 하나의 ‘먹튀치과’ 사건으로 추정된다. 해당사건을 최초 보도한 YTN에 따르면 현재 추산되는 ○○○치과의 피해자는 130여명, 피해액도 수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의도적 사기이든 코로나19 등 경영난으로 인한 폐업이든 의료인으로서 환자를 저버렸다는 도덕적 비난과 법률적 책임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 서울지부 등 치과계 100여명에 이메일
자신을 ○○○치과의 피해자라고 밝힌 김모 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시치과의사회(회장 김민겸·이하 서울지부)와 서초구치과의사회(회장 박종진·이하 서초구회) 관계자 등에게 피해사실을 알리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해당 이메일은 치과대학 교수를 비롯한 치과계 종사자 100여명에게도 동시에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이메일에서 “○○○치과에서 교정치료를 받고 있다”며 “치료 첫 날인 2018년 12월 7일 치료비를 완납했고, 2020년 3월 27일 현재 병원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정치료 선납금을 모두 챙긴 후 연락 두절된 대표원장 이 씨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2014년부터 지금까지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부터, 지난주에 치료비를 완납하고 내일부터 치료가 시작되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34명에 이른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잠적’ ○○○치과, 코로나19로 경영악화 주장
○○○치과는 폐업 전 환자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리는 문자를 수차례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자 수신대상은 예약치료를 하루 이틀 정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이었다.
문자 내용에서 ○○○치과는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 당혹스럽고 놀라셨을 환자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 시간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작년 11월부터 매달 지출되는 7,000만원에서 8,000만원 사이의 고정비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특히 매달 지출되는 고정비는 페이닥터 월급 2,000만원, 스탭 월급 2,000만원에서 2,500만원, 임대료 2,600만원 등으로 “은행대출, 카드대출, 보험해지, 심지어 차와 집까지 팔아도 해결할 수 없었다”며 “현재 병원의 모든 시설은 건물주가 압류한 상태이고, 3월 24일까지 비워달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등 경영난으로 둔갑한 의도적 사기?
하지만 주변의 치과 등 취재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경영난으로 위장한 먹튀치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사무장치과 가능성이다. 서초구 잠원동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매일 ○○○치과 앞으로 지나다니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에 한 번씩 치과의 간판이 바뀌어왔다”고 밝혔다. 치과의 간판이 바뀌었다는 것은 이를 운영하는 대표원장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잦은 명의변경은 사무장치과의 전형적인 행태라는 것.
두 번째는 ○○○치과의 구성원들조차 폐업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근의 또다른 개원의는 “동문회 등을 통해 수소문해 본 결과 ○○○치과에서 페이닥터로 일했던 교정과 전문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들도 당일에서야 폐업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의 월급도 지급이 밀려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서초구회 관계자는 “폐업 바로 직전까지 치료비를 완납한 환자들을 비롯해 지금까지 적지 않은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를 선납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치과가 주장하는 경영난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특히 해당 상권의 경우 월 임대료가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도산하는 치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큰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경영난으로 둔갑한 의도적 ‘먹튀사건’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