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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남한산성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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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실에서 바라본 심리학 이야기(603)

지난 일요일 지인들과 함께 남한산성 둘레 길을 돌았다. 풍경이 좋은 산중턱에 위치한 카페에서 막 구워 나온 빵과 모닝커피를 한 잔 하고는 주인의 안내로 등산을 시작하였다. 가파른 산을 오르면서 맨손으로 이 높은 곳에 성을 쌓느라 고생을 했을 백성들의 고생이 느껴졌다.

 

남한산성은 성벽 축조 방식 등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역사적으로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태종의 군사와 싸우다가 마지막에 항복한 곳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청나라 군사는 항복문서를 받고 인조가 군신 간의 예를 갖추어 청태종에게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 3번 큰절하며 때마다 3번 고개를 숙이며 절하는 방식)를 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들에게 삼배구고두는 황제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행해야 하는 일반적인 인사법이었지만,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얕잡아보고 명 황제에게 충성을 지키기 위해 청태종의 등극식에 참석한 조선 사신들조차 황제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조선 관료들의 모습을 보면 인조에게는 치명적인 굴욕이었을 것이다.

 

당태종은 자신의 등극식에서 조선 사신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 망신을 당하고 직접 10만 대군을 이끌고 조선으로 쳐들어와서 조선왕에게 신하의 예를 강요하였다. 물론 청군이 명나라를 공격할 때 배후에서 조선이 명나라를 돕기 위하여 출정하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한 전략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개인적 망신에 대한 복수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역사가들의 생각이다. 청은 조선의 국력을 약화시키고, 군대 출정을 막고, 인질 비용을 받기 위하여 여자 20만 명과 남자 40만 명을 잡아갔다. 그 역사는 지금까지도 흔적으로 남아있다. 송파구 삼전동은 삼전도 국욕의 장소이고, 서대문구 홍제동 모래내는 인질로 잡혀갔다 돌아온 여자들이 모래내 냇물에서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정절을 논하지 말라는 어명이 있었던 곳이다. 400여 년 전 사건들이 사연들은 잊혀진 채 이름만 남아있지만 슬픈 역사다. ‘

 

역사는 무엇인가’에서 EH Carr는 역사를 볼 때 만약이란 가정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였지만 산성을 돌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올라왔다. 광해군이 좀 더 총명하여 인조반정이 없었다면, 이괄의 난이 없었다면, 인조가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유지했다면, 조선 사신들이 등극식에서 청태종을 망신 주지 않았다면 병자호란이 없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삼전동, 홍제동, 모래내라는 명칭은 세월 속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청나라에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뜻의 화냥년이란 욕도 없었을 것이다. 망해가는 명나라와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 청나라 사이에서 중립외교가 충분히 가능했건만, 청을 오랑캐라고 무시하던 조선 귀족 정치인들이 화를 자초한 것은 자신들이야 자신들 잘못이지만, 고초를 겪은 백성들에겐 무능하고 이기적인 정치인들의 잘못을 뒤집어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명나라는 건국 후 오랜 세월이 지나며 문신들이 결집하여 황권을 누르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책을 만들며 멸망하였다. 명나라를 롤모델로 삼았던 조선 역시 유사한 형태로 귀족들이 왕권을 넘어서면서 멸망의 길로 들어섰다. 외면적으로는 명은 청나라에 망하고 조선은 일본에 의해 망하였지만, 내면적으로는 백성은 무시한 채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만 온 힘을 기울이던 귀족들에 의하여 망했다.

 

역사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고 자신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를 하는 나라는 망했다고 가르쳐준다. 인조가 남한산성 서문을 열고 통한의 항복을 한 지 40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땅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권력유지를 위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가는 의문이 든다. 정치인들이 역사를 잊어버리고 자신들의 권력유지만을 위하고 있다면, 역사는 반복될 것이고 국민은 억울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2시간 트레킹을 마치고 산 중턱 식당에서 코로나 이후에 처음으로 먹는 야외 닭볶음탕에 막걸리 한 잔은 등산 내내 어지러웠던 수많은 생각을 한 번에 사라지게 하였다.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이 푸른빛을 띤 것을 보니 이제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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