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신문_전영선 기자 ys@sda.or.kr] 의료기관을 배제한 투명교정 시술이 국내에서도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스마일다이렉트클럽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한 것으로, 인바○○과 비포○○이 대표적이다.
미국 스마일다이렉트클럽의 운영형태는 다음과 같다. 회사가 운영하는 스마일숍에 방문, 구강스캔을 한다. 여기서 스마일숍은 말 그대로 숍일뿐 치과 의료기관이 아니고, 구강스캔 역시 치과의사 없이 진행한다. 그러면 회사에 소속된 교정과 전문의가 원격으로 치료상담과 진단을 하게 되고, 회사는 교정과 전문의의 진단결과와 구강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명교정장치를 제작해 환자의 가정으로 배송해주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배송된 장치를 착용하고, 회사가 마련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치료경과를 확인하고, 상태에 따라 추가적인 장치를 제작하는 절차를 반복하게 된다.
스마일다이렉트클럽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한 것인 만큼, 인바○○과 비포○○의 운영형태 또한 비슷하다. 회사에서 마련한 숍이든, 회사와 연관된 치과의원에 내원을 하든, 구강스캔을 위한 단 한 번의 방문만으로 투명교정장치를 배송받아 환자가 직접 착용하고, 치료경과를 온라인 상에 업로드 하며 치료상태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업체에 의한 투명교정, 부정의료업자에 해당
미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같은 운영방식 자체가 국내에서는 불법이라는 점이다. 물론 미국 현지 치과의사단체의 우려 표명 등으로 금지를 검토하는 주가 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여전히 일부 주에서는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의료기관을 배제한 모든 치료는 인정받을 수 없다.
법무법인 오킴스 김용범 변호사는 “투명교정과 관련된 사업모델에 의료기관이 개입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경우라도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에서 교정과 전문의 등 의료인에 의한 진단과 치료상태 확인 등이 이뤄지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겠으나, 이 역시도 우리나라에서는 허용되는 사안이 아니다. 김용범 변호사는 “만약 회사가 의료인을 고용해 치료 프로세스에 의료인을 개입시킨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았고, 행위를 주도하고 이익을 수취하는 주체가 일반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부정의료업자로 판명돼 처벌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김용범 변호사는 3D프린터와 빅데이터 등 관련 산업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유사 의료행위가 더욱 성행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현행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변호사는 “교정은 임플란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임플란트 시술은 잘못 되더라도 시술한 치아에만 국한되는 반면, 교정은 구강 전체를 망가트리게 된다. 특히 쫛쫛치과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료인의 감독 아래서도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된 바 있다”며 “그 사회적 파급력을 생각했을 때 현행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정과동문회장단, 치협과 교정학회에 해당업체 고발 촉구
국내 치과계에서도 이 같은 불법의료행위에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전국 11개 치과대학 치과교정학교실 동문회장단(이하 교정과동문회장단)이다. 교정과동문회장단은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대한치과교정학회(이하 교정학회)로 하여금, 해당 불법원격교정에 대한 단호한 형사적 대처를 촉구했다.
교정과동문회장단은 성명에서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를 임시 허용한 틈을 타 의료기관도 아닌 의료기기 업체로 추정되는 곳에서 ‘교정치료를 원하는 경우 220만원에 1회만 방문하면 택배로 투명교정장치가 배달되도록 해준다’고 광고하는 것은 교정치료를 잘 모르는 환자들에게 혼돈을 일으키고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투명교정 치료는 중간의 한 스텝만 잘못 이행되더라도 그 이후의 모든 치료가 망쳐질 수 있어 치과의사의 정기적인 관리와 지도가 필수적인 치료”라며 “이와 같이 위법적인 비대면 방식으로 보급될 경우 2018년 투명교정 모 치과 사태의 몇 배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교정과동문회장단은 치협과 교정학회에 △상기 업체에 대한 고소·고발 등 끝까지 명확한 형사적 대처를 할 것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을 통해 위와 같은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투명교정 치료 전체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을 받아 치과의사, 치과기공사, 의료기기 업체 간의 혼란을 없앨 것 △2018년 모 치과의 투명교정 사태와 관련,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사태를 일으킨 의료인의 위법행위가 밝혀질 경우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 등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